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는구나…

어제 전기화상 환자 수술을 했다

특고압 설비를 수리하다 다친 분이었는데 심하게 다치셨다. 병원에 오자마자 근막절개를 했고, 수술소견상 절단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환자분은 그래도 최대한 절단하지 않는 쪽으로 치료해 달라고 했고, 어제 괴사조직들을 제거하기 위해 가피절제술을 하러 들어갔다.
엉망이었다. 이미 근육과 말단부위는 괴사가 진행중에 있었고 죽은 살을 깎아내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고 세포액과 혈청만 흘러나왔다. 이 조직은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수술이 끝나고 보호자분들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살릴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보호자분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서둘러 짐을 싸고 퇴근한지 한 10분 되었을까?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와서 보호자분이 급히 면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S모 병원으로의 전원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여기서 살릴 수 없다면 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오늘 수술직후라 전원은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조금 있으면 면담을 해야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설명을 충분히 못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부드럽게 말을 해서 그런 것인지 보호자분들은 이미 죽어버린 사지를 어떻게 잘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벌써 이런 식으로 수차례 전원을 보냈다. 뭐 받는 병원에서야 땡큐지. 적절한 처치를 했지만 살릴 수 없다는 평가를 해줬으니 받아서 보고 못 살린다고 해도 부담이 될 것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산업재해 환자는 심한말로 금싸라기 같은 존재라 일반 의료보험에 비해 보험되는 범위도 훨씬 넓으니 말이다. 난 그냥, 마음이 착잡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많은 전기화상 환자를 봤고 이제 다른건 몰라도 전기화상은 다른 사람들보다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병원의 이름을 보고 떠나니 말이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전기화상은 내가 속한 병원이 한국에서 제일 잘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전기화상을 본지 아주 오래되기도 했고, 그만큼 경험이 쌓인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은 계속 전기화상을 보고 있으니 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아무 투자도 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10년 이상이 흐르며 시설투자와 인력투자를 간과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기화상 하면 우리병원이던 사람들의 생각도 화상하면 S병원이라고 각인이 되었고, 그 동안 꾸준히 환자를 보아왔던 의사들은 다 떠나고 없게 되었다. 이젠 나 혼자 남았다. 어쩌겠는가. 그냥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이 우리병원의 운명인가 싶다. 나역시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는 병원에서 사비를 들여가며 연구를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고 병원은 신포괄 수가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중증화상을 볼 때마다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가 되었다.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병원정책이라는 것은 나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화상환자를 제대로 많이 보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그것도 안될 것이 뻔하니 그냥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그래도 봉급은 나오니까 봉급 나올때까지만 열심히 일해주고, 그 다음은 나도 모르겠다. 다른 병원이나 알아보든지 아니면 요즘 인기가 있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알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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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환자에서의 비타민 D

Rech MA, Colon Hidalgo D, Larson J, Zavala S, Mosier M. Vitamin D in burn-injured patients. Burns 2019;45:32–41. doi:10.1016/j.burns.2018.04.015.

본 논문은 리뷰논문입니다.

비타민 D는 1,25[OH]2D라고도 부르는데요, 다음의 경로를 거쳐 인체에서 활용됩니다.

vitddis

한글로 설명하면 비타민 D의 전구체인 D2는 식사에서, 그리고 D3는 식사나 자외선(UV)을 통해 형성됩니다. 이것이 간에 들어가면 25(OH)D; 25-hydroxyvitamin D가 되고요, 그게 신장에서 1,25[OH]2D; 1,25-dihydroxyvitamin D가 되어서 전신의 비타민 D수용체(VDR)에 작용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비타민 D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소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증가시키며 골 재흡수, 골감소증등에 영향을 끼침
  • 피부의 형성과 피부의 세균저항성을 높임
  • RAAS (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에 negative effect를 보여 혈압을 감소시킴
  •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증식과 조절에 관여함

