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에 하나

세계적으로, 1초에 하나가 태어나고 3초에 하나가 죽는다

4월 18일 오후 4시 34분. 임종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환자가 좀 안좋다

사실은 처음부터 계속 안좋았지만

반복된 음주는 간경화와 각종 간질환을 유발합니다…. 라고 술병에 적혀 있었던가?
가뜩이나 전신 80%나 되는 화상이라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는데, 이놈의 술이 환자의 몸을 갉아먹은게 느껴진다. 남들이라면 한 8파인트의 피를 수혈하면 끝이 날 것이었는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으로 피가 들어간다. 그런데 어제 회진끝날때 중환자실 간호사가 ‘AB형 피가 모자라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혈액은행에서 그랬어요’ 라고 하더라.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할까나.
보호자는 어떻게든 살려 달라고 하는데 원무과에서는 수천에서 수억의 진료비를 받아내는게 부담스러운지 계속 살 가망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고, 사체피부부터 Nexobrid(죽은 살만 선택적으로 녹여내는 공포의 파인애플 추출물)의 수급은 계속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어제부터 CRRT(지속적 신대체 요법. 24시간 돌아가는 투석기)를 켰는데 충분한 수분은 제거가 안되고 혈압만 떨어지고… 아무튼 모든 것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나도 모른다. 나역시 매 순간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는게 사실이니까. 어제도 투석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수술이 취소가 된 것이고 보통의 경우 한 번, 두 번 수술이 취소 되다가 사망하는게 일반적인데다 투석기를 돌리기 시작해서 살아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손가락만한 혈관을 잡고, 카테터를 삽입하고, 투석지시를 하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끝임없이 솟아나는 회의감을 피할 수 가 없어서 말이다.
매번 수술을 하겠다 했다가 취소할 때마다 사체피부 회사는 배송비 부담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것도 미안하고, 600만원 넘는 진료비를 받아내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빨간줄이 생기니 미수금에 덜덜 떨고 있는 원무과 직원들에게도 미안하고, 거기다 다음주 월요일에 코드가 잡힌다는 Nexobrid를 오늘 당장 해달라고 졸라야 하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로 진행된다면 좋을 것을, 전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하나하나 꼬인 실을 풀어나가는 기분이라 정신적인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어제도… 한 세 시간 잤나?

어떻게든 딱 3주만 버티면 가능성이 보일 거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 3주가 문제다.
어떻게 하면 3주를 버티게 하고, 나도 3주를 버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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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힘들겠어

화상 환자가 왔다

평소보다 많이 심한 환자가 왔다. 전신 80%의 화상에 연기까지 많이 마셔서 몸 상태가 안좋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고, 이것저것 해독치료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어제는 오후에 응급수술을 들어가서 죽은 살을 깎아냈다.
보통 흡입손상이라고 하는, 화재로 인한 연기형태의 독성물질 흡입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사망율이 50%에 이르는 독한 질환이다. 거기에 체표면적 80%의 화상을 더하면 보통은 사망율이 ≅ 100%라고 설명한다. 이 환자도 도착 당시에 이미 청산가스 중독증상이 심해 혈압이 거의 안잡히다시피 했고 일산화탄소 중독도 심했다. 거기다 수술들어가기 직전 확인한 바로는 평소에도 술을 많이 드셨다고 하고.

