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놀이

수 일 전에 동료 선생님이 한 이야기였다. “왠지 우리는 의사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약 여기서 떠나게 되면 제대로 의사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 선생님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이겠지만 난 며칠쩨 이 주제를 가지고 생각을 했다.

의사놀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 말이 틀린 것 같지 않아서다. 나 같은 경우는, 인턴부터 전공의, 그리고 전문의로서 취직까지 전부 지금 병원에서 했고, 다른 곳을 간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나보다는 바쁘고 힘들게 산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 개원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전 내내 외래 보다가 중간에 잠시 시간이 비면 수술을 하고, 오후에도 수술을 하고, 소위 원장이라는 사람이 정해준 규칙에 따라 당직도 서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 있는 선생들은 일단 어마어마한 수의 환자를 보는데다가 외래와 수술 사이에 강의도 하고 정치도 하고 논문도 쓴다.
그런데 난… 외래를 보고 나서 수술이 없고 당직이 아니면 내 방에서 쉴 수도 있고, 소위 시간이 있어서 논문을 쓰고 그러고 있으니.
임금..? 물론 내가 조금 덜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무중 자유시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늘고 길게 가는 공무원 같은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개원가의 선생님들은 매주 전체 회의에서 실적발표를 한다거나, 실적이 떨어지면 원장이 개별 면담으로 압박을 주는 일이 허다하다는데 우리는 그런것도 없고 말이다.
말 그대로 ‘알아서 열심히 하면 절대 터치하지 않을께’ 분위기니까 정말 좋은 직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당직은 힘들다. 하기 싫고 요즘은 당직 한번 하고 나면 이틀동안 피곤하고 지치고 그렇다. 아까 일정을 보니 내일이 당직이던데, 그 다음날 외래 볼 때 상당한 피로를 느끼겠지. 뭐 까놓고 말해 월요일 당직 서면 화요일 내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진짜 피곤하거든.

아무튼… 좀 불평불만을 줄이고 얌전히 하라는 대로 일하며 지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보다 팡팡런 할 수 있는 곳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잘 찾아보면 틀림없이 있겠지만, 굳이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은데 다른 곳으로 떠날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 자유 시간이 있으니 내 분야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도 쓰레기가 되면 안되니까 말야.

요새 근황

신경쓰이는 일, 그리고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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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넣어보고 싶어서 넣었다.

좀 많이 바빴다.
어리석은 행동일 수도 있고, 무의미한 행동일 수도 있다.
논문 연구계획서 쓰고, 이런저런 서류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제 기관윤리위원회(IRB, 하려는 연구가 연구윤리에 부합하고 문제가 없는지 평가하는 위원회) 제출용 서류는 다 끝났고 전문간호사들 서류만 받으면 될 것 같다. 이거 제출하고 대충 한 달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오니까 그때부터 연구 시작하면 된다.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류 작업이야 나 혼자 하는 거니까 큰 문제는 없었는데, 시약과 이런저런 문제들이 말썽이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더 그랬겠지?
이번에 연구를 위해 pH미터라는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 녀석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오차보정용 시약이 필요했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하는 연구이다 보니 시약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반인이나 미성년자에게는 시약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장비 구입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다. 이것 때문에 교육연구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직도 답은 없지만 대학원 석사때 지도교수님이 여차하면 당신이 사서 보내주겠다고 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뭐 아직은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
혼자 하는 연구. A부터 Z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니 신경쓰이는 일도 많고 안되는 것도 너무 많더라. 이렇게까지 내가 논문을 계속 쓰려는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학회에서 발표하고 인지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그런 마음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연구를 하고 있는지…

이것 말고는 귀가 많이 아팠다. 왼쪽 귀를 별 생각없이 주말에 슥슥 팠는데 그게 감염이 되었는지 붓고 아프고 진물나고 정말 고생이었다. 물론 지금도 다 낫지 않아서 지끈지끈 쑤시고 있지만 그래도 며칠 전보다는 좀 낫다. 신경쓰일 일은 많고, 몸은 아프고 정말 최근 열흘간은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내가 잘 살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태어나서 딱 한번 뿐인 인생인데 나중에 돌아봤을때 후회없는 인생일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살고 있을 따름인데 말이다.