이러한 비타민 D는 0.03%만이 혈중에 유리상태로 존재하며 88%가 VDR에 결합해 있으며, 나머지가 알부민과 결합해 있다고 합니다. 현재 혈중 비타민 D농도는 아래의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 serum 25(OH)D < 12ng/mL (<30nmol/L) : 각기병과 골연화증 발생증가
  • 12 < serum 25(OH)D < 20ng/mL(30~50nmol/L) : 부족상태
  • 20ng/mL < serum 25(OH)D : 충분한 상태

현재 미국 임상 내분비학회(AACE)에서는 30ng/mL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중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ng/mL미만일 때 부족한 상태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화상에서 비타민 D는 대량의 수액치료에 의해 희석되고, lymphatic flow에 쓸려다니게 됩니다. 결국 알부민의 부족과 기타 여러 단백질의 부족, 그리고 간질부의 부종, 소변으로의 무의미한 배출등으로 인해 유효 비타민 D는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cholecalciferol형태로 근육주사하여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보통 초기 용량으로 540,000IU를 투여하고, 이후 200IU정도를 매일 복용시키거나 90,000IU씩 5개월에 한차례씩 투여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에서 비타민 D의 농도를 충분히 올렸을 때, 장기추적에서 유의한 사망율의 감소를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비타민 D를 충분한 농도로 투여했을 때 근력의 증가, BMD감소의 억제, 흉터형성의 억제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각종연구를 근거로 현재 비타민 D의 보충은 상처 회복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설명하면 비타민 D는 화상 환자에서 입원기간을 단축시키며, 중환자실 입원기간 역시 단축시키고 기계환기치료의 기간단축, 합병증의 억제, 그리고 화상부위 감염과 이식실패율의 감소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화상환자에서 적절한 투여 용량과 기간에 대한 자료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과도한 비타민 D의 투여를 막기 위해 적절한 혈액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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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내비둬

병원의 화상센터장이 공석이라고 한다

약 1개월 전에 갑자기 응급의학과 과장님이 날 불러서 웬일인가 하고 갔는데, 나에게 화상센터장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며칠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 후 거절을 했는데, 이후부터 계속 센터장을 하라고 연락이 오고 사람이 찾아오고 그랬다. 심지어 어제는 부원장님이 직접 찾아와서 화상센터장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고 또 거절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부원장님이 연락을 해서 이번주 금요일에 원장님이 만나자고 했다고 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아니다.
그냥 건강이 안좋아서 그렇다. 인턴 1년과 전공의 4년, 그리고 전문의 5년을 지내면서 계속되는 당직과 수술로 몸이 엄청나게 축이 났고,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요즘도 약을 먹고 진료를 보고 있다. 매일밤 약을 먹고 자도 두 번은 반드시 깨서 방황하다 잠이든다. 이런지 벌써 수 년째가 되고 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낮에 만성 피로와 예민한 감정으로 일을 하다가도 한번씩 욱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혼자 곰곰히 생각해 봤을때 이런 모든 증상은 충분한 휴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고, 불충분한 휴식은 낮은 수면의 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 당직을 서지 않고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약물이나 기호식품을 피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자세한 사정을 직장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 적은 없다. 말 해봐야 득도 되지 않을 것이고, 쓸데없는 소문이 나는것이 싫어서 그랬다. 그래도 분명히 이번 화상센터장 임명 문제때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싹 무시하고 계속 센터장을 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어제 오후에 부원장님이 새로 만들고자 하는 화상센터의 도면을 가지고 오셨는데 그걸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rule

위의 자료는 정부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화상응급센터의 건립 기준인데 중환자실 병상이 8개, 일반입원실의 병상이 30개 이상을 가져야 하며 멸균병상을 2개 가져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설계도는 이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형태였다. 뭐 당장 보기에는 그런가보다 하지만 병원 리모델링에 화상관련 정보를 제공해 줄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하도 뭐라 하기에 찾아본 자료와 비교해보면 말도 안되는 자료였다.
중증화상환자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감염관리’다. 피부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방어기능이 없어진 상태라 어떻게든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나 병원에서 만들어 놓은 기준에는 “개방된 형태”의 중환자 병상 8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개방된 병상이라고?! 몇 년전에 인도(India)에서 건립한 화상센터 논문을 봐도 집중치료실은 전부 격리실이었다. 심지어 각각의 방을 HVAC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형태였다. 근데 정부 기준은 말도 안되는 개방된 병상 8개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고, 가장 흔하게 교차감염이 발생하는 처치실의 운영을 권고하고 있었다.