솔직히 말해 살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살고 죽고는 내 뜻이 아니니까. 그저 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환자에게 살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경우 사망율을 100%로 설명해야 하는 환자를 난 보호자에게 20%정도의 생존율로 설명했다. 아무래도 보호자분들이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 바램이 뒤섞인 설명이었겠지.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찜찜한 기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환자 때문이었을까? 응급실에 도착한 당일부터 3일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딱히 환자 상태를 감시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다 깨다를 세네번씩 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트레스겠지? 근데 마음 편하게 먹고 있으면 사망하는 건 불보듯 뻔 한 일이라 그럴 수도 없고. 자주 느끼는 거지만 이놈의 화상 분야는 제 살 깎아먹어 환자 치료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특히나 인력도 모자라고 자원도 제한된 환경이라 의료진을 소모하는게 더 심한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나야…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열심히 하면 되기는 하지만 환자 보호자는 어떨지 모르겠다. 총 치료비가 2억은 넘을것 같다고 어제 말씀드렸는데 ‘그건 나중에 살아나면 그렇다는 것 아니냐’며 무시하려고 하셨다. 으음… 그 돈의 60%가 초기 2~3달 내에 다 들어가는데요? ㅠㅠ 당장 금요일 정도 수술에 배양조직 채취를 해야 하고 그것만 해도 비보험으로 200만원이나 한다. 거기다 그걸 내가 원하는 사이즈 정도로 배양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데다, 중간에 환자가 사망하셔도 전체 약가의 5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손 놓고 있냐고…? 아아… 정부.
정부는 산정특례라고 진료비 할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해주고 있지. 뭐 이것만 놓고 보면 참 좋은 제도인 것은 사실인데, 문제는 여기에 해당하는 약과 치료재료가 극히 적어서 말만 할인이지 사실은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다.
말 그래도 ‘다치면 네 손해’지. 끝임없이 세상의 의료기술은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한 20~30년전 치료기술에 딱 멈춰서 이후에 나온 모든 치료재료를 비보험으로 처리해버리고 있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나도 모르겠다.

오늘도… 수술 들어가야 한다. 다치고 만 3일 이내가 가장 출혈이 적은 시기라 환자 몸 상태가 안정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데다, 화상이라는 병의 특징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라 초반에 선수를 치지 않으면 이후에는 죽을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늘은… 수술 들어가기 전에 원무과에도 연락해야 한다. 환자 비용이 니들이 생각하는 것의 20배 정도 나올 거라는 정보도 제공하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급여 치료재도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가뜩이나 술 많이 드셔서 출혈이 잘 안잡히는 환자인데,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
그래도 살기만 해주면 좋겠다. 절뚝거려도, 걸어서 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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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랑 김정은이 만나든 말든..

또 환자가 왔다

염색공장이라고 하는데 무슨 일을 하다 다쳤는지 아직 확인은 다 못했다. 아무튼 전신 1/3에 화상을 입고 내원했다. 어제 집에 가자마자 전원문의가 왔고 오라고 했다.
입원하면 수액처방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통 입원을 안해서 미리 처방 넣어주고 잠이나 푹 잤는데 아침에 사진 올려놓은 것을 보니 1/3이 맞았다. 출근해서 수술 스케쥴을 추가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이 시간이 되었다.
어제 한 명을 타병원으로 보내고, 다른 한 명 민원건 때문에 머리아파하고 있었는데 또 하나가 도착했네.. 뭐 일단 오셨으니 열심히 치료를 해야겠지.

사실 내가 화상치료하면서 가장 신경쓰며 보는 부분은 통증이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화상환자의 상처를 소독하는데 엄청난 통증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보험사정에서는 제대로 된 통증조절을 해주기가 매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돈을 안줘서’다. 미국같은 경우는 환자에게 충분한 통증조절을 해주지 않아도 소송거리라고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가 않고, 정부에서도 통증조절에 대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참여하는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입원환자의 통증조절에 대해서 적절한 수가를 주지 않아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도록 간과하고 있다는 말이 맞겠다. 돈도 안주는데 어느 의사가 참여를 하겠나.. 결국 매번 환자를 굶겨가며 수술실에 들어가 전신마취에 준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마취수가를 받는 방법밖에 방법이 없다.
문제는 화상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충분한 영양공급인데, 최소 8시간 금식이 필요한 “수술”로 처리가 되면 소독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굶겨야 하고 이게 환자에게 매우 안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뭐…. 인구 10만명에 1명 있을까 말까 한 병이니 관심 안 갖는 것은 당연하겠지.

