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백봉산에서의 교신(VHF)

경기도 남양주시 백봉산

어떤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남양주 7대 명산이라고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도 남양주에 살지만 남양주 7대 명산이라는 말이 조금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종종 문과적 표현들은 과장법과 정의(define)할 수 없는 용어들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들은 의아할 때가 많다. 이 분의 블로그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남양주에 그나마 알려진 산은 7개 정도 있다고 해석하면 옳은 일이겠지.

30대가 되고 나서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안했다고 하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도 많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아무래도 너무 바쁘고 피곤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자신의 생명을 깎아 돈으로 바꾸는 것과 비슷해서 일을 하면 할 수록 몸이 축나는 것이 느껴지더라. 아무튼 운동도 해야할 것 같고 아마추어 무선 취미도 유지를 해야하니 핸디를 들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 10년동안 놀고 먹은 사람의 입장에서 가능하면 무리가 안되는 산으로 골랐고 그렇게 백봉산(590m)을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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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에 위치한 백봉산은 산 아래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있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올라가는 것 같다. 도로가에 위치한 이 팻말이 오늘 내가 가는 백봉산의 가벼운 소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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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에서 오르막길을 약 300m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작은 쉼터가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이긴 하지만 여기부터 시작이다.

백봉산 능선을 타는 2시간 코스의 등산로는 첫 1시간이 매우 힘들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이 등산로는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이라 얼음이 그대로 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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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시작하고 2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나는 약수터. 개인적으로 약수(藥水)라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데다가 등산로에서 잠시 옆으로 빠져나와야 있는 약수터라 쳐다도 보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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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얼음이었다. 바닥은 다 얼어있고 가파르고 미끄러워 등산스틱도 장갑도 없는 나는 더 올라갈 지 아니면 그냥 내려올지 망설였다. 올라가는 것이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내려올때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도 처음인데 어떻게든 올라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갔다.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작은 공터가 있고 태극기가 세워져있다. 거기서 등산로 방향이 90도로 꺾이는데 ‘이제 아주 힘든 구간은 지나갔다’라고 생각하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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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올랐다. 숨은 차고 몸은 힘들어 비칠비칠하며 걸었다. 다행이도 주중에 올라갔기 때문에 앞 뒤로 사람이 없어 편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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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갑자기 길이 완만해지며 평지 같은 곳이 나타났다. ‘아… 이제 다 온 것인가?!’하고 기쁜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더니 저 쪽으로 더 높은 봉우리가 보였다. ‘젠장. 아직 멀었구나.’ 무거운 다리를 끌며 다시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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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타난 봉우리. 여기가 두번째 봉우리였다. 아직 오른쪽으로 여기보다 조금 더 높아보이는 봉우리가 있었다. 한숨을 쉬며 계속 걸어갔고 그나마 지금까지의 길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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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 위로 팔각정이 보였다. 발걸음은 많이 느려졌고 정상이 가까워지자 긴장이 풀어짐을 느꼈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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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면 왠지 아주 힘든 과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 홀가분 하기도 하고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정상의 돌맹이를 보니 어떤 녀석이 590m를 596m로 바꿔놓았다. 흠… 그냥 팔각정에 올라가서 592미터라고 하지..;;

잠시 쉰 다음 핸디를 꺼내서 교신을 시도했다. 물론 남양주에 백봉산보다 높은 산은 많지만 일단 교신을 시도하니 아주 멀리까지 교신이 되었다. 일단 서쪽으로는 김포공항 근처까지 신호가 5/9로 전해졌고, 남서쪽으론 충남 아산에 계시는 분까지 교신에 성공하였다. 북쪽으로는 가평에 계신분과 교신이 되었는데 더 북쪽으로는 산이 많아서 교신이 어려울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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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5명의 OM님들과 교신을 한 후 짐을 싸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이상한 유골함 같은 것을 봤는데 왜 계곡에 두었는지는 모르겠고.. 뭐.. 내 알바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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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함? 이런걸 왜 여기 두었지?

후기

난 등산을 싫어한다. 뭐하러 멀쩡한 길 놔두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힘들게 등산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평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사람들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지만 그건 다 개소리 같고 (매년 우리나라 등산객이 몇 명인데 그 중에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은 해봤는지) 가장 돈이 안드는 운동으로 사람들이 등산을 선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실 이번 등산도 내가 원해서라기 보다는 ‘높은 곳에서 교신을 시도하면 아주 멀리까지 전파가 닿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신 6K2FWH님이 아니었으면 시도도 안해봤을 것이다. ‘5.5W VHF가 가 봐야 얼마나 가겠는가’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VHF는 아주 멀리까지 신호가 전달되었다. 백봉산에서 충남 아산까지는 다음지도에서 약 130km가 나온다. 이 거리를 내 목소리를 담은 전파가 날아간 것이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전파가 빛의 속도로 130km를 이동해 누군가의 귀에 내 목소리를 전해줬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다. 개인적으론 집에 50W정도의 차량용 리그(Rig)를 설치하고 편안하게 교신을 하고 싶지만 이런 등산+교신도 상당히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거 다 떠나서 우선 교신을 위해 운동을 하게 되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계속 무전기 들고 등산하기를 계속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