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자서 머리가 복잡한 김에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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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고민

적절한 연구방법론이나 논문 작성법 교육이 있다면 난 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뭐..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약간 공부했다는 것도 부정은 못하겠다.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은 어찌보면 난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학원도 다녔고 석사도 받았지만 지도교수 밑에서 꾸준히 관리 받으면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바쁜시간을 쪼개가며 다닌 대학원이고, 논문도 지도교수님이 정해준 것을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연구한 것을 정리해서 제출했다.
물론 지도교수 밑에서 수년간 공부하면서 Ph.D.까지 딴 사람과 날 비교하는 것을 당치도 않는 일이겠지만, 아무튼 연구방법론이나 논문 작성법을 혼자서 주먹구구로 공부한 것이다 보니 전문가들에 비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오늘도 오전 내내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쓸까 고민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들을 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엔, 국내 논문의 경우 제1저자에게 50만원, 해외 논문의 경우 모든 저자에게 1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그렇지만 영어 번역비가 거의 100만원이 나가는 데다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라 아무 의미없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논문 쓴다고 레퍼런스 찾는데 들어간 비용, 연구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기타 재료값 같은 것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으니 논문을 쓰면 이름 하나 올리는 것이 전부라고 할밖에.
물론 대학병원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걔네들은 연구 코디네이터도 지원을 해주고, 번역비도 지원을 해주고, 연구비도 일부 나오니까 나랑은 차원이 틀리지.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왜 연구를 했냐고 묻는다면 ‘향후 이직을 대비해서’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물론 이런저런 논문을 읽고 공부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연구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n수(표본수)가 너무 적은 환경과, 관련된 어떤 비용도 지원해주지 않는 내 환경을 생각하면 몇 차례 머리를 굴리다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내가 이런 환경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해보고 싶은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옳은 일인지 말이다. 그냥 남들처럼 논문이나 가끔 읽고 놀러 다니는 것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모든 선택은 오롯이 나의 결정이지만 지금도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논문을 쓰면 항상 내가 가지고 있던 설명할 수 없는 열등감이 나아지려나?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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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9일

경과

날씨는 최저기온이 영하 8도였다. 오후 4시 30분이 조금 지나 출발을 했고 촬영지에 도착을 하니 딱 시민박명이 시작된 시기였다. 천천히 짐을 꺼내며 하늘을 봤는데 역시나 구름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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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만 펼치고 자북 방향을 맞춘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잠시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음…? 역시 아무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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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까지 설치하고 마운트의 극축망원경으로 북극성과 위치를 맞춘다

망원경 마운트를 설치하고 극축정렬을 기다리고 있는데, 하늘에 구름이 낀 것도 아닌데 북극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드디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았다.

만월.

완전한 만월은 아니었지만 달이 70%이상 커져 있었고 천문박명이 시작되었는데도 주위가 어두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에이 설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기를 시작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카시오페이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하늘을 아무리 살펴봐도 별이 채 10개도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마운트 극축정렬을 끝내고 망원경 경통을 설치했는데 삼각대 아래로 그림자가 생긴것을 알 수 있었다. 한밤중에 그림자라니! 주위는 충분히 어두워 졌지만 내가 평소에 관측할때와는 전혀 다르게 하늘이 환했고 시리우스(Sirius)나 리겔(Rigel)정도되는 밝은 별밖에 보이지 않았다. 표류이탈을 해야 하는데 표류이탈을 할 만한 별 자체가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이런 저런 전선을 설치하고 망원경의 전원을 켰다.

날이 너무 밝으니 망원경 정렬도 쉽지가 않았다. 표적이 될만한 별이 보이기는 했지만 주위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아 내가 제대로 표적을 잡은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어찌어찌 정렬을 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또 가이드 카메라가 말썽을 부렸다. 계속 노이즈만 보였고, 화면에 별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몇 번 시도를 하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가이드 카메라를 제거하고 아이피스를 끼워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cluster)를 찾았다. 제대로 찾은 것은 맞았지만 또 문제발생. 아무리 기다려도 성단 주위의 뿌연 먼지구름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달의 문제였다.
당황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리온 대성운을 찾았는데 여기도 엉망이었다. 주망원경의 접안렌즈로 살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결국 약 2시간 정도 계속 만지작 거리기만 하다 포기하고 달이나 찍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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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이야 멍청이도 찍을 수 있을 만큼 밝았기 때문에 굳이 심우주 촬영용 카메라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고, 스마트폰 어뎁터를 써서 간단하게 촬영했다.

