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로를 받았습니다

천체사진을 찍다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하면 잘 찍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설마 4개월 동안 단 한장도 찍지 못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제일 처음에는 천체망원경은 준비가 되었는데 배터리가 없어서 손으로 돌리며 하늘을 관찰했고, 두번째는 영하 10도를 넘는 기온에 깜짝 놀랐으며, 망원경 표면에 흘러내리는 어마어마한 결로에 또 놀랐다. 세번째로 행성 촬영용 카메라로는 성운이나 별을 찍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 별 추적용 가이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 안해서 (결국 USB케이블 문제 였지만) 아무것도 찍지 못한 일이 두 세 차례 있었고, 가이드 카메라는 작동하는데 노출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몰라 망친 사진이 한 번, 그리고 성운은 찍지 못하고 달만 찍고 온 일이 한 번 있었다. 뭐, 구름이 많아서 아무것도 찍지 못한 적은 몇 번이나 있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이제 간신히 망원경 세팅 하는게 조금 익숙해 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벌써 4~5달이 지나버렸다.
그 동안 장비 준비하느라 돈도 많이 썼고, 고생(추워서)도 많이 했다.
최근에는… 원하는 것을 찍고 싶어도 찍지 못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 받고 있고.
“오죽하면 백만원이 넘는 물건이라도 사서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했을까”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천체 망원경은 보통 전체 무게가 30kg을 훌쩍 넘는다. 그리고 관련 부속도 많이 필요하고, 전체 무게가 100kg이 넘는 일도 흔하다. 나역시 30kg가 넘는 천체망원경에, 32kg짜리 납축전지, 그리고 자잘한 물건들을 합치면 100kg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장비를 한밤중에 붉은색 등 하나에 의지해 조립하고 초기화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날씨는 춥지만 하늘이 맑은, 달 조차 뜨지 않는 날 만을 골라서 두 세시간 동안 망원경을 초기화 시키면 간신히 촬영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를 다 해도 촬영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제대로 결과물이 나올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시간 계산을 잘못하면 LRGB필터 중 하나를 찍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망원경을 실수로 툭! 치는 바람에 초기화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거기다 잘 찍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배터리가 다 닳아 버릴 수도 있고 갑자기 구름이 끼어 하늘을 가려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최근에.. 좀 기운이 많이 빠져 있었다. 어느정도 세팅에 자신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네 번의 출사동안 단 한장도 제대로 된 것을 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장비가 너무 싸구려라 그런가?’ ‘난 이 취미랑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정말 수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결국 이런 고민 때문에 칼라 CCD를 주문했지만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돈을 아낄수 있었고. ㅋ
좀 답답한 마음에 평소 내가 자주가는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렸고 전문 사진작가님에게 아래의 답변을 받았다.

조언

같이 촬영을 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내가 낫가림이 심해 스스로 가까이 다다가는 일이 없으니 전혀 몰랐다. 첫 사진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니. 나야 그냥 초점 맞추고 찍으면 나오는 줄 알았지. ㅡㅡ;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실패하는 과정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거치는, ‘내 장비와 친해지는 과정’이라는 말이었다. 뭐 내가 하루가 멀다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질문을 하니 ‘그만 물어보고 니가 직접 연구해봐’라는 의미로 쓰신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겐 조금 기운나게 만드는 댓글이었다. 좀 더 연구해보고 노력해 봐야 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해는 지도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그래도 죽을때까지 이 놀이를 계속한다면 시간은 많은 거니까, 차근차근 한단계씩 밟아나가며 해봐야 겠다. 아직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첫번째 사진을 찍을 것 아냐. 조금 더 기운내고 걸어보기로 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 잘~ 간다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고, 하늘이 맑아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

요즘 제일 신경쓰는 것이 날씨인 것 같다. 물론 일과 관련된 것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날씨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천체사진 찍기, 둘째는 캠핑하기, 셋째는 아마추어 무선 교신하기 이다. 이 중 아마추어 무선이야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천체사진과 캠핑은 날씨가 중요하다. 그리고 특히, 천체사진은 날씨에 극도로 영향을 받는다.
천체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밤에 구름이 없어야 하고, 미세먼지가 적어야 하며, 달이 거의 비추지 않아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1년에 천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가 않다. ‘별보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본 것인데 일년에 우리나라의 청명일은 10일이 될까 말까 한다고 한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거의 매일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일부 천문인들은 차에 장비를 잔뜩 실고는 매일매일 기상예보를 보며 기회를 살핀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그렇게 지낼 수가 없다. 비록 지금은 당직을 서지 않지만 곧 당직이 시작될 것 같고, 환자 상태가 나쁘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돌아와야 하니 기상예보만을 보며 지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내 차의 트렁크에는 망원경 경통을 제외한 장비 일체가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 아 물론 망원경 경통이 들어있지 않으니 무얼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매일 하늘을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웃기는 것은 천체관측 취미를 가지기 전까지 난 하늘을 그리 자주보지 않았던 것 같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땅만 바라보며 생활을 했다. 땅에 무엇이 있든 없든 그냥 땅만 보며 생활을 한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이 취미덕에 하늘을 보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을 보면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니 말이다.

