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2 오리온 대성운 (Orion Nebula)

정식 이름은 오리온 성운(Orion Nebula) 인데 워낙 큼직하고 휘황찬란해서 대성운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위치는 오리온 자리의 허리띠 아랫 부분인데 모양도 그렇고 뭐랄까… 오리온 고추같은 느낌이다. (?!)

어제도 백마고지 전적지에 5시 30분 즈음에 도착해서 이것 저것 준비하고 밤 11시까지 기다렸다. 아직 오리온 대성운이 빨리 나타날 시기는 아니라 거의 4시간은 기다린 것 같다.
추웠다. 춥고 졸리고. 나 말고는 돕소니언식 망원경으로 안시관측하며 은하수를 찍으러 오신 두 명이 있었고, 30분 내외로 잠시 사진 촬영만 하고 간 사람들이 두 팀 있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천체 대상물 촬영은 대략 53장 정도 찍었고 그 외에 이미지 프로세싱에 필요한 지표들을 찍으며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솔직히 어제는 잠을 잘 못 자서 2시간 정도 잤는지 마는지 그랬다. 평소보다 조금 힘들었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는데 다음번 촬영시기는 11월 중순이라 그때는 어떻게 견딜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살이 찌니 몸에 맞는 옷도 잘 없고 아무튼 걱정이다.

사실 어제 가장 큰 수확은 그 동안 끝임없이 날 고통받게 했던 자동 추적기능(Auto-guiding) 문제를 드디어 해결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PHD2라는 추적 프로그램을 썼는데 이 프로그램의 자동추적 기능을 켜기만 하면 적도의가 끝임없이 좌/우 위/아래로 요동쳐서 사진이 전부 흔들리며 찍혔다. 그래서 지난번에 처음으로 성공한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자동 추적기능을 꺼놓고 촬영을 한 것이다.
이 문제로 일주일 내내 골머리를 앓다가 PHD2 소프트웨어의 전체 메뉴얼과 내 천체망원경 적도의의 설명서 전체를 샅샅이 읽었다. 사실 그리고 나서도 정작 어제 가이딩을 시작하니 또 적도의가 날뛰어 한참을 고민하다 원인을 찾아냈다.

“오토 가이딩 시작 전에 반드시 교정(칼리브레이션)을 초기화 한 후 새로 교정해야 함”

너무나 당연한 문제였던 것인지, 아니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던 것인지 몰라도 바보짓 하는 적도의와 PHD2 가이딩 소프트웨어 사이에 골머리를 앓다 칼리브레이션을 다시하고 해결되었다.

아랫쪽 그래프의 왼쪽이 가이딩이 먹통이 되었을 때의 적도의 이동 그래프이고,
오른쪽이 정상 가이딩시의 적도의 이동 그래프다. 누가 봐도 왼쪽 그래프는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처음 PHD2라는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아 설치하고 아직 잘 모르는 시점에 첫 칼리브레이션을 한 이후로, 단 한번도 칼리브레이션을 초기화 시키지 않아 계속 무의미한 참조 데이타가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PHD2 소프트웨어의 특징은, 과거의 가이딩 기록이나 기타 여러가지 데이타를 바탕으로 가이딩의 오차보정을 하는데 이 특성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천체망원경이 영구적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천문대의 고정 망원경.
설명서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PHD2의 장점이라고 설명만 하고 넘어갔는데 생각해보니 나처럼 매번 망원경을 전개했다 다시 분해해서 가져가는 사람은 매번 촬영때마다 모든 상황이 달라져 있으니 당연히 칼리브레이션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문제였지만 선생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그래도 내 멍청한 짓 보다 해결했다는 기쁨에 혼자 환호를 했다.

