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2 오리온 대성운 (Orion Nebula)

정식 이름은 오리온 성운(Orion Nebula) 인데 워낙 큼직하고 휘황찬란해서 대성운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위치는 오리온 자리의 허리띠 아랫 부분인데 모양도 그렇고 뭐랄까… 오리온 고추같은 느낌이다. (?!)

어제도 백마고지 전적지에 5시 30분 즈음에 도착해서 이것 저것 준비하고 밤 11시까지 기다렸다. 아직 오리온 대성운이 빨리 나타날 시기는 아니라 거의 4시간은 기다린 것 같다.
추웠다. 춥고 졸리고. 나 말고는 돕소니언식 망원경으로 안시관측하며 은하수를 찍으러 오신 두 명이 있었고, 30분 내외로 잠시 사진 촬영만 하고 간 사람들이 두 팀 있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천체 대상물 촬영은 대략 53장 정도 찍었고 그 외에 이미지 프로세싱에 필요한 지표들을 찍으며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솔직히 어제는 잠을 잘 못 자서 2시간 정도 잤는지 마는지 그랬다. 평소보다 조금 힘들었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는데 다음번 촬영시기는 11월 중순이라 그때는 어떻게 견딜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살이 찌니 몸에 맞는 옷도 잘 없고 아무튼 걱정이다.

사실 어제 가장 큰 수확은 그 동안 끝임없이 날 고통받게 했던 자동 추적기능(Auto-guiding) 문제를 드디어 해결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PHD2라는 추적 프로그램을 썼는데 이 프로그램의 자동추적 기능을 켜기만 하면 적도의가 끝임없이 좌/우 위/아래로 요동쳐서 사진이 전부 흔들리며 찍혔다. 그래서 지난번에 처음으로 성공한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자동 추적기능을 꺼놓고 촬영을 한 것이다.
이 문제로 일주일 내내 골머리를 앓다가 PHD2 소프트웨어의 전체 메뉴얼과 내 천체망원경 적도의의 설명서 전체를 샅샅이 읽었다. 사실 그리고 나서도 정작 어제 가이딩을 시작하니 또 적도의가 날뛰어 한참을 고민하다 원인을 찾아냈다.

“오토 가이딩 시작 전에 반드시 교정(칼리브레이션)을 초기화 한 후 새로 교정해야 함”

너무나 당연한 문제였던 것인지, 아니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던 것인지 몰라도 바보짓 하는 적도의와 PHD2 가이딩 소프트웨어 사이에 골머리를 앓다 칼리브레이션을 다시하고 해결되었다.

아랫쪽 그래프의 왼쪽이 가이딩이 먹통이 되었을 때의 적도의 이동 그래프이고,
오른쪽이 정상 가이딩시의 적도의 이동 그래프다. 누가 봐도 왼쪽 그래프는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처음 PHD2라는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아 설치하고 아직 잘 모르는 시점에 첫 칼리브레이션을 한 이후로, 단 한번도 칼리브레이션을 초기화 시키지 않아 계속 무의미한 참조 데이타가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PHD2 소프트웨어의 특징은, 과거의 가이딩 기록이나 기타 여러가지 데이타를 바탕으로 가이딩의 오차보정을 하는데 이 특성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천체망원경이 영구적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천문대의 고정 망원경.
설명서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PHD2의 장점이라고 설명만 하고 넘어갔는데 생각해보니 나처럼 매번 망원경을 전개했다 다시 분해해서 가져가는 사람은 매번 촬영때마다 모든 상황이 달라져 있으니 당연히 칼리브레이션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문제였지만 선생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그래도 내 멍청한 짓 보다 해결했다는 기쁨에 혼자 환호를 했다.

이제… 전보다 더 안정적인 상태로 촬영이 가능할 것 같다. 대상을 못 찾는 문제, 그리고 가이딩이 안되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촬영후 이미지 프로세싱을 좀 더 익숙하게, 그리고 유능하게 하는 문제만 남았다. 이제 이 문제만 해결하면 또 반 걸음 나아가는 것이겠지.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리고 추운 밤에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M45 플레이아데스 성단(Pleaides Cluster)

장소 : 백마고지 전적지
광학계 : Meade 70/350mm APO
카메라 : Meade DSI-IV Color / 420sec. 노출
기타 장비 : Celestron Advanced VX 적도의
이미지 프로세싱 : PixInsight 1.08.06

딱 1년 만이다

천체사진을 찍기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지 딱 1년만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성심성의껏 촬영을 하고 집에 와서 프로세싱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이 되어야 성간가스가 나타나니, 프로세싱 동안 내내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심지어 플랫 프레임(Flat frame)이 망가져서 고생한 것은 덤. 아무튼 마지막 프로세스까지 끝내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혼자 펄쩍펄쩍 뛰며 춤췄다.