문제점

  1. 망원경의 배선 문제
    천체망원경에 엄청나게 많은 전선이 연결된다. 우선 마운트 전원선, 카메라 전원선, 그리고 콘트롤러 케이블, 가이드 카메라 케이블, 주 카메라 케이블. 이것들이 이리저리 엉켜버리니 망원경이 움직이는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망원경은 계속 움직이는 물건이라 충분한 이격도 줘야하고 움직이면서도 엉키는 것이 없어야 하니 충분히 긴 케이블들을 천체망원경 마운트 부근에서 여유을 많이 줘서 고정해야 할 것 같았다.
  2. 가이드 카메라 문제
    솔직히 말해서 이놈의 카메라는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었다. 아니, 작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할까? 나름대로 몇 번 시험삼아 작동을 시켜봤는데 언제나 화면에 심한 노이즈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추적 소프트웨어의 문제인지 카메라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특히 가이드 스코프와 연결한 후 초점 문제도 확인하지 못해서 정상작동에 대한 신뢰성이 0에 가까운 상태이다.
    시간이 될 때 집에서 아주 먼 대상을 상대로 초점 조절 및 가이드 카메라 작동여부를 확인해봐야 겠다.
  3. 만월을 간과한 점
    뭐 도시생활을 하는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언제나 인공 불빛에 의존해 살았으니까.
    그런데 만월은… 정말로 하늘이 환해지는 경험이었다. 한밤중에 달빛만으로 그림자가 생기다니! 앞으론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만월일 때는 관측이나 촬영을 하겠다고 나가지 말아야 겠다.
  4. 별자리랑 별 이름을 좀 더 외우자

이 중에서 이번주에 1과 2번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고질적인 2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촬영은 불가능해 보이니 말이다. 1번의 경우는 집에서 천체망원경을 조립해서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며 조절할 필요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정 안되면 어느정도만 해놓고 필드에서 추가 조절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벌써 수차례 출사를 나갔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진 하나 못 얻은 상태라 좀 자괴감도 들고 무력감도 느끼고 그랬다. 뭔가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예를들면 실제 사진작가를 만난다든가 말이다.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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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돌아오는 월요일

지난 주말은 뭐하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 잠자고 술만 마신 것 같다. 뭐 이렇게 말하면 알코올 중독 같아 보이겠지만, 토요일에 술 먹고 잠들었다는 말이다. ㅋ
금요일에 퇴근하려는데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퇴근했고, 그렇게 집에 와서 잠시 이런저런 것들 정리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들었는데 그 사이에 환자분이 사망하셨다. 이 소식을 일요일 오전에 알게 되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그래도 버티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나이는 화상에서 최상위 위험인자인지 나이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신 것 같았다.
백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망 후 발생할 보호자분들의 항의나 민원등에 대한 생각도 했고, 의학적으로는 어째서 사망했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지금 환자 상태를 되새겨봐도 딱히 답이 안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폐색전증을 앓았던 분이라고 하더라도 혈액검사상 급격한 혈압감소와 함께 동맥혈산소분석상의 산소감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기각인 것이고, 심근효소 수치가 사망직전까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심근경색도 기각인 것이고, 탈수라고 말하기에는 사망전 2일간 충분한, 어쩌면 다소 많은 수액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기각이다. 마지막으로 패혈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하기에는 항생제 변경이 있었으며, 전방위 항생제를 사망 48시간 전부터 투여했으니 그것도 아니겠지. 결국 남는 것은 급성 심부전에 의한 사망 정도만 남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동맥혈 산소분석 상에 산증이 보이지 않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왜 사망하셨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딱히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중증화상 보는 의사라고는 이 병원에 딱 하나, 나 혼자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저 혼자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하며 환자의 상태에 대해 복기하는 방법밖에 없겠지.
내 친구들은 나보고 ‘넌 슈퍼맨이 아니니까 무리하지 마라’고 다독여 줬고 나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이제는 너무 힘들다.

1월달 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망할 병원은 아직도 당직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병원에 남아서 일을 하는 경우에 대한 추가임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문간호사들도 야간에 남아있는게 돈이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를 생각한다며 아무 임금도 받지 못하며 병원에 남아있는 것도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평범하게 봉급받는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병원이 환자를 담보삼아 위협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게 좋은 일일까..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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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심하다

