어제도 응급실 콜을 받았다

너무 피곤하다. 아침 출근하며 울고 싶었다

아침에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눈 밑에 짙게 깔린 다크써클을 봤다. 분명히 어제 쉬기는 했지만 그냥 온 몸이 힘들고 지친다. 1월달부터 중환자들 때문에 계속 강행군을 하는 느낌이다. 집에서도 매일 컴퓨터로 환자 상태를 보고 있자니 집에 와서도 집에 오지 않은 기분이다. 온 몸이 축축 처지고 그저 드러눕고만 싶은 마음. 이걸 보고 지쳤다고 표현하는게 맞겠지.

총 세 명의 중환자 중에 한 명은 일반병동으로 갔고, 한 명은 상태가 나아졌고, 다른 한 명은 사망하셨다. 지금 신경쓰는 것은 일반병동으로 간 환자와 상태가 나아진 환자인데, 상태가 나아진 환자는 최근에 양쪽 다리의 피부이식을 했지만 세균감염으로 이식실패가 일어나 또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씁쓸하기도 하고 답답한 기분이다. 뭐 1/3이라도 붙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제 상태를 보니 거의 다 녹아버렸다. 환자분께 그 이야기를 드렸더니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일반병동으로 간 환자도 녹록치가 않은 것이, 어제 봉합한 부분이 안정되면 다음주에 팔을 배에다 심어서 근육과 인대를 덮어야 한다. 양쪽 팔을 다 다쳤으니 오른쪽에 3주, 그리고 왼쪽에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다 낫는데까지 대략 8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난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게 되겠지. 뭐 지금 있는 환자들 다 정리되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 말이 되겠다.
환자들의 돈도 돈이지만 내 멘탈도 탈탈 털려나갈걸 생각하니 왠지 온 몸이 아프네.

그래도 뭐… 다 잘 나아서 집에 갈 수 있도록 신경써봐야지. 내가 지치면 환자가 죽더라.

오늘도 ‘넌 슈퍼맨이 아니야’ 라는 말을 떠올리며 힘이나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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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돌아오는 월요일

지난 주말은 뭐하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 잠자고 술만 마신 것 같다. 뭐 이렇게 말하면 알코올 중독 같아 보이겠지만, 토요일에 술 먹고 잠들었다는 말이다. ㅋ
금요일에 퇴근하려는데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퇴근했고, 그렇게 집에 와서 잠시 이런저런 것들 정리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들었는데 그 사이에 환자분이 사망하셨다. 이 소식을 일요일 오전에 알게 되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그래도 버티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나이는 화상에서 최상위 위험인자인지 나이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신 것 같았다.
백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망 후 발생할 보호자분들의 항의나 민원등에 대한 생각도 했고, 의학적으로는 어째서 사망했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지금 환자 상태를 되새겨봐도 딱히 답이 안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폐색전증을 앓았던 분이라고 하더라도 혈액검사상 급격한 혈압감소와 함께 동맥혈산소분석상의 산소감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기각인 것이고, 심근효소 수치가 사망직전까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심근경색도 기각인 것이고, 탈수라고 말하기에는 사망전 2일간 충분한, 어쩌면 다소 많은 수액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기각이다. 마지막으로 패혈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하기에는 항생제 변경이 있었으며, 전방위 항생제를 사망 48시간 전부터 투여했으니 그것도 아니겠지. 결국 남는 것은 급성 심부전에 의한 사망 정도만 남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동맥혈 산소분석 상에 산증이 보이지 않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왜 사망하셨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딱히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중증화상 보는 의사라고는 이 병원에 딱 하나, 나 혼자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저 혼자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하며 환자의 상태에 대해 복기하는 방법밖에 없겠지.
내 친구들은 나보고 ‘넌 슈퍼맨이 아니니까 무리하지 마라’고 다독여 줬고 나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이제는 너무 힘들다.

1월달 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망할 병원은 아직도 당직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병원에 남아서 일을 하는 경우에 대한 추가임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문간호사들도 야간에 남아있는게 돈이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를 생각한다며 아무 임금도 받지 못하며 병원에 남아있는 것도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평범하게 봉급받는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병원이 환자를 담보삼아 위협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게 좋은 일일까..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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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쁜 하루

큰 수술 하나와 작은 수술 하나, 그리고 외래 한 세션

오늘 내 일정이다. 아침 8시 30분 부터 큰 수술에 들어갔다 점심시간까지 수술을 하고, 그 다음엔 외래가 있다. 그리고 외래가 끝날 즈음에 다시 수술실에 올라가서 작은 수술 하나를 끝내야 한다. 생각보다 빠듯하고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거기다 내일은 외래가 있어서 출근을 해야 하고, 주말 내내 콜 당직(응급실 전화를 받고 전원/입원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원래 이렇게 바쁘지 않았는데 요 며칠간 너무 바쁘다.