하아.. 그 동안 추위에 떨며 고생을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현실에 수도 없이 좌절한 것 같다.
왜 안되지? 왜 이상하지? 화면에 이건 뭐지? 어째서 난 대상을 못 잡지? 왜 오토가이드만 하면 지그재그 패턴이 보이지?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포기할까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좋은 분들도 만나 이런 저런 도움도 받을 수 있었고, Stellarium의 특수 기능이라든가, PHD2의 기능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 아마도 1년 전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져 있겠지.
어쨌거나 너무 기쁘다. 인화해서 액자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앞으로 또 이렇게 찍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ㅎㅎ 천체사진은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몇 가지 촬영시 문제들

이 사진은 오토 가이딩(Auto guiding)을 하지 않은 사진이다. 오토가이딩을 하니 지난번과 동일하게 화면에 지그재그 패턴의 별 궤적만 보였다. 결국 몇 차례 설정을 조정해봐도 도저히 해결이 안되기에 모든걸 포기하고 오토 가이딩을 꺼버리고 촬영을 했다. 웃긴건, 그랬더니 안정적인 사진이 나왔다는 사실. 아무래도 셀레스트론 AVX 적도의는 오토가이딩이 켜져도 자기 고유의 트랙킹 기능을 비활성화 시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충돌이 나 지그재그 패턴이 보인 것 같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다음에 AVX 적도의 메뉴얼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무게중심을 잡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지난번 도움을 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Meade의 70mm Quadriplet APO경통을 사버렸다. 그래… 기존의 경통으로는 못 찍었다.
아무튼, 이 경통은 앞 뒤로 짧은데다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서 고생을 했다. 경통밴드의 이동범위가 너무 좁아서 아무리 해도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그냥 촬영을 했는데, 다행인 것은 자체 무게가 2kg밖에 나가지 않고 AVX 적도의가 워낙 출력이 높아서 그런지 그럭저럭 촬영에 성공했다.
그래도…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망원경은 문제가 너무 많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다시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Meridian Flip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16장 정도 사진을 망쳐버렸다. 이걸 왜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었는데 Flipping을 하지 않으니 망원경 끝 부분이 삼각대에 닿으며 사진이 망가진 것 같았다. 설명서 읽어보고 하는 법을 익혀야 겠다.

촬영을 끝내고 정리 전에 보통 Flat frame을 촬영하는데, 이번에도 CCD 가운데에 얼음이 얼어 Flat 이미지를 아예 폐기할 수 밖에 없었다. 촬영 중간에는 계속 신경쓰며 확인을 했는데 아무래도 끝나는 시점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대충대충 한 것 같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얼음을 제거하고 촬영해 보려고 한다.

옷이 너무 얇았다. 0도 까지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갔는데 웬걸. 얼어 죽는줄 알았다. 그래도 내복 바지도 입고 발열 점퍼도 입었는데 택도 없었다. 다음에는 위 아래 내복 입고 완전무장을 해서 가야 할 것 같다.


으음.. 쓰다보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섯 가지나 있었구나.. 난처하네.
어쨌든 뭐.. 하나씩 고쳐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지난해 보다 올해가 나아지고, 올해보다 내년이 나아지겠지.
또 힘내자.

오늘 기분 참 좋다!

계속 로또를 사야하나..

어제 별 사진 찍으러 다녀왔다

m8_alt_low_applewo
이게 11년전 김광욱씨라는 분이 찍은 석호성운(M8, Lagoon nebula)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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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제 밤을 꼴딱 세우고 찍은 내 M8이다 

어제 나 혼자 열심히 찍었는데… 무얼 찍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사진이 나왔다.
남들이 말하는 석호성운 하고도 전혀 닮아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그래도 위치는 맞았던 것 같은데 여러분은 이 사진에서 석호성운 특유의 구름 패턴이 보이나?

장비의 문제일까? 전문가 님은 나에게 ‘그 장비로는 사진 못 찍는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심우주 천체를 찍는 과정에 해서는 안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이번에도 어젯밤을 꼴딱 새고 아침에 오자마자 후처리 프로그램 켜서 만지작 거린건데, 그래도 이번에는 무언가 의미있는 것이 틀림없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며 들여다 봤는데… 좌절감이 너무 컸다.