….이대로 설계가 끝난다면 당연히 화상센터 인증은 받을 수 있겠지만, 어디 광고하기도 창피한 웃기지도 않는 기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화상 전문의 한 명 밖에 없는 우리병원에서 집중치료실에 총 10명의 환자를 보라고 주장하는 경영진 측의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총체표면적 50%가 넘어가는 중증 화상환자의 ‘내’ 사망율은 90%에 달했다. 물론 살아난 사람도 여럿 있기는 했지만 복잡한 상황과 문제 때문에 많은 환자가 사망했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서 열 명을 보라니. 나보고 죽으라고 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주문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중증화상 환자가 내 환자로 3명 이상 있으면 반드시 사망이 발생했다. 3명이면 2명이 사망했고, 4명이면 3명이 사망했다. 운이 좋아 2명이 살아난 경우도 있지만 중증화상 환자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고 진짜 담당의사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환자가 살아나기 때문에 의사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병원은 세 명의 성형외과 의사와 한 명의 외과의사(나)가 있는 상태이고 실제로 중증화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다. 이런 상황에서 도합 열 명이나 되는 화상환자를 받으라고 하는 건 입원시킨 환자들 보고 다 죽으라고 하는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인력의 확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으면서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마인드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화상 응급센터’가 되면 앞으로 더 이상 화상환자를 타병원으로 전원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여기가 무슨 지옥 문턱도 아니고 들어오는 환자보고 다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원장님 자체가 응급실 출신 의사이기 때문에 ‘응급센터’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나라도 원장이 되면 ‘외과 중심의 병원경영 정상화’같은 안이안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았다. 남들은 집중치료실을 전부 격리실로 만들고 헤파필터 설치하고, 헤파필터를 통과한 공기를 다시 자외선으로 살균하고, 침상의 모든 의복과 천을 일회용 플라스틱 시트로 바꾸고 있으며 소독기를 통한 개별 샤워기까지 설치하는 마당에 ‘개방된 형태의 집중치료실’이나 만들고 교차감염의 산실인 공용 처치실이나 만드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당장 화상응급센터 개설했다고 광고하면 전국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데 정말 무슨 생각인지..
이 상태로 센터장이라도 되었다간 동네 병신으로 인증되어 조롱이나 받을게 확실해 보였다.

물론, 화상센터장을 했다고 말하면 취직자리가 조금 더 많아지긴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특수 화상을 보는 유일한 병원의 화상센터장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오오오~’ 해 줄 것이고 나도 경력에 한 줄 더 써넣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난 건강이 안좋은데다 이런 병신같은 형태의 화상센터를 내 이름으로 건립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조롱거리나 될 센터에 내 이름을 새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절대 다른 곳으로 전원시킬 수 없는 화상 중환자를 열 명이나 채워넣어 시체장사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금요일에는 어떻게든 못한다고 버텨볼 생각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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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쁜 하루

큰 수술 하나와 작은 수술 하나, 그리고 외래 한 세션

오늘 내 일정이다. 아침 8시 30분 부터 큰 수술에 들어갔다 점심시간까지 수술을 하고, 그 다음엔 외래가 있다. 그리고 외래가 끝날 즈음에 다시 수술실에 올라가서 작은 수술 하나를 끝내야 한다. 생각보다 빠듯하고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거기다 내일은 외래가 있어서 출근을 해야 하고, 주말 내내 콜 당직(응급실 전화를 받고 전원/입원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원래 이렇게 바쁘지 않았는데 요 며칠간 너무 바쁘다.