이제… 전보다 더 안정적인 상태로 촬영이 가능할 것 같다. 대상을 못 찾는 문제, 그리고 가이딩이 안되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촬영후 이미지 프로세싱을 좀 더 익숙하게, 그리고 유능하게 하는 문제만 남았다. 이제 이 문제만 해결하면 또 반 걸음 나아가는 것이겠지.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리고 추운 밤에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2019년 2월 23일

경과

약 6시 30분 정도 되어서 백마고지 전적지에 도착했다.
역시나 사람이 드문드문 오는 곳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동네 사람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좀 있었다. 내가 짐을 풀고 삼각대를 설치하자 한 분이 와서 촬영왔는지 물었고, 조금 있다가는 노인 두 분이 다가와서 전화번호까지 따고 갔다. 뭐 직장과 관련된 사람들은 아니라 순순히 전화번호를 줬지만 좀 웃기다고 해야 할까나…

다행이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았고, 전날 미리 계획한대로 천천히 장비를 준비하고 촬영 준비를 했다. 구름도 없고 달도 뜨지 않아서 딱 좋은 시기였는데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이제 봄이 되었다고 오리온자리가 정남쪽에서부터 보였다는 점이다.
(보통 겨울에 가장 잘 볼 수 있는 천체가 오리온자리인데, 12월달의 경우에는 해가 완전히 져도 오리온 자리가 동쪽 하늘에서 조금 보이는 정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촬영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원래 계획한 대로 극축정렬을 했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표류이탈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가이드 카메라가 말썽을 부렸고, 어쩔 수 없이 가이드 카메라는 제거한 후 오리온자리의 촬영을 시작했다. 정확한 star alignment가 되지 않아서 그랬을까?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심하게 틀어져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역시 오늘도 안되겠다 싶어서 시리우스를 조금 찍어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5분이라는 장시간 노출로 사진이 엉망으로 나온 것을 생각하고 5초 노출로 30장씩 찍었다.
이때즈음에 군인 아저씨들이 나타났고, 별사진을 찍으러 왔고 새벽 1시 정도에 갈 거 같다고 한 뒤 이름과 연락처를 줬다. 이날 군인 아저씨들은 조금 달랐던 것이, 내가 집에 갈때까지 가지 않았다.

IMG_1309
매번 바로 쓸 수 있는 사진은 망원경 사진이 전부다

촬영한 사진을 보니 어느정도 흔들림 없이 찍혔다고 느껴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찍기로 했다. 파인더 스코프에서는 정확히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맞춰지기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필터당 1분 노출로 10장을 찍었다. 결과물이 좋을 것이라고 느끼며 짐을 싸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였다.

후기

망했다.
일단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로 촬영을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집에 와서 심한 오한과 발열로 심하게 앓았다. 밤새 끙끙 앓았고,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간신히 몸이 안정 되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린 후 촬영한 결과물을 PixInsight로 처리하려고 열었는데, AutoStretch기능으로 확인해보니 하얀 점 몇 개 찍힌 것이 전부였다. 시리우스도,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똑같았다.
어느쪽도 Star Alignment로 사진 정렬이 되지 않을 수준이었고(사진에 최소 6개의 별이 찍혀야 사진들끼리의 위치 정렬이 가능하다) 상태가 이렇다보니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했다.
몇 가지 문제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가이드 스코프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어떤 촬영도 불가능하다
  • 장시간 노출로 주위 별을 촬영하지 못하면 star aligment를 실행시킬 수 없어 사진을 못 쓰게 된다
  • 낮이나 집에 있을때 미리미리 가이드 스코프 촬영을 테스트해야 겠다
  • OSC 카메라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촬영 나가기 전에 올렸던 글에 전문 사진작가님이 아래의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따로 케이블을 준비해서 나가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comment

일단 가이드카메라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걸 이번주 내에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길이가 짧은 USB케이블을 하나 더 장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한다. PHD2소프트웨어는 남들도 다 쓰는 천체 추적 프로그램인데 나만 못 쓰고 있다는 것은 내가 잘 못쓰는 것이지 소프트웨어 자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장시간 노출과 단시간 노출 촬영후 합성은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아래의 답변을 들었었는데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shortexp

마지막으로 OSC (One Shot Color) 카메라의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멍청하기 그지없게 처음부터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한 대가라고 해야 할까나… 모노크롬 카메라는 높은 콘트라스트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덜컥 모노크롬 카메라를 샀는데 촬영이 까다로워 후회가 막급하다. 당장 촬영하고 나서 아무 결과물로 확인할 수 없으니 아마추어 입장에서 너무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봄이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항상 똑같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수많은 천체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것을 느끼니 말이다. 이젠 봄의 별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 그에따른 변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160장이나 찍은 사진에 건질것이 단 한장도 없다는 슬픈 사실을 안고 다음번에는 좀 더 잘하자고 읏샤읏샤 해야겠다.