노출이 좀 길었다는 것도 알겠고, 내 마운트의 오차 보정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 다는 것(그래도 별이 흐른 흔적이 보인다)도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성운의 가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었다. 하아….

진짜 로또라도 되라고 빌어야 하나보다…

 

 

2019년 4월 12일 백마고지전적지

IC 4592; Blue Horsehead nebula; 촬영실패

Final

저녁 8시전에 도착했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천체망원경은 극축정렬만 하고 표류이탈은 하지 않았다. 약 9시 30분경에 카메라 초점과 star alignment를 마쳤다. 찍으려고 했던 대상이 밤 10시 이후에 지평선 위로 나타날 예정이어서 아무 천체나 찍어보며 조금씩 오차를 수정했다.

IC 4592는 11시 조금 넘어 지평선 위로 올라왔고 몇 차례 사진을 찍어봤는데 카메라 노출 도중에 계속  가이딩 프로그램에서 ‘별을 놓쳤음’ 경고가 떴다. 쌍안경으로 봐도 유독 남동쪽 하늘만 별이 보이지 않아 구름이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테스트 촬영은 하면서 별이 구름위로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새벽 1시 즈음에 어느정도 가이딩이 안정되는 것 같아서 본 촬영을 시작했고, 각 필터별로 10분씩 노출을 줘서 L필터는 10장 나머지 R/G/B 필터는 3장씩 촬영을 했다. 촬영시간이 너무 길어서 차 안에서 조금 잠을 청했고 약 30분 정도 더 자버려서 시간을 조금 낭비했다. 마지막 B 필터의 촬영에서 마지막에 아슬아슬하게 천문박명이 끝나버려서 다른 사진보다 뿌옇게 변했다.

아침 6시에 모든 짐을 다 정리해서 출발을 했고 아침 7시 50분 즈음에 집에 도착했다.
한 한시간 정도 딴 짓을 하다가 졸린 눈을 비비며 후처리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는데…. 다음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별이 흐름 : 생각보다 정렬이 엉망으로 되었는지 별의 궤적이 남은 사진이 많았다.
  • 초점이 애매함 : 맞다고 생각하고 촬영을 시작한 것인데 조금 애매한 느낌이 있었다.
  • 별이 너무 적음 : 고질적인 문제인데 별이 너무 적게 보였다.
  • 대상 촬영에 실패함 : 고질적인 문제 2 인데 원하는 것을 찍지 못했다.

최근까지 시도한 촬영중에 가장 긴 시간을 들여 촬영을 했는데 제대로 된 사진 하나 건지지 못했다. 일단 별이 흐르며 엉망이 된 사진을 버리다 보니 G 필터로 찍은 사진은 하나도 건질 수 없어서 RGB중 G가 빠진 사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별이 흐르다 보니 각각 촬영한 사진들의 정렬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또 많은 수의 사진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다음은 후처리 과정 직전의 원본 사진이다.

RawImage

그리고 아래의 사진은 다른 사람들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사진인데, 사진이 잘 나왔든 엉망이든 간에 뭐라도 대상이 보이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주위에 별도 많이 보이고 말이야.
그런데 내 사진은 이런 것이 전혀 없다.

원인이 무얼까 한참 고민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찍은 사진은 노출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닐까 싶다. 600초 (10분)인데! 그런데도 노출이 짧은 것일까?!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심우주 천체 전문인 사진작가님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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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어제도 백마고지 전적지를 갔는데… 퇴근길에 가다보니 천문박명이 거의 다 되어 도착했다.
짐 풀고, 극축정렬하고 이것저것 준비한 후 GoTo기능용 별 정렬을 했는데 역시 카메라로 보는 것이다 보니 힘이 들었다. 그럭저럭 정렬을 끝마치고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찍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간신히 ‘이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촬영을 시작했는데 왠걸. 딱 두 장 촬영하고 성단이 주차장 옆의 나무에 가려버렸다. 결과물이라고는 녹색 필터로 찍은 사진 딱 두 장이 전부. 그것도 점 네 개 찍혀있는 까만 하늘이었다.
우울한 마음에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연습을 한다는 느낌으로 카펠라(Capella) 별을 찍기로 했다. 거의 여섯시간을 추위에 덜덜 떨며 찍은 결과물이 아래 사진이다.

