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응급실 콜을 받았다

너무 피곤하다. 아침 출근하며 울고 싶었다

아침에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눈 밑에 짙게 깔린 다크써클을 봤다. 분명히 어제 쉬기는 했지만 그냥 온 몸이 힘들고 지친다. 1월달부터 중환자들 때문에 계속 강행군을 하는 느낌이다. 집에서도 매일 컴퓨터로 환자 상태를 보고 있자니 집에 와서도 집에 오지 않은 기분이다. 온 몸이 축축 처지고 그저 드러눕고만 싶은 마음. 이걸 보고 지쳤다고 표현하는게 맞겠지.

총 세 명의 중환자 중에 한 명은 일반병동으로 갔고, 한 명은 상태가 나아졌고, 다른 한 명은 사망하셨다. 지금 신경쓰는 것은 일반병동으로 간 환자와 상태가 나아진 환자인데, 상태가 나아진 환자는 최근에 양쪽 다리의 피부이식을 했지만 세균감염으로 이식실패가 일어나 또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씁쓸하기도 하고 답답한 기분이다. 뭐 1/3이라도 붙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제 상태를 보니 거의 다 녹아버렸다. 환자분께 그 이야기를 드렸더니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일반병동으로 간 환자도 녹록치가 않은 것이, 어제 봉합한 부분이 안정되면 다음주에 팔을 배에다 심어서 근육과 인대를 덮어야 한다. 양쪽 팔을 다 다쳤으니 오른쪽에 3주, 그리고 왼쪽에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다 낫는데까지 대략 8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난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게 되겠지. 뭐 지금 있는 환자들 다 정리되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 말이 되겠다.
환자들의 돈도 돈이지만 내 멘탈도 탈탈 털려나갈걸 생각하니 왠지 온 몸이 아프네.

그래도 뭐… 다 잘 나아서 집에 갈 수 있도록 신경써봐야지. 내가 지치면 환자가 죽더라.

오늘도 ‘넌 슈퍼맨이 아니야’ 라는 말을 떠올리며 힘이나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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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돌아오는 월요일

지난 주말은 뭐하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 잠자고 술만 마신 것 같다. 뭐 이렇게 말하면 알코올 중독 같아 보이겠지만, 토요일에 술 먹고 잠들었다는 말이다. ㅋ
금요일에 퇴근하려는데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퇴근했고, 그렇게 집에 와서 잠시 이런저런 것들 정리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들었는데 그 사이에 환자분이 사망하셨다. 이 소식을 일요일 오전에 알게 되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그래도 버티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나이는 화상에서 최상위 위험인자인지 나이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신 것 같았다.
백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망 후 발생할 보호자분들의 항의나 민원등에 대한 생각도 했고, 의학적으로는 어째서 사망했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지금 환자 상태를 되새겨봐도 딱히 답이 안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폐색전증을 앓았던 분이라고 하더라도 혈액검사상 급격한 혈압감소와 함께 동맥혈산소분석상의 산소감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기각인 것이고, 심근효소 수치가 사망직전까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심근경색도 기각인 것이고, 탈수라고 말하기에는 사망전 2일간 충분한, 어쩌면 다소 많은 수액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기각이다. 마지막으로 패혈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하기에는 항생제 변경이 있었으며, 전방위 항생제를 사망 48시간 전부터 투여했으니 그것도 아니겠지. 결국 남는 것은 급성 심부전에 의한 사망 정도만 남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동맥혈 산소분석 상에 산증이 보이지 않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왜 사망하셨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딱히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중증화상 보는 의사라고는 이 병원에 딱 하나, 나 혼자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저 혼자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하며 환자의 상태에 대해 복기하는 방법밖에 없겠지.
내 친구들은 나보고 ‘넌 슈퍼맨이 아니니까 무리하지 마라’고 다독여 줬고 나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이제는 너무 힘들다.

1월달 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망할 병원은 아직도 당직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병원에 남아서 일을 하는 경우에 대한 추가임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문간호사들도 야간에 남아있는게 돈이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를 생각한다며 아무 임금도 받지 못하며 병원에 남아있는 것도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평범하게 봉급받는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병원이 환자를 담보삼아 위협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게 좋은 일일까..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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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깼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겸 카구라를 보고 가자

카구라(神楽)는 일본 신도에서 신에게 바치는 춤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으론 신사마다 대동소이하고 이세신궁 카구라가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데, 뭐 그렇다고 대단한 차이는 못 느끼겠다.
위 동영상의 경우 아주 잘 한다고는 못할 것 같은데 아무튼 일반적인 카구라를 보여주고 있다.