결국 모든건 돈이다. 흔히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돈으로 계산하냐’고 하는데 그건 세상을 덜 살았거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진료를 받는 것도 돈이고, 검사를 하는 것도 돈이고, 치료를 받는 것도 돈이다. 거기에 투입된 인력과 재료는 공기처럼 숨만 들이쉬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니 환자의 생명을 유지시키는데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멍청하기 그지 없는 생각이다.
이 환자도 수천만원 깨지고 집에 가겠지. 가진 돈이 없다면 자가주택이나 전세가 월세로 변하겠지. 그래도… 나아서 가면 다시 기회가 있으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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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는구나…

어제 전기화상 환자 수술을 했다

특고압 설비를 수리하다 다친 분이었는데 심하게 다치셨다. 병원에 오자마자 근막절개를 했고, 수술소견상 절단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환자분은 그래도 최대한 절단하지 않는 쪽으로 치료해 달라고 했고, 어제 괴사조직들을 제거하기 위해 가피절제술을 하러 들어갔다.
엉망이었다. 이미 근육과 말단부위는 괴사가 진행중에 있었고 죽은 살을 깎아내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고 세포액과 혈청만 흘러나왔다. 이 조직은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수술이 끝나고 보호자분들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살릴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보호자분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서둘러 짐을 싸고 퇴근한지 한 10분 되었을까?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와서 보호자분이 급히 면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S모 병원으로의 전원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여기서 살릴 수 없다면 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오늘 수술직후라 전원은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조금 있으면 면담을 해야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설명을 충분히 못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부드럽게 말을 해서 그런 것인지 보호자분들은 이미 죽어버린 사지를 어떻게 잘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벌써 이런 식으로 수차례 전원을 보냈다. 뭐 받는 병원에서야 땡큐지. 적절한 처치를 했지만 살릴 수 없다는 평가를 해줬으니 받아서 보고 못 살린다고 해도 부담이 될 것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산업재해 환자는 심한말로 금싸라기 같은 존재라 일반 의료보험에 비해 보험되는 범위도 훨씬 넓으니 말이다. 난 그냥, 마음이 착잡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많은 전기화상 환자를 봤고 이제 다른건 몰라도 전기화상은 다른 사람들보다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병원의 이름을 보고 떠나니 말이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전기화상은 내가 속한 병원이 한국에서 제일 잘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전기화상을 본지 아주 오래되기도 했고, 그만큼 경험이 쌓인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은 계속 전기화상을 보고 있으니 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아무 투자도 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10년 이상이 흐르며 시설투자와 인력투자를 간과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기화상 하면 우리병원이던 사람들의 생각도 화상하면 S병원이라고 각인이 되었고, 그 동안 꾸준히 환자를 보아왔던 의사들은 다 떠나고 없게 되었다. 이젠 나 혼자 남았다. 어쩌겠는가. 그냥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이 우리병원의 운명인가 싶다. 나역시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는 병원에서 사비를 들여가며 연구를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고 병원은 신포괄 수가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중증화상을 볼 때마다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가 되었다.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병원정책이라는 것은 나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화상환자를 제대로 많이 보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그것도 안될 것이 뻔하니 그냥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그래도 봉급은 나오니까 봉급 나올때까지만 열심히 일해주고, 그 다음은 나도 모르겠다. 다른 병원이나 알아보든지 아니면 요즘 인기가 있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알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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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환자에서의 비타민 D

Rech MA, Colon Hidalgo D, Larson J, Zavala S, Mosier M. Vitamin D in burn-injured patients. Burns 2019;45:32–41. doi:10.1016/j.burns.2018.04.015.

본 논문은 리뷰논문입니다.

