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모처럼 당직을 섰다

4월 말에 합의된 대로 당직을 섰다. 종전의 당직을 설 때보다 심각하게 힘들었다.
무슨 말이냐면은, 전에 당직을 설 때도 몇 개월에 한 번 있을법한 바쁜 날이 첫 당직에 들이 닥쳤다는 것이다.
질병이 휴일을 타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휴일 따위는 무시하고 아픈게 정석인데, 여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휴일이든지 휴일 마지막 날은 응급실이 붐빈다는 것이다. 열 나는 사람, 머리 아픈 사람, 배 아픈 사람.. 특히나 휴일동안 무얼 그렇게 먹었는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배 아프다고 밀려 들어온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나 보다.

아침부터 대장의 염증(게실염이라는 병이 있다)으로 두 명을 입원시켰는데, 하나는 보통의 대장 염증이 아니라 살짝 빵꾸가 나서 국소 복막염이 되어버린 환자였고, 다른 하나는 보통의 게실염이었는데 입원하고 나서 갑자기 피가 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차하면 수술 할 생각도 하고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을 드렸는데, 환자 보호자들이 전문분야가 대장/항문쪽인 전문의 선생님에게 치료 받고 싶다고 해서 몇 시간에 걸쳐 주위 대학병원에 전원문의를 했다. 거의 두 시간은 소비한 것 같다. 나도 이쪽 일을 하지만, 요즘 야간에 응급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정말 없어서 전원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환자 보호자분과 상의해서 사설 앰블런스로 응급실에 그냥 들이닥쳐 버리는 방법으로 해결을 했다.
당장 이 환자 하나만으로도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는데, 아주 심한 화상 환자도 한 명 내원 해서 한시간 반에 걸쳐 혼자 드레싱(상처 소독)을 했고, 또 입원은 시켜놓고 환자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앞 뒤 안 가리고 무조건 화내는 노인 보호자분을 설득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었다.
정신 다 차리고 보니 밤 11시가 넘어 있었다.

….매 당직마다 이런 식이면 살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모처럼의 당직이었는데 첫 날부터 힘든 날 수준의 일이 쏟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 바로 퇴근하냐면 그것도 아닌지라… 첫 날부터 너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오전에 외래 봐야 하고, 오후에는 어제 입원한 화상 환자 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 끝나면 별 사진 찍으러 가려고 한다. 피곤할 텐데 사진까지 찍으러 가냐고 묻는다면, 이거라도 안 하면 삶이 너무 삭막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다. 잠시라도 세상사를 잊고 하늘만 바라봐야지, 직장-집-직장-집만 하다보면 사람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 그렇다.

하아.. 그나저나 대장/항문 외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야간 당직을 시작한 것은 잘못이 아닌가 싶다. 결국 한밤중에 문제 생겨서 오는 환자 대부분이 대장 쪽의 문제인데, 그 쪽이 커버가 안되는 상황에서 당직을 서봐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 이것 참…. 올 사람도 없고 미칠 노릇이다.
쯧.. 그만 생각하고 일 한 다음에 별 사진이나 찍으러 가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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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잠을 너무 못 잔다

밤새 세 번 깨는 건 이젠 일상이 되었다

어제도 조금 일찍 잠이 들었는데 밤 12시에 깼다. 그로 2시, 3시, 4시에 한번씩 깼고. 환자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환자가 늘고 나서 유독 자다가 깨는 일이 많아졌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이 들고, 낮에도 피곤을 많이 느끼고 있다. 뭐 주관적인 느낌은 잠을 잘 못자니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힘이 드니까 지치고 쉽게 짜증이 나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는 것 같다. 아직 해결해야 하는 환자가 세 명이나 있는데, 신경써서 자료 찾아보고 살펴야 하는데도 자꾸 피하고 싶어진다. 물론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해야할 일을 다 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내 자신을 붙잡아두는데 많은 힘이 든다. 하아… 아무튼 잠을 좀 더 잘 자야하는데 자지 못해서 걱정이다.

어제 낮에는 내가 근무시간동안 무얼 하는지 잠시 생각해봤다. 근무시간에 놀고 있는게 아닌지 문득 궁금해서였다. 그랬는데… 생각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ㅎ;
외래 시간에는 외래를 보고, 외래가 없는 시간에는 수술을 하거나 환자 드레싱을 보고, 또 그 동안 찍은 사진자료를 차트에 붙이고 논문을 읽고 그랬다. 하루 8시간 근무로 되어있는데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고 할까? 지금 받는 봉급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내 분야의 추세를 따라가는 일도 사실은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SCI급 논문이 매달 수십개씩 나오고 있는데 그걸 짬짬이 읽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고, 읽고나서 내용을 정리해 놓는 것도 큰 일이다. 그런데도 꾸준히 그 일을 해오고 있었으니 조금 나 자신에 대해 칭찬을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거의 독학에 가깝게 화상을 공부했는데, 이제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 자신을 가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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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응급실 콜을 받았다

너무 피곤하다. 아침 출근하며 울고 싶었다

아침에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눈 밑에 짙게 깔린 다크써클을 봤다. 분명히 어제 쉬기는 했지만 그냥 온 몸이 힘들고 지친다. 1월달부터 중환자들 때문에 계속 강행군을 하는 느낌이다. 집에서도 매일 컴퓨터로 환자 상태를 보고 있자니 집에 와서도 집에 오지 않은 기분이다. 온 몸이 축축 처지고 그저 드러눕고만 싶은 마음. 이걸 보고 지쳤다고 표현하는게 맞겠지.