아… 뭐 카구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그냥 생각난 김에 동영상 찾아서 본 것 뿐이다.

그저께는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우선 센터장에 대한 건은 선수를 쳐서 내가 안하기로 했다. 뭐 처음부터 끝까지 칭병으로 성공적인 방어를 했지만 같이 갔던 성형외과 선생님 입장에서는 짜증이 많이 났겠지. 나야 내가 안하면 되었기 때문에 남에게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신경쓰지 않을 상황이었고 내 입장에서는 잘 피했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렇게 방어에 성공하고 나니 내 고민의 절반이 증발하는 쾌감을 느꼈다.
두번째는 밤에 별을 보러 갔다가 허탕을 쳤다는 것이다. 퇴근하자마자 차를 몰고 강원도 철원까지 1.5시간을 달려 백마고지 전적지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도착해서 보니 아무래도 나와 같은 의도로 온 것 같은 차가 한대 서 있었고, 약간의 짐을 차 앞쪽 빈 공간에 내려놓은 것을 보았다. ‘우와 오늘은 정말 보기 드물게 다른 분하고 같이 별사진을 찍겠구나’ 하면서 차를 세웠는데 웬걸. 하늘에 구름이 가득 차 있었다. 일기예보나 위성사진에서 밤에는 맑을 거라는 예보가 있어 일단 삼각대와 마운트만 설치해 놓고 세 시간을 기다렸다. 날씨는 기다려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슬슬 허리가 시큰거렸다. 몸살이었을까? 도저히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 밤 10시가 되어 짐을 챙기고 출발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쉬웠던 점은 출발하고 나니 하늘이 맑아져 많은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밤 10시에 별이 보여도 새벽까지 촬영을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대로 집을 향했다. 또다시 1.5시간 동안 운전을 했고, 오늘은 Jeep을 모는 음주운전이 강하게 의심되는 인간을 만나 조심해서 추월하고 집에 도착했다.

1년은 365일이고 한국에서 밤하늘이 맑은 청명일은 10~20일이 전부라고 들었다. 그리고 또한 1년은 54주이며, 주말에만 나갈 수 있으니 많아야 54번 출사를 나갈 수 있다. 이 두가지가 완벽하 맞아 떨어질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렇게 따지만 난 별을 보러 가고 싶어도 쉽사리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쩌겠는가. 날씨에 영향을 받는 취미라는 것이 원래 이런것을. 다만 장비는 시간이 가면 낡아가는데 그만한 가치를 뽑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뭐..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아무튼 다시 좀 자야겠다. 새벽 네 시에 잠에서 깨어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그다지 건강에 좋아보이진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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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심하다

일단 어제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했지만 중간에 전문 간호사 한 명이 더 와줘서 훨씬 수월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2일전 수술할 때는 ‘아..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꾸욱 잘 참고 침착하게 끝냈다. 뭐… 앞으로 어찌될 지는 환자에게 달려 있는 거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받는 문제는 환자와 관련된 것들이 아니라 병원 행정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우선 어제 수술한 환자의 2회 수술료 중에 ‘재료비’만 3,000만원이 나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오예! 돈 벌었다!”가 아니라 병원이 먹는 돈도 아니고 내가 먹는 돈도 아니고 순수하게 재료상에게 재료를 받아 가격 그대로 환자에게 제공하는 재료비가 3,000만원 나왔다는 것이다. 이건… 불행하게도 정부에서 전혀 부담을 해주지 않는 부분이고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아침에 이 이야기를 원무과 입원담당 직원에게 알려주니 입을 앙 다물었다. 이런 일 있으면 미리 좀 알려달라는 아쉬운 소리에 미안하다고 굽신굽신 한 후 자리를 옮겼다.
분명히 난 방금 ‘재료비’만 3,000만원이라고 했다. 그래. 지금까지 입원해서 들어간 전체 금액이 이미 5,000만원에 달하고 있다는 소리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맞벌이 부부의 남편인 이 사람이 과연 이 돈을 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뭐 정부에서 ‘재난적 의료비’라는 것을 2,000만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재난에 가까운 돈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이게 과태료 같은 것이었다면 시청 앞에서 드러누워 버릴만한 돈이다.