비타민 D는 1,25[OH]2D라고도 부르는데요, 다음의 경로를 거쳐 인체에서 활용됩니다.

vitddis

한글로 설명하면 비타민 D의 전구체인 D2는 식사에서, 그리고 D3는 식사나 자외선(UV)을 통해 형성됩니다. 이것이 간에 들어가면 25(OH)D; 25-hydroxyvitamin D가 되고요, 그게 신장에서 1,25[OH]2D; 1,25-dihydroxyvitamin D가 되어서 전신의 비타민 D수용체(VDR)에 작용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비타민 D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소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증가시키며 골 재흡수, 골감소증등에 영향을 끼침
  • 피부의 형성과 피부의 세균저항성을 높임
  • RAAS (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에 negative effect를 보여 혈압을 감소시킴
  •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증식과 조절에 관여함

이러한 비타민 D는 0.03%만이 혈중에 유리상태로 존재하며 88%가 VDR에 결합해 있으며, 나머지가 알부민과 결합해 있다고 합니다. 현재 혈중 비타민 D농도는 아래의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 serum 25(OH)D < 12ng/mL (<30nmol/L) : 각기병과 골연화증 발생증가
  • 12 < serum 25(OH)D < 20ng/mL(30~50nmol/L) : 부족상태
  • 20ng/mL < serum 25(OH)D : 충분한 상태

현재 미국 임상 내분비학회(AACE)에서는 30ng/mL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중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ng/mL미만일 때 부족한 상태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화상에서 비타민 D는 대량의 수액치료에 의해 희석되고, lymphatic flow에 쓸려다니게 됩니다. 결국 알부민의 부족과 기타 여러 단백질의 부족, 그리고 간질부의 부종, 소변으로의 무의미한 배출등으로 인해 유효 비타민 D는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cholecalciferol형태로 근육주사하여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보통 초기 용량으로 540,000IU를 투여하고, 이후 200IU정도를 매일 복용시키거나 90,000IU씩 5개월에 한차례씩 투여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에서 비타민 D의 농도를 충분히 올렸을 때, 장기추적에서 유의한 사망율의 감소를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비타민 D를 충분한 농도로 투여했을 때 근력의 증가, BMD감소의 억제, 흉터형성의 억제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각종연구를 근거로 현재 비타민 D의 보충은 상처 회복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설명하면 비타민 D는 화상 환자에서 입원기간을 단축시키며, 중환자실 입원기간 역시 단축시키고 기계환기치료의 기간단축, 합병증의 억제, 그리고 화상부위 감염과 이식실패율의 감소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화상환자에서 적절한 투여 용량과 기간에 대한 자료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과도한 비타민 D의 투여를 막기 위해 적절한 혈액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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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내비둬

병원의 화상센터장이 공석이라고 한다

약 1개월 전에 갑자기 응급의학과 과장님이 날 불러서 웬일인가 하고 갔는데, 나에게 화상센터장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며칠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 후 거절을 했는데, 이후부터 계속 센터장을 하라고 연락이 오고 사람이 찾아오고 그랬다. 심지어 어제는 부원장님이 직접 찾아와서 화상센터장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고 또 거절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부원장님이 연락을 해서 이번주 금요일에 원장님이 만나자고 했다고 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아니다.
그냥 건강이 안좋아서 그렇다. 인턴 1년과 전공의 4년, 그리고 전문의 5년을 지내면서 계속되는 당직과 수술로 몸이 엄청나게 축이 났고,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요즘도 약을 먹고 진료를 보고 있다. 매일밤 약을 먹고 자도 두 번은 반드시 깨서 방황하다 잠이든다. 이런지 벌써 수 년째가 되고 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낮에 만성 피로와 예민한 감정으로 일을 하다가도 한번씩 욱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혼자 곰곰히 생각해 봤을때 이런 모든 증상은 충분한 휴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고, 불충분한 휴식은 낮은 수면의 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 당직을 서지 않고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약물이나 기호식품을 피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자세한 사정을 직장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 적은 없다. 말 해봐야 득도 되지 않을 것이고, 쓸데없는 소문이 나는것이 싫어서 그랬다. 그래도 분명히 이번 화상센터장 임명 문제때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싹 무시하고 계속 센터장을 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어제 오후에 부원장님이 새로 만들고자 하는 화상센터의 도면을 가지고 오셨는데 그걸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rule