대충 2주 전이다. 2주 전에 화상 중환자가 같은 날 두 명이나 왔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나날의 연속이 되었다. 뭐 마음으로는 내 전문분야니 어쩔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가급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니 의무와 욕망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환자가 사망하는 것 보단, 그리고 다른 병원 가는 것 보단 내가 치료하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좀 힘들다. 특히나 이번주 처럼 어제 당직콜 받고, 주말내내 당직콜에다 토요일 외래도 있고 수술이 꽉 잡혀있는 일상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뭐… 돈을 많이 주겠다고 병원에서 그러니 그려러니 하며 받아들이고 있지만 언제나 드는 생각 : 나이들면 혼자서 화상 중환자를 보는 것에 무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다. 그래도 돈을 많이 주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일해야지 뭐.

대학 교수들은 나보다 배로 바쁘고 논문쓰고 학생 교육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살까 가끔 생각해본다. 외래보고 수술하고 학생 교육용 자료 만들고, 시험이나 과제물 확인도 하며 밤에는 연구도 하니까 정말 자기 시간이 없을 텐데 말이다. 삶의 질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혼자 생각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소명의식을 갖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겠지?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빌 따름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일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수술이 엄청나게 잘 되어서 환자 상태가 쑥쑥 좋아지면 좋겠다. 진짜 쑥쑥쑥쑥! 좋아져서 다음주 주말 정도에는 일반병실로 나갈 수 있기를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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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네

요즘 바쁘다

바쁘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어제 오늘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난 반응이 느리니까)
집에 있을때도, 병원에 있을때도 무언가 할 것이 계속 생긴다. 환자 두 명이 집중치료실에 있는데 그 분들 때문이다. 상태가 안좋아서 매번 신경쓰는 일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일로 밤에 자다가도 전화를 받는 일이 많다. 내 일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있지만 어느샌가 매일 오는 신문을 이틀이나 보지 못했고, 저녁에 집에 가면 씻고 바로 잠이 든다. 다시 말해 바쁘고 힘들다는 뜻이겠지.

뭐, 그래도 아무도 안 오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중환자가 들이닥치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어서 빨리 나아서 집에 보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환자분이 사망하면 내가 너무 힘이 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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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이상한 날이었다

어제 하루동안 수술 6개를 예약했고 입원을 4명 시켰다

1년에 한번 정도 이런 일이 있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었나 보다. 외래환자라고는 고작 11명이 다 였는데 그 중에 절반이 수술이 필요한 환자거나 수술을 원하는 환자였고 그렇게 스케쥴을 잡다보니 여섯건이나  수술이 잡혔고, 맨날 병실없다고 난리인데도 환자를 네 명이나 입원시켰다.

그 중에 특징할만한 건은… 어제 새벽에 연락없이 밀고 들어온 환자였다. 직장에서 불이나 다쳤다고 하는데 소견서에는 총체표면적 30%라고 적혀있었다 하고, 응급의학과 선생은 15%로 판단했다. 그리고… 15%는 중증화상이 아니니까 일반병실로 입원했다는데 오전에 상처를 전부 열어보니 43%였다. 네… 43%. 앞의 두 의사가 전부 틀렸고 환자는 중증화상에 기저질환도 고약한 것을 가지고 있어 중환자실 건수였다. 소독을 마칠때 즈음에 급하게 보호자에게 설명드리고 환자를 집중치료실(중환자실)로 옮겼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묻는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화상을 자주 보는 의사가 아니라면 학교다닐때나 배웠을 ‘9의 법칙’만 알고 있을게 분명하고 당연히 오차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 응급실 의사의 계산 오차가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그날 당직이었던 우리과 전문의 선생이 ‘드레싱이 풀린게 아니라면 굳이 열어보지 말고 입원시켜라’고 했다고 한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좋은 일이었을 것이고, 지시사항이 있으니 그대로 따른 것이라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두 건의 오차로 인해 환자는 일반병실로 올라왔고, 총체표면적을 잘못 계산했으니 당연히 수액이 조금 들어갔을 것이고 이로인해 사망위험율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환자의 입장만을 보면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쩝…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쉽고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직 외과의는 나 배려한다고 전화하지 않은 것이고, 응급실 전문의나 전공의들도 환자 본다고 정신이 없으니 현재와 같은 인력으로는 놓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인력 증강을 말하기도 조심스러운게 1년에 나 혼자서 몇 억의 적자를 내고 있어서 말이다. 최근 발표한 신DRG때문에 그냥 생돈이 나가고 있는게 사실이니까.
여러가지로 속상한 일이 많지만 그냥 참는 능력이 생겨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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