사실 오늘 제일 힘들었던 것은 이 환자의 의료비 문제로 사회사업실부터 원무과까지 뛰어다닌 것도 아니고, 동일한 화상범위의 고령 환자가 나타나 내 명절이 엉망이 된 것도 아니었다.
어제도 이야기 했지만 센터장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원장 만날 생각에 하루종일 머리가 복잡하고 짜증이 났다. 만나서 뭐라고 이야기 할까,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이렇게 말할때는 뭐라고 대답할까 등등의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를 뒤흔들었다. 진짜 어제는 이 문제로 자다가 꿈까지 꿨고 밤새 네 번이나 일어나 이 생각을 했다.
진심으로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시키려는 이유를 모르겠고, 불편하디 불편한 자리까지 불러내 먹구멍에 넘어가지도 않을 식사를 하며 계속 부정어를 뿜어내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 난 단 한푼도 대장질 할 생각이 없고, 이런 무의미한 주제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잠을 설치고 싶지도 않다. 말 그대로 권력과 담을 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하며 주는 봉급 받으며 살고 싶은데 진짜 사람 가만 두지를 않는다.

진짜… 내일 점심때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고 더 이상 이딴 일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기를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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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내비둬

병원의 화상센터장이 공석이라고 한다

약 1개월 전에 갑자기 응급의학과 과장님이 날 불러서 웬일인가 하고 갔는데, 나에게 화상센터장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며칠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 후 거절을 했는데, 이후부터 계속 센터장을 하라고 연락이 오고 사람이 찾아오고 그랬다. 심지어 어제는 부원장님이 직접 찾아와서 화상센터장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고 또 거절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부원장님이 연락을 해서 이번주 금요일에 원장님이 만나자고 했다고 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아니다.
그냥 건강이 안좋아서 그렇다. 인턴 1년과 전공의 4년, 그리고 전문의 5년을 지내면서 계속되는 당직과 수술로 몸이 엄청나게 축이 났고,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요즘도 약을 먹고 진료를 보고 있다. 매일밤 약을 먹고 자도 두 번은 반드시 깨서 방황하다 잠이든다. 이런지 벌써 수 년째가 되고 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낮에 만성 피로와 예민한 감정으로 일을 하다가도 한번씩 욱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혼자 곰곰히 생각해 봤을때 이런 모든 증상은 충분한 휴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고, 불충분한 휴식은 낮은 수면의 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 당직을 서지 않고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약물이나 기호식품을 피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자세한 사정을 직장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 적은 없다. 말 해봐야 득도 되지 않을 것이고, 쓸데없는 소문이 나는것이 싫어서 그랬다. 그래도 분명히 이번 화상센터장 임명 문제때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싹 무시하고 계속 센터장을 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어제 오후에 부원장님이 새로 만들고자 하는 화상센터의 도면을 가지고 오셨는데 그걸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rule

위의 자료는 정부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화상응급센터의 건립 기준인데 중환자실 병상이 8개, 일반입원실의 병상이 30개 이상을 가져야 하며 멸균병상을 2개 가져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설계도는 이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형태였다. 뭐 당장 보기에는 그런가보다 하지만 병원 리모델링에 화상관련 정보를 제공해 줄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하도 뭐라 하기에 찾아본 자료와 비교해보면 말도 안되는 자료였다.
중증화상환자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감염관리’다. 피부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방어기능이 없어진 상태라 어떻게든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나 병원에서 만들어 놓은 기준에는 “개방된 형태”의 중환자 병상 8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개방된 병상이라고?! 몇 년전에 인도(India)에서 건립한 화상센터 논문을 봐도 집중치료실은 전부 격리실이었다. 심지어 각각의 방을 HVAC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형태였다. 근데 정부 기준은 말도 안되는 개방된 병상 8개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고, 가장 흔하게 교차감염이 발생하는 처치실의 운영을 권고하고 있었다.