일단 어제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했지만 중간에 전문 간호사 한 명이 더 와줘서 훨씬 수월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2일전 수술할 때는 ‘아..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꾸욱 잘 참고 침착하게 끝냈다. 뭐… 앞으로 어찌될 지는 환자에게 달려 있는 거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받는 문제는 환자와 관련된 것들이 아니라 병원 행정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우선 어제 수술한 환자의 2회 수술료 중에 ‘재료비’만 3,000만원이 나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오예! 돈 벌었다!”가 아니라 병원이 먹는 돈도 아니고 내가 먹는 돈도 아니고 순수하게 재료상에게 재료를 받아 가격 그대로 환자에게 제공하는 재료비가 3,000만원 나왔다는 것이다. 이건… 불행하게도 정부에서 전혀 부담을 해주지 않는 부분이고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아침에 이 이야기를 원무과 입원담당 직원에게 알려주니 입을 앙 다물었다. 이런 일 있으면 미리 좀 알려달라는 아쉬운 소리에 미안하다고 굽신굽신 한 후 자리를 옮겼다.
분명히 난 방금 ‘재료비’만 3,000만원이라고 했다. 그래. 지금까지 입원해서 들어간 전체 금액이 이미 5,000만원에 달하고 있다는 소리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맞벌이 부부의 남편인 이 사람이 과연 이 돈을 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뭐 정부에서 ‘재난적 의료비’라는 것을 2,000만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재난에 가까운 돈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이게 과태료 같은 것이었다면 시청 앞에서 드러누워 버릴만한 돈이다.

사실 오늘 제일 힘들었던 것은 이 환자의 의료비 문제로 사회사업실부터 원무과까지 뛰어다닌 것도 아니고, 동일한 화상범위의 고령 환자가 나타나 내 명절이 엉망이 된 것도 아니었다.
어제도 이야기 했지만 센터장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원장 만날 생각에 하루종일 머리가 복잡하고 짜증이 났다. 만나서 뭐라고 이야기 할까,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이렇게 말할때는 뭐라고 대답할까 등등의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를 뒤흔들었다. 진짜 어제는 이 문제로 자다가 꿈까지 꿨고 밤새 네 번이나 일어나 이 생각을 했다.
진심으로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시키려는 이유를 모르겠고, 불편하디 불편한 자리까지 불러내 먹구멍에 넘어가지도 않을 식사를 하며 계속 부정어를 뿜어내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 난 단 한푼도 대장질 할 생각이 없고, 이런 무의미한 주제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잠을 설치고 싶지도 않다. 말 그대로 권력과 담을 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하며 주는 봉급 받으며 살고 싶은데 진짜 사람 가만 두지를 않는다.

진짜… 내일 점심때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고 더 이상 이딴 일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기를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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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무서운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 내가 블로거(Blogger)에다 아마추어 무선에 대한 글을 올린적이 있다

한 2년 된 것으로 보이는데, 2년전에 아마추어 무선에 대해 꾸준히 포스팅 한 것이 구글 검색엔진에서 걸려 나타났다. 놀라서 내 계정으로 들어가 확인을 해보니 블로그 자체는 이미 지워진 상태였다. 말 그대로 구글의 캐쉬안에 남아있는 자료로 보였다.

통상 구글 캐쉬는 6개월치의 데이타를 저장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지워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또 나의 과거 행적이 그대로 검색엔진에 뜨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제 저녁부터 방금전까지 열심히 과거 포스트를 옮겨다 여기 붙여 넣었다.
어차피 원저작자도 나고, 현재 사용하는 사람도 나니까 저작권에 문제가 될 것도 없었고 당당하게 이전작업을 진행했다.
대략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모든 포스트를 사진과 함께 무사히 옮겼고 그 와중에 현재의 블로그는 100번째 포스팅을 끝냈다는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아 네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께요.
사실 요즘은 블로깅 하는 것과 신문보는 것 외에는 인터넷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보니 게시물을 올리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특히나 트위터를 안하게 되면서 더욱 게시물 작업이 빨라졌다. 뭐 그 와중에 정신없이 쏟아지는 논문 피어리뷰의 십자포화를 막아내고 있으니 요즘 내가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두려움이다. 논문을 쓴다는 핑계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다른 사람들에게 밀려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항상 있다. 그래서 힘들다고, 신경쓰기 싫다고 논문 쓰기를 포기하면서도 또 논문을 읽고 있으면 다시 쓰려고 이런저런 디자인을 하고 그런다. 참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계속되고 있는 나의 이상행동이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칭찬을 하는 것도 아니고, 괜히 리뷰어들에게 공격이나 당하면서도 계속 논문 쓰려고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좀 바보같고 슬프고 그렇다. 어찌보면 항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끊어내지 못하며 그냥 이대로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기억하기론 내 이름이 달린 논문이 기껏해야 다섯개 정도일 것 같은데 앞으로 몇 개나 더 쓰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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