위의 자료는 정부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화상응급센터의 건립 기준인데 중환자실 병상이 8개, 일반입원실의 병상이 30개 이상을 가져야 하며 멸균병상을 2개 가져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설계도는 이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형태였다. 뭐 당장 보기에는 그런가보다 하지만 병원 리모델링에 화상관련 정보를 제공해 줄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하도 뭐라 하기에 찾아본 자료와 비교해보면 말도 안되는 자료였다.
중증화상환자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감염관리’다. 피부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방어기능이 없어진 상태라 어떻게든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나 병원에서 만들어 놓은 기준에는 “개방된 형태”의 중환자 병상 8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개방된 병상이라고?! 몇 년전에 인도(India)에서 건립한 화상센터 논문을 봐도 집중치료실은 전부 격리실이었다. 심지어 각각의 방을 HVAC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형태였다. 근데 정부 기준은 말도 안되는 개방된 병상 8개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고, 가장 흔하게 교차감염이 발생하는 처치실의 운영을 권고하고 있었다.

….이대로 설계가 끝난다면 당연히 화상센터 인증은 받을 수 있겠지만, 어디 광고하기도 창피한 웃기지도 않는 기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화상 전문의 한 명 밖에 없는 우리병원에서 집중치료실에 총 10명의 환자를 보라고 주장하는 경영진 측의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총체표면적 50%가 넘어가는 중증 화상환자의 ‘내’ 사망율은 90%에 달했다. 물론 살아난 사람도 여럿 있기는 했지만 복잡한 상황과 문제 때문에 많은 환자가 사망했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서 열 명을 보라니. 나보고 죽으라고 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주문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중증화상 환자가 내 환자로 3명 이상 있으면 반드시 사망이 발생했다. 3명이면 2명이 사망했고, 4명이면 3명이 사망했다. 운이 좋아 2명이 살아난 경우도 있지만 중증화상 환자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고 진짜 담당의사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환자가 살아나기 때문에 의사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병원은 세 명의 성형외과 의사와 한 명의 외과의사(나)가 있는 상태이고 실제로 중증화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다. 이런 상황에서 도합 열 명이나 되는 화상환자를 받으라고 하는 건 입원시킨 환자들 보고 다 죽으라고 하는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인력의 확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으면서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마인드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화상 응급센터’가 되면 앞으로 더 이상 화상환자를 타병원으로 전원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여기가 무슨 지옥 문턱도 아니고 들어오는 환자보고 다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원장님 자체가 응급실 출신 의사이기 때문에 ‘응급센터’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나라도 원장이 되면 ‘외과 중심의 병원경영 정상화’같은 안이안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았다. 남들은 집중치료실을 전부 격리실로 만들고 헤파필터 설치하고, 헤파필터를 통과한 공기를 다시 자외선으로 살균하고, 침상의 모든 의복과 천을 일회용 플라스틱 시트로 바꾸고 있으며 소독기를 통한 개별 샤워기까지 설치하는 마당에 ‘개방된 형태의 집중치료실’이나 만들고 교차감염의 산실인 공용 처치실이나 만드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당장 화상응급센터 개설했다고 광고하면 전국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데 정말 무슨 생각인지..
이 상태로 센터장이라도 되었다간 동네 병신으로 인증되어 조롱이나 받을게 확실해 보였다.

물론, 화상센터장을 했다고 말하면 취직자리가 조금 더 많아지긴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특수 화상을 보는 유일한 병원의 화상센터장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오오오~’ 해 줄 것이고 나도 경력에 한 줄 더 써넣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난 건강이 안좋은데다 이런 병신같은 형태의 화상센터를 내 이름으로 건립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조롱거리나 될 센터에 내 이름을 새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절대 다른 곳으로 전원시킬 수 없는 화상 중환자를 열 명이나 채워넣어 시체장사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금요일에는 어떻게든 못한다고 버텨볼 생각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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