….이대로 설계가 끝난다면 당연히 화상센터 인증은 받을 수 있겠지만, 어디 광고하기도 창피한 웃기지도 않는 기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화상 전문의 한 명 밖에 없는 우리병원에서 집중치료실에 총 10명의 환자를 보라고 주장하는 경영진 측의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총체표면적 50%가 넘어가는 중증 화상환자의 ‘내’ 사망율은 90%에 달했다. 물론 살아난 사람도 여럿 있기는 했지만 복잡한 상황과 문제 때문에 많은 환자가 사망했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서 열 명을 보라니. 나보고 죽으라고 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주문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중증화상 환자가 내 환자로 3명 이상 있으면 반드시 사망이 발생했다. 3명이면 2명이 사망했고, 4명이면 3명이 사망했다. 운이 좋아 2명이 살아난 경우도 있지만 중증화상 환자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고 진짜 담당의사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환자가 살아나기 때문에 의사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병원은 세 명의 성형외과 의사와 한 명의 외과의사(나)가 있는 상태이고 실제로 중증화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다. 이런 상황에서 도합 열 명이나 되는 화상환자를 받으라고 하는 건 입원시킨 환자들 보고 다 죽으라고 하는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인력의 확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으면서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마인드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화상 응급센터’가 되면 앞으로 더 이상 화상환자를 타병원으로 전원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여기가 무슨 지옥 문턱도 아니고 들어오는 환자보고 다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원장님 자체가 응급실 출신 의사이기 때문에 ‘응급센터’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나라도 원장이 되면 ‘외과 중심의 병원경영 정상화’같은 안이안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았다. 남들은 집중치료실을 전부 격리실로 만들고 헤파필터 설치하고, 헤파필터를 통과한 공기를 다시 자외선으로 살균하고, 침상의 모든 의복과 천을 일회용 플라스틱 시트로 바꾸고 있으며 소독기를 통한 개별 샤워기까지 설치하는 마당에 ‘개방된 형태의 집중치료실’이나 만들고 교차감염의 산실인 공용 처치실이나 만드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당장 화상응급센터 개설했다고 광고하면 전국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데 정말 무슨 생각인지..
이 상태로 센터장이라도 되었다간 동네 병신으로 인증되어 조롱이나 받을게 확실해 보였다.

물론, 화상센터장을 했다고 말하면 취직자리가 조금 더 많아지긴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특수 화상을 보는 유일한 병원의 화상센터장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오오오~’ 해 줄 것이고 나도 경력에 한 줄 더 써넣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난 건강이 안좋은데다 이런 병신같은 형태의 화상센터를 내 이름으로 건립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조롱거리나 될 센터에 내 이름을 새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절대 다른 곳으로 전원시킬 수 없는 화상 중환자를 열 명이나 채워넣어 시체장사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금요일에는 어떻게든 못한다고 버텨볼 생각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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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광고비

어제 외래가 끝날 즈음에 영업사원이 한 분 오셨다

뭐 일상적인 일들을 이야기하며 최근 특정 재료의 사용량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물어 ‘환자들이 다 떠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소독치료 하고나면 꼭 환자들이 “XX병원 가고 싶어요” 해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로인해 치료재료의 사용이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담당 영업사원은 모 과에서 ‘외과가 요즘 당직을 안서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줄어서 그렇다’고 이야기 했다는데 그건 틀릴 말이고 화상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하면 내가 바로 나가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광고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병원의 1년 광고비는 내가 아는 바로는 2.5억에서 3.2억, 그리고 2018년에는 4.3억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큰 돈인지 작은 돈인지 난 잘 몰라서 우리병원이 광고비에 대해 너무 적은 돈을 쓰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 금액을 이야기했다. 이에 영업사원은 어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몇 병상 병원이었죠?”

“480병상 정도 됩니다.”

“그런데도 3억이라고요? 허허…. 과장님, 강남의 1인이 하는 성형외과 의원도 1년에 5억에서 10억의 광고비를 지출합니다. 그런데 500병상 규모의 병원이 1년에 3억이라고요?”

“………;;;;;”

영업사원(사실은 개인기업의 사장님이다)은 우리병원의 광고비 지출이 터무니 없다고 말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통상 압구정동 성형외과도 1년에 5~10억의 광고비 지출을 하는데 3억이면 병원의 환자 안내용 브로셔 (두 번에서 세 번 접어진 그 종이) 만드는 돈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 최소 현재 지출액의 열 배는 써야 광고효과가 있으며 다른 종합병원들도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할 말이 없어 ‘우리병원은 공기업의 성격이 강해 광고비 지출도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끝을 내었다.