근데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천체사진을 찍는거. 진짜 진짜 어렵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구름가득 하늘

한국의 청명일은 10~20일 뿐이라고 한다

한… 일주일동안 출발 계획을 짜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들여다 봤다.
책을 읽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한국은 청명일이 극히 적은 나라라고 한다. 다른 말로 구름도 자주 끼고 그것때문에 비도 잘 오는 나라라는 말이겠지만, 한밤중에 짐을 싸들고 별을 보러 떠나는 내 입장에서 구름이 끼어있으면 실망감이 폭발한다.

저녁 8시 정도에 간신히 도착하고 하늘을 봤을땐 그래도 구름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극축정렬을 시작하면 꼭 구름이 몰려와 북극성을 가려버린다. 오늘도 마찬가지였고 또 세 시간 가량 기다리다 지쳐서 짐을 싸고 돌아왔다.

IMG_0532
단 1시간만에 구름이 이렇게 몰려왔다

당연히 자연은 인간 한 명 따위에게 악의를 가지지 않으니 “왜 내가 장비만 설치하면 구름이 오냐?!”는 나의 단순한 섭섭함 때문이겠지만 희안할 정도로 구름이 많이 몰려오는 것은 사실이다.

첫 한 시간동안 극축 정렬을 시도하려고 몇 차례나 낑낑거렸는데 도저히 구름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달을 보기위한 준비를 했다. 사실 준비라고 할 것 까지도 없는 것이, 경통 설치하고 하늘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니까 간단한 일이었다. 단지… 제대로 정렬이 되지 않은 망원경은 대상을 화면 가운데 정렬시키고 나면 엉뚱한 쪽으로 트래킹을 진행해서 매번 버튼을 이쪽 저쪽 눌러가며 쫓아다녀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다 그냥 달만 보고 갈 수는 없다 싶어서 스마트폰을 접안렌즈에 대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IMG_0531
찍으려고 우물쭈물 하는 동안 달이 또 도망갔다

구름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달을 간신히 한장 찍고, 또 짐을 싸서 돌아왔다.

천체관측에 대한 대부분의 책은 별을 보는 즐거움에 대한 글들을 쓰고 있다. 밤하늘에 쏟아질 듯 퍼져있는 별들을 보고 망원경으로 성운이나 은하를 보며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취미라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것보다는 기다림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사실 무슨 취미를 가지든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적용되는 것이고, 무엇을 하든지간에 실증을 느낄 시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체관측은 그런 실증을 느끼기 위해 엄청난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다. 구름도 없어야 하고 광공해도 없는 지역을 찾아다니고, 기다리고, 그런 인내의 시간 끝에 마침내 별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이번에도 실패를 했지만 (망원경을 사고 나서 세번 중 두 번이 실패) 그래도 기다릴 마음이 생긴다. 집에 혼자 앉아 성도를 살피고, 인터넷을 뒤져 언제 올지 모를 맑은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장비를 살피고 뭐 그런다.

이번에 별보러 가서 하나 배운 것이 있다. 관측지를 좀 더 많이 알아봐야 겠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다니는 곳은 지대도 높고 주위에 불빛도 없는 것이 장점이지만 언제까지 여기서 관측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없고, 운전시간이 너무 길어 사고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근처에 빛이 없고 안정적인 관측지를 좀 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건 마지막으로 내 망원경 사진이다. 그냥 집에가려니 너무 아쉬워서 플래시 쌈박하게 터뜨리고 한장 찍었다. ㅋ

IMG_0530
Celestron Advanced VX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