무언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돈이 필요해 하는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 주지도, 기분의 전환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돈이 필요해서 매일 일정시간을 직장에 바치고 돈으로 바꿔오는 생활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취미라는 것은 온전히 나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을텐데 아직 여기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뭐 오늘도 하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잠깐 걸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기

난 추운게 싫다

물론 더운것은 더 싫지만 추운 것 역시 싫다. 손가락 발가락이 차가워지는것은 둘째 치고, 차가운 공기에 더 이상 줄어들 곳도 없는 몸뚱아리가 오그라지며 딱딱해지는 느낌이 싫다. 온 몸이 딱딱해지고 오그라들며 손가락을 펴는 것도 잘 안되고 물건을 잡으면 열을 빼앗기며 아픈 통증을 느끼는 것도 싫다. 지금까지 돌아보면 대략 일곱번 정도 별을 보기위해 짐을 싸서 나갔고, 그 중에 세 번은 사진 촬영을 시도했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것은 마지막 세 번의 관측이었는데, 그 중에 한 번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에게 오는 가장 흔한 변화는 간단한 판단도 쉽게 할 수 없으면서 움직이려고 하면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 몸은 아픈듯한 추위에 굳어가고, 뇌는 점점 느려져서 오직 따뜻한 곳에 들어가 쉬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멋진 천체 사진을 잔뜩 찍어 올리고 있는데 내가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이런 고민속에도 몸이 움직여 지는 것은 내가 ‘해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제는 집에 혼자 누워 왜 안되는지 자꾸 고민하다 글을 올렸는데 그에대해 답변이 아래처럼 붙었다.

lvjts

아무래도 직접 찍은 사진은 거의 올리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해서 이런 답변을 하신 것 같은데, 틀린말이 아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제대로된 사진이라고는 단 한장도 찍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나마 달 사진 두 장 찍은게 있어서 조금은 낫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지만 제대로 된 사진이 아니었으니 할 말이 없다.

솔직히 말해 추운게 싫다. 하지만 추운것 보다 멀쩡하게 장비 사다놓고 아무것도 못하는게 더 싫을 따름이다.
망원경 장비는 처음 구매하는 거라 잘못 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그렇다고 다른 망원경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별보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의 저자도 말했듯이 내가 내 망원경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고 다음을 생각하려고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문제다. 당장 플랫(Flat) 이미지를 얻으려고 해도 집에서 망원경을 전부 펼쳐야 하고 아내님의 따가운 눈빛을 느껴야 하고, 시민박명 시간에 나가서 촬영을 하기 위해선 휴가를 내야 한다. 이런저런 문제를 생각하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지 해보려고 한다. 비록 내 망원경이 충분히 밝지 않아 사진 촬영에 부적합하다고 해도, 장비가 영 시원찮아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장비를 구입하고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과 실습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장비는 아직 제대로 운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틀림없다고 위안을 삼고 싶다. 뭔가 까다롭고 복잡한 장비를 샀다는 식으로 말이다. Skyris 236M이 영 시원찮은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내게는 하나뿐인 소중한 카메라이고, 이걸로 행성 사진은 충분히 찍을 수 있으며, 심지어 오토가이더로서 사용할 수 도 있다고 했다. 제작자의 이런 말을 믿고 열심히 시도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쉬지않고 별을 관찰한 사람들을 생각했을때 아직 시간은 많고 내게는 충분한 장비가 있다 믿으려고 한다. 그러니 이번주에 다시 시도를 해보자. 다행이도 달이 어느정도 드러나기 시작해서 이번주 금요일 밤에는 촬영이 잘 될 것 같다. 최대한 극축 정렬을 정확하게 하고 달의 여러 부분을 사진으로 담아보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천체관측이 나에게 좋은 점

밤에 별을 보러 밖에 나가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별을 보러 나가 본다. 이미 겨울이 가까워진 시점이라 6시만 되면 주위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자동차 전조등에 의존해 관측지까지 가야 한다. 도착한 관측지에선 인공적인 빛이라고는 내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 밖에 없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별을 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하늘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것도 내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없다. 주위는 가끔 들려오는 동물의 울음소리 뿐이고 내가 시끄럽게 움직이거나 렌턴을 켜지 않는 이상 고요하고 가슴을 꽉 조이는 어둠밖에 없다. 이게 내가 별을 관찰하기 위해 나왔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조용하고, 어둡고, 그래서 아늑한 느낌.
사실 별을 관찰한다는 것이 고가의 망원경과 대단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피스에 눈을 대보면 보이는 영상은 그저그런 작은 반짝이는 점 하나가 전부이다. 별이라는 것은 너무나 멀리 있기 때문에 천체망원경으로 200배 확대를 해도 점이고, 400배 확대를 해도 점이다. 그럼에도 천체망원경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 점이 조금 선명하고 더 밝게 보인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내게 천체관측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취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도 없고 고요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눈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마음껏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천체관측의 묘미인 것 같다. 물론, 조금 재주가 늘어 황도 12궁의 별을 모두 관찰한다거나 메시에 목록에 있는 성운들을 관찰한다거나 NGC 목록에 있는 것들까지 모두 관찰할 수도 있고 때로는 기능이 좋은 카메라를 이용해 이런 별자리들은 예쁘게 촬영하는 것도 하나의 기쁨일 것이다.
사실 그냥 혼자 있어서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치이며 있을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내는 평범한 자극 – 소리, 빛, 움직임 – 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나 자신만 바라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렇게 혼자 있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떠오른 생각에 대해 이것 저것 깊은 고민을 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에게 별보기는 꽤나 좋은 취미인 것 같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 빼곤 말이다. ㅎ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