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슬프다

이번주 금요일 밤의 날씨가 매우 좋다

구름도 하나 없고 맑은 날씨라고 한다. 그런데 토요일은 구름많고 어둡고..
마음 같아서는 금요일 밤에 별을 보러 가고 싶지만 그 날은 당직이라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슬프다. 다음주 월요일 근무가 있으니 일요일 밤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라고는 토요일 밤이 전부일 것 같은데 토요일 날씨가 안좋으니까.
어쩌겠는가. 날씨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근무 역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저 다음주에는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한 주를 또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보인다.

취미로 천체관측 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 같은 아마추어들은 1년에 많아야 7~12번 가면 다행이라고 했다. 일상생활도 해야 하고 날씨도 좋아야 하고, 월령도 맞아야 하니 그만큼 기회가 없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 한국이 청명일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에휴.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꾸 생각하면 슬프니까 말이다.

우리과 선생님 중에 한 분은 스쿠버 다이빙(SCUBA)를 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 분도 1년에 몇 번 못 나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고 싶어도 장기간 휴가를 내기가 어렵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니까 말이다.
어찌보면 천체사진도 비슷한 것 같다. 장비는 엄청나게 비싸고 신경쓸 일이 아주 많지만 그에 반해 실제로 촬영을 나갈 수 있는 날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나도 참. 어쩌자고 이런 취미를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일 장비만 끌어안고 정비만 하고 있으니 조금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천체사진 찍으며 하나 새로운 사실을 배운게 있다면, 우리가 그냥 하늘이라고 부르는 곳에 이렇게 멋지고 신비한 은하나 성단 같은 것이 잔뜩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물론 확대를 좀 해서 봐야 보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하늘 위에 원반처럼 생긴 은하나 동그란 성단들, 그리고 가스덩이 성운들이 잔뜩 있다는 거잖아. 그게 요즘은 너무 신기하고 재미 있더라. 아마.. 다른 분들도 이런 마음 때문에 천체사진 찍고 천체관측 하고 그러는 것 같다.

날씨는 바뀌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요즘 일기예보가 워낙 정확해서 한번 정해지면 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아마 이번주도 허탕을 치겠지.
그래도 기운내서 다음주를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그냥 그렇고 그런..

요즘 컨디션이 또 안좋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계속 우울할 뿐이다. 어제부터 오늘 사이에는 살아서 무얼하나 하는 생각이 끝임없이 들어서 힘들었다. 일을 할 때나 부모님 집을 다녀올때도 계속 머릿속에서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생각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흘러들어와 그 생각을 무시하는데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이상한 것은 예전엔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면 잠도 안오고, 자도 계속 깨서 힘들었는데 요즘은 잠은 잘 오는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든다는 정도일까? 아무튼 힘든건 마찬가지니까.

지난 월요일에는 기분이 하도 안좋아서 혼자 바다를 보고 왔다. 양양에서 조금 더 가면 있는 낙산해변이라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한 시간 정도 있다 돌아왔다.

날씨만… 참 좋더라.
돌아오는 길에 순대국밥을 먹었다 속이 안좋아서 내내 고생하고… 아무튼 그랬다.

마음이 안좋은 이유를 알고 있지만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아니 매번 이런 식으로 마음에 상처를 남기며 기대하고 포기하는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이번에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더 나아지지 않는 거겠지.
그냥… 씁쓸하다.

아무튼 그렇다.
요즘은.. 좋은 내용의 글을 쓸 수가 없네.

또 가는구나…

어제 전기화상 환자 수술을 했다

특고압 설비를 수리하다 다친 분이었는데 심하게 다치셨다. 병원에 오자마자 근막절개를 했고, 수술소견상 절단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환자분은 그래도 최대한 절단하지 않는 쪽으로 치료해 달라고 했고, 어제 괴사조직들을 제거하기 위해 가피절제술을 하러 들어갔다.
엉망이었다. 이미 근육과 말단부위는 괴사가 진행중에 있었고 죽은 살을 깎아내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고 세포액과 혈청만 흘러나왔다. 이 조직은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수술이 끝나고 보호자분들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살릴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보호자분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서둘러 짐을 싸고 퇴근한지 한 10분 되었을까?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와서 보호자분이 급히 면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S모 병원으로의 전원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여기서 살릴 수 없다면 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오늘 수술직후라 전원은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조금 있으면 면담을 해야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설명을 충분히 못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부드럽게 말을 해서 그런 것인지 보호자분들은 이미 죽어버린 사지를 어떻게 잘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벌써 이런 식으로 수차례 전원을 보냈다. 뭐 받는 병원에서야 땡큐지. 적절한 처치를 했지만 살릴 수 없다는 평가를 해줬으니 받아서 보고 못 살린다고 해도 부담이 될 것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산업재해 환자는 심한말로 금싸라기 같은 존재라 일반 의료보험에 비해 보험되는 범위도 훨씬 넓으니 말이다. 난 그냥, 마음이 착잡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많은 전기화상 환자를 봤고 이제 다른건 몰라도 전기화상은 다른 사람들보다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병원의 이름을 보고 떠나니 말이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전기화상은 내가 속한 병원이 한국에서 제일 잘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전기화상을 본지 아주 오래되기도 했고, 그만큼 경험이 쌓인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은 계속 전기화상을 보고 있으니 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아무 투자도 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10년 이상이 흐르며 시설투자와 인력투자를 간과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기화상 하면 우리병원이던 사람들의 생각도 화상하면 S병원이라고 각인이 되었고, 그 동안 꾸준히 환자를 보아왔던 의사들은 다 떠나고 없게 되었다. 이젠 나 혼자 남았다. 어쩌겠는가. 그냥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이 우리병원의 운명인가 싶다. 나역시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는 병원에서 사비를 들여가며 연구를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고 병원은 신포괄 수가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중증화상을 볼 때마다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가 되었다.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병원정책이라는 것은 나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화상환자를 제대로 많이 보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그것도 안될 것이 뻔하니 그냥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그래도 봉급은 나오니까 봉급 나올때까지만 열심히 일해주고, 그 다음은 나도 모르겠다. 다른 병원이나 알아보든지 아니면 요즘 인기가 있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알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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