사실 우리 병원의 입지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반경 5km내에 병원이 세 곳, 크게는 네 곳 있는 형국이지만 인구가 122만명이나 살고 있고 입지조건이 좋은 병원 중 하나는 일반인들에게 평이 매우 안좋고, 다른 하나는 대학병원인 관계로 툭하면 환자를 쏘아버리기 때문에 실제 형세는 1:1 구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 유동인구만 수 만에 달하는 지하철이 있고, 거기서 마을버스 타고 세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곳에 병원이 있으니 당연히 조금만 노력하면 환자가 미어터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환자가 적은 것은 광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영업사원에게 하나 배운 것이다. 광고일 하는 친구가 ‘광고는 들어간 만큼 반드시 효과가 나와’라고 했었고, 아는 선생님은 ‘광고에 들어간 만큼, 딱 그만큼 환자가 늘더라’하던데 우리 병원은 광고에 너무 인색한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 의사들보고 아무리 환자 많이 보라고 해도 환자가 늘릴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의료법은 환자 유인행위를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고 병원 안에서 돌아가는 의사라는 기계는 병원에 온 환자를 보는 것이지, 병원에 오지 않은 환자를 유인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병원의 광고비 지출은 매출에 극히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 병원은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에휴.. 말하면 무얼하나. 말하면 불평쟁이로 낙인이나 찍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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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하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어제 병원의 전체 전문의 회의가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고, 끝나기 전에 몇 가지 알림사항을 보직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이야기했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병원 심폐소생술위원회에서 회의를 한 결과를 알려주는 내용이었는데 요지는 이렇다.

현재 코드블루(심정지 상황)가 발생하면 응급의학과를 위시한 의료진이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하다보니 내과계는 큰 문제가 없는데 외과계는 담당 주치의가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대해 논의하였고 아래의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심폐소생술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 주치의는 꼭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에대한 조치에 대해 생각하겠다.”

내용이야 뭐 의사로서 도리를 지켜라 같은 것이었지만 한 전문의 선생님이 손을 들고 의견을 말했다. “그래서 돈은요..? 호출비는 줍니까?” 이에대해 심폐소생술 위원회 위원장이 그랬다. “심폐소생술 상황에 대한 논의에서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좀 그렇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항은 우리 위원회의 범위를 넘어선다.”

뭐 당장 이야기만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나도 조금 할 말이 생겼고, 그렇지만 퇴근시간이 이미 한참 지난 관계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끝냈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며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다음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 심정지 상황에 주치의가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도의적인 면에서는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미 퇴근을 한 사람도 나와서 보라고 하는것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에따른 보상이 필요한 문제인데 심폐소생술 위원회는 그걸 싹 무시하고 ‘자신들의 일이 아니므로 모른다’고 답을 했다. 현재 정규직으로 되어있는 주치의 선생님들은 이런 일이 발생했을때 병원에 오면 다만 몇 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계약직 의사들은 먼 길을 달려 병원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십원짜리 한 푼 받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지방에 있어 몇 시간이 걸려 간신히 도착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담당환자의 심정지가 발생하면 병원에 나오라는 것은 의사의 도덕성을 미끼 삼아 행하는 병원의 횡포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의사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그렇다면 당신은 한 1년 정도 무급으로 직장을 다녀 보시라.

둘째, 심폐소생술 위원회가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을시 그에 따른 제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말이다. 추가노동에 따른 보상을 논할 수 없는 주체가 제재라는 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해당 주체가 보상을 논할 수 없다면 벌도 논할 수 없다는 뜻이고 이에대해 아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제재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월권을 한다는 뜻이거나 가짜정책을 생산한다는 뜻이 되니 문제일 수밖에 없다.
결국 권고는 할 수 있으나 제재는 할 수 없는, 권한이 없는 주체라는 말이다.

셋째, 집에 있는 의사를 담당 주치의라는 이유로 불러내야 한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을 고려해야 했는데 이에대해 아무 정책도 정하지 않은 채 이 내용을 발표했다. 이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병원이든 회사든 어떤 정책이 인사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상과 벌에 대해 고려를 해야하고 그 모든 논의가 끝난 후 직장 책임자의 결제를 받아 발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폐소생술 위원회는 이런 문제는 모두 생략하고 이 내용을 발표했다. 다시 말해 아직 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행정적인 부분에서 생각해보면 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직원들의 혼란과 불안감만을 가중시키는 행위이므로 당연히 지양해야 하는데 심폐소생술 위원회는 그걸 무시했다.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다. 이걸 사내게시판이든 의사들 단체 카톡방이든 어디다 올릴지 말 지는 좀 더 생각해야 겠지만 내 생각으론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담당 주치의가 나오라는 말은 내과계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나와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되고, 내과계는 전공의가 있는 과가 있으니 전문의가 안 나와도 된다고 한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부분은 생각한 적 있는지 모르겠다.
심폐소생술 위원회가 무슨 뜻으로,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꺼낸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발표가 아니었나 싶다. 뭐… 원장이 응급의학과에서 나왔으니 기세가 좋은 것은 이해를 하지만, 이건 좀 잘못된 것 같아 여기다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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