대충 2주 전이다. 2주 전에 화상 중환자가 같은 날 두 명이나 왔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나날의 연속이 되었다. 뭐 마음으로는 내 전문분야니 어쩔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가급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니 의무와 욕망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환자가 사망하는 것 보단, 그리고 다른 병원 가는 것 보단 내가 치료하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좀 힘들다. 특히나 이번주 처럼 어제 당직콜 받고, 주말내내 당직콜에다 토요일 외래도 있고 수술이 꽉 잡혀있는 일상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뭐… 돈을 많이 주겠다고 병원에서 그러니 그려러니 하며 받아들이고 있지만 언제나 드는 생각 : 나이들면 혼자서 화상 중환자를 보는 것에 무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다. 그래도 돈을 많이 주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일해야지 뭐.

대학 교수들은 나보다 배로 바쁘고 논문쓰고 학생 교육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살까 가끔 생각해본다. 외래보고 수술하고 학생 교육용 자료 만들고, 시험이나 과제물 확인도 하며 밤에는 연구도 하니까 정말 자기 시간이 없을 텐데 말이다. 삶의 질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혼자 생각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소명의식을 갖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겠지?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빌 따름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일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수술이 엄청나게 잘 되어서 환자 상태가 쑥쑥 좋아지면 좋겠다. 진짜 쑥쑥쑥쑥! 좋아져서 다음주 주말 정도에는 일반병실로 나갈 수 있기를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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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이상한 날이었다

어제 하루동안 수술 6개를 예약했고 입원을 4명 시켰다

1년에 한번 정도 이런 일이 있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었나 보다. 외래환자라고는 고작 11명이 다 였는데 그 중에 절반이 수술이 필요한 환자거나 수술을 원하는 환자였고 그렇게 스케쥴을 잡다보니 여섯건이나  수술이 잡혔고, 맨날 병실없다고 난리인데도 환자를 네 명이나 입원시켰다.

그 중에 특징할만한 건은… 어제 새벽에 연락없이 밀고 들어온 환자였다. 직장에서 불이나 다쳤다고 하는데 소견서에는 총체표면적 30%라고 적혀있었다 하고, 응급의학과 선생은 15%로 판단했다. 그리고… 15%는 중증화상이 아니니까 일반병실로 입원했다는데 오전에 상처를 전부 열어보니 43%였다. 네… 43%. 앞의 두 의사가 전부 틀렸고 환자는 중증화상에 기저질환도 고약한 것을 가지고 있어 중환자실 건수였다. 소독을 마칠때 즈음에 급하게 보호자에게 설명드리고 환자를 집중치료실(중환자실)로 옮겼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묻는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화상을 자주 보는 의사가 아니라면 학교다닐때나 배웠을 ‘9의 법칙’만 알고 있을게 분명하고 당연히 오차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 응급실 의사의 계산 오차가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그날 당직이었던 우리과 전문의 선생이 ‘드레싱이 풀린게 아니라면 굳이 열어보지 말고 입원시켜라’고 했다고 한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좋은 일이었을 것이고, 지시사항이 있으니 그대로 따른 것이라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두 건의 오차로 인해 환자는 일반병실로 올라왔고, 총체표면적을 잘못 계산했으니 당연히 수액이 조금 들어갔을 것이고 이로인해 사망위험율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환자의 입장만을 보면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쩝…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쉽고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직 외과의는 나 배려한다고 전화하지 않은 것이고, 응급실 전문의나 전공의들도 환자 본다고 정신이 없으니 현재와 같은 인력으로는 놓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인력 증강을 말하기도 조심스러운게 1년에 나 혼자서 몇 억의 적자를 내고 있어서 말이다. 최근 발표한 신DRG때문에 그냥 생돈이 나가고 있는게 사실이니까.
여러가지로 속상한 일이 많지만 그냥 참는 능력이 생겨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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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은 힘들어