총 세 명의 중환자 중에 한 명은 일반병동으로 갔고, 한 명은 상태가 나아졌고, 다른 한 명은 사망하셨다. 지금 신경쓰는 것은 일반병동으로 간 환자와 상태가 나아진 환자인데, 상태가 나아진 환자는 최근에 양쪽 다리의 피부이식을 했지만 세균감염으로 이식실패가 일어나 또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씁쓸하기도 하고 답답한 기분이다. 뭐 1/3이라도 붙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제 상태를 보니 거의 다 녹아버렸다. 환자분께 그 이야기를 드렸더니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일반병동으로 간 환자도 녹록치가 않은 것이, 어제 봉합한 부분이 안정되면 다음주에 팔을 배에다 심어서 근육과 인대를 덮어야 한다. 양쪽 팔을 다 다쳤으니 오른쪽에 3주, 그리고 왼쪽에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다 낫는데까지 대략 8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난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게 되겠지. 뭐 지금 있는 환자들 다 정리되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 말이 되겠다.
환자들의 돈도 돈이지만 내 멘탈도 탈탈 털려나갈걸 생각하니 왠지 온 몸이 아프네.

그래도 뭐… 다 잘 나아서 집에 갈 수 있도록 신경써봐야지. 내가 지치면 환자가 죽더라.

오늘도 ‘넌 슈퍼맨이 아니야’ 라는 말을 떠올리며 힘이나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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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쁜 하루

큰 수술 하나와 작은 수술 하나, 그리고 외래 한 세션

오늘 내 일정이다. 아침 8시 30분 부터 큰 수술에 들어갔다 점심시간까지 수술을 하고, 그 다음엔 외래가 있다. 그리고 외래가 끝날 즈음에 다시 수술실에 올라가서 작은 수술 하나를 끝내야 한다. 생각보다 빠듯하고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거기다 내일은 외래가 있어서 출근을 해야 하고, 주말 내내 콜 당직(응급실 전화를 받고 전원/입원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원래 이렇게 바쁘지 않았는데 요 며칠간 너무 바쁘다.

대충 2주 전이다. 2주 전에 화상 중환자가 같은 날 두 명이나 왔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나날의 연속이 되었다. 뭐 마음으로는 내 전문분야니 어쩔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가급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니 의무와 욕망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환자가 사망하는 것 보단, 그리고 다른 병원 가는 것 보단 내가 치료하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좀 힘들다. 특히나 이번주 처럼 어제 당직콜 받고, 주말내내 당직콜에다 토요일 외래도 있고 수술이 꽉 잡혀있는 일상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뭐… 돈을 많이 주겠다고 병원에서 그러니 그려러니 하며 받아들이고 있지만 언제나 드는 생각 : 나이들면 혼자서 화상 중환자를 보는 것에 무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다. 그래도 돈을 많이 주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일해야지 뭐.

대학 교수들은 나보다 배로 바쁘고 논문쓰고 학생 교육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살까 가끔 생각해본다. 외래보고 수술하고 학생 교육용 자료 만들고, 시험이나 과제물 확인도 하며 밤에는 연구도 하니까 정말 자기 시간이 없을 텐데 말이다. 삶의 질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혼자 생각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소명의식을 갖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겠지?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빌 따름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일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수술이 엄청나게 잘 되어서 환자 상태가 쑥쑥 좋아지면 좋겠다. 진짜 쑥쑥쑥쑥! 좋아져서 다음주 주말 정도에는 일반병실로 나갈 수 있기를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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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못 잤다

어제는 평소보다 좀 더 안좋았다

그래도 평소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했는데, 어제는 한 시간 간격이었다. 어제가 평소와 다른 점이라고는 달랑 30분 실내 자전거를 탄 것 뿐이었는데 그것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시간 간격으로 깼다.
보통 잠에서 깨면 침상에서 일어나 화장실 한 번 가고 다시 침대에 눕는 것이 다였는데, 어제는 웬지모를 불편함에 이 행동을 대략 다섯 번 정도 했다. 육체적 피로보다 심리적 피로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그런데… 어째서 심리적 피로가 생겼을까? 어제도 여느 주간과 같이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말이다. 하아… 좀 깊이 자보고 싶다. 예전처럼 저녁에 눈을 감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

사실 어제 몇 가지 우울한 일이 있었다. 첫째는 지도교수님이 2차 리뷰의 문제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해주지 않았던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리뷰해서 번역을 맡겼다. 그리고 둘째는 작은 사업에 투자한 건이 있었는데 그 사업이 침몰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이유는 역시나 마케팅의 부재. 그리고 투자유치의 실패에 따른 직원 이탈이었다. 현재 딱 한 명만 남아있고 (창업자) 나머지 직원은 다 그만두었다. 사실 얼마전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서비스의 껍질을 만들어주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그만둬 버렸고 몇 달동안 제대로 된 기부 버튼이나 결제 화면조차 만들지를 못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시스템 하부를 만드는 백엔드 개발자가 그만두었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총 5억 정도가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난 전체 투자금의 극히 미미한 수준을 제공했지만 어쨌거나 내 두 달 봉급은 되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다.
창립자는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고는 있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다시 일어서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역시 투자금이 있고, 창립자는 전재산이 들어간 일이니 다시 일어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지만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니까. 개인적으론 내가 너무 안이하게 투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뭐, 이런 일도 있었으니 앞으로는 개인사업에 투자는 안하겠지만 말이다. 조금씩 계속 돈을 벌어들이는 주식이나 계속해야 겠다.

음… 마지막으로, 오늘은 재발 외래 환자도 적고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다.
마음이 피곤해서 시끄러운 일이 안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간이 좀 되면 위키 배움터랑 여기 글이나 업데이트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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