화상센터장을 제안받았다

사실 지난주에 이런 제안을 받았다. 우리 병원이 마지막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거기 화상센터장으로서 참가해서 리모델링 사업을 끝마치고 화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리모델링도 끝내고 다시 화상을 보는 병원으로서 대외적으로 기지개를 켜자는 뜻인 것 같았다. 며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었고, 어제 하기 싫다는 내용의 편지를 제안한 사람에게 보냈다.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을 상대하고 설득하고 지시하는 것이 싫을 따름이었고, 그런 과정중에 내가 받을 스트레스가 무서운 것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직함을 받아봐야 제대로된 추가임금을 받는 것도 아닐뿐더러 대단한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신경쓸 일만 늘어나고 고생만 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좀 더 일찍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환자가 빠져나가는 이 상황을 미리 확인해서 대책도 세워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그러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아마도 우리병원의 유니크한 특징을 찾다가 도저히 찾을 것이 없으니 다시 화상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 생각한다. 주위 여느병원과 별다른 차별점도 없는 종합병원에서 어떻게든지 차별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싶지만, 이미 환자는 다 떠난 상태이고 아무도 우리 병원이 화상을 본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를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거쳐간 두 세명의 원장중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지원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4년 동안이나 화상센터를 짓겠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전혀 만들어진 것이 없을까. 말 그대로 말만 해놓고 손도 대지 않은 것이겠지. 화상을 보는 사람으로서는 매우 갑갑하고 슬픈 일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화상센터장이 되는 것이 찝찝한 부분은, 내가 사람을 다루고 사람과 협상을 하는 능력이 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뛰어난 대장의 밑에서 일할때는 최고의 직원으로서 업무에 충실할 수 있지만 대장이 되어 버리면 그런 장점은 싹 다 사라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다.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각기 자신에게 맞는 그릇과 옷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걸까. 단지 그걸 말씀드렸을 따름이다.
IT에서 일하는 친한 형은 ‘그래도 결국에는 네가 하게 될 거야’라고 했다. 우리 병원에서 유일하게 외과의사로서 화상을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뭐…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거라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지 피해보고 싶으니 노력은 하고 있다 생각한다. 가능하면 같은 봉급에서 일은 적게 하면 할 수록 좋은 것이고, 스트레스는 최소화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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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글쓰기

어제는 잠을 거의 못 잤다

한 시간에 한번씩 깨면서 아침 6시까지 뒤척였다. 그저께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이상할 정도로 잠을 못자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에 출근했다. 다행히도 운전중에 졸리진 않아서 괜찮았지만 이대로 가면 틀림없이 몸이나 마음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딱 이틀밖에 이러지 않아서 약을 바꿔야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번에 진료볼 때 약을 두 달치 달라고 해서 잔뜩 가지고 있으니 좀 더 참아보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아.. 벌써 몇 년째 약을 먹고 있는데, 거기다 요즘은 조금씩 운동도 하고 식사량도 줄이고 이것 저것 신경도 많이 쓰고 있는데 달라지는게 거의 없어 조금 속상하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 뭐..

최근에 또 실패했지만 결국에는 금연이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금 했다. 어차피 지금 가진 담배가 한 갑 뿐이라 오늘 사지 않으면 자동금연 시작이니까 다시 시도를 해볼까 한다.
정말… 담배는 마약 맞다.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끊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정부의 합법적 마약이라는 말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늘은 수술이 두 건 있다. 하나는 온 몸에 흩어져있는 지방종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화상 환자다. 두 가지 수술중에 어느게 더 힘들것 같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지방종 수술이다. 왜냐면 숫자가 많고 매번 녹는 실로 흉터가 덜 생기게 꼬매야 하니 시간이 엄청나게 든다. 그렇지만 환자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뭐.
두번째 수술도 사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 당뇨 진단 받은지 8년 되었다는데 다친 부분의 감각이 전혀 없다. 혈관조영 씨티도 확인했고 이상이 없는 것은 봤지만 분명히 동맥경화가 심할 것이고 심지어 감각이상으로 제대로 나을지도 의문이 든다. 거기다… 가장 큰 걱정은 신포괄수가제 아래에서는 수술해도 330만원이라 그 돈 안에서 완전히 치료를 마칠 수가 있을지, 그리고 성과급제 계약직인 나의 상황에서 또 마이너스를 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오늘 퇴원하는 환자도 -500만원 나왔다고 적정진료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솔직히 실적문제를 고려하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전문이 화상인데 화상치료는 낙동강에 내다버리고 와야 할 것 같은 상황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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