FinalCut

카…펠라가 어디있지..?;; 제대로 찍었는지 조차 모르겠더라. 이것도 새벽같이 일어나 장장 두 시간동안 죽어라 후처리를 한 결과물인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격자선이 죽죽 그어져 있고 별들은 미묘하게 원형이 아니더라. 아마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한참 우울하게 있다가 인터넷 들어가서 현재 사용하는 천체사진용 카메라의 동일기종이지만 칼라 CCD를 장착한 제품을 주문했다. 콱 질러버렸다. ㅡㅡ;

처음 심우주 천체사진에 입문할 때 봤던 책이나 다른 여러 사이트들에선 모노크롬(단색, 흑백) CCD를 이용한 사진 촬영을 주로 권장했다. L,R,G,B필터별로 동일한 대상을 각각 10여장 찍어서 합치는 이 촬영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칼라 CCD를 이용한 것에 비해 탁월한 콘트라스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개월 노력해본 내 소감은, ‘모노크롬 촬영은 아마추어에겐 너무나 힘든 도전이다’ 였다.
통상 심우주 천체(성운이나 성단을 찍는 것)를 촬영하기 위해선 사진 한 장에 5~20분의 노출시간이 필요하다. 이걸 각각의 필터별로 10장씩 찍겠다 한다면 5분으로 잡았을 때 3시간 20분이 필요하고, 20분 노출이 필요하면 13시간 20분이 필요하다. 거기다 촬영의 질에 따라 사진을 합치는 과정이나 사진간의 차이를 정렬하는 부분에서 치명적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렇게 된다면 하루 촬영을 완전 망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뭐, 아마추어가 천체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날밤을 꼬박 새는 것은 동일하지만 더 높은 콘트라스트를 위해 더 어려운 일을 가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니까.

이런 고민을 2주 전부터 해왔고, 그래도 이번엔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도전했는데 역시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어렵게 노력해서 극한의 질을 가진 사진을 갖느니 차라리 내가 본 천체를 조금 질이 떨어지더라도 마음 편하게 모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블로그니까 말하는 거지만… 매번 촬영에 실패할까 두려워 하는것도 싫고, 추위에 떨어가며 촬영을 했는데 원하는 것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 난 아마추어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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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3일

경과

약 6시 30분 정도 되어서 백마고지 전적지에 도착했다.
역시나 사람이 드문드문 오는 곳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동네 사람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좀 있었다. 내가 짐을 풀고 삼각대를 설치하자 한 분이 와서 촬영왔는지 물었고, 조금 있다가는 노인 두 분이 다가와서 전화번호까지 따고 갔다. 뭐 직장과 관련된 사람들은 아니라 순순히 전화번호를 줬지만 좀 웃기다고 해야 할까나…

다행이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았고, 전날 미리 계획한대로 천천히 장비를 준비하고 촬영 준비를 했다. 구름도 없고 달도 뜨지 않아서 딱 좋은 시기였는데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이제 봄이 되었다고 오리온자리가 정남쪽에서부터 보였다는 점이다.
(보통 겨울에 가장 잘 볼 수 있는 천체가 오리온자리인데, 12월달의 경우에는 해가 완전히 져도 오리온 자리가 동쪽 하늘에서 조금 보이는 정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촬영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원래 계획한 대로 극축정렬을 했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표류이탈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가이드 카메라가 말썽을 부렸고, 어쩔 수 없이 가이드 카메라는 제거한 후 오리온자리의 촬영을 시작했다. 정확한 star alignment가 되지 않아서 그랬을까?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심하게 틀어져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역시 오늘도 안되겠다 싶어서 시리우스를 조금 찍어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5분이라는 장시간 노출로 사진이 엉망으로 나온 것을 생각하고 5초 노출로 30장씩 찍었다.
이때즈음에 군인 아저씨들이 나타났고, 별사진을 찍으러 왔고 새벽 1시 정도에 갈 거 같다고 한 뒤 이름과 연락처를 줬다. 이날 군인 아저씨들은 조금 달랐던 것이, 내가 집에 갈때까지 가지 않았다.

IMG_1309
매번 바로 쓸 수 있는 사진은 망원경 사진이 전부다

촬영한 사진을 보니 어느정도 흔들림 없이 찍혔다고 느껴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찍기로 했다. 파인더 스코프에서는 정확히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맞춰지기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필터당 1분 노출로 10장을 찍었다. 결과물이 좋을 것이라고 느끼며 짐을 싸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였다.

후기

망했다.
일단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로 촬영을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집에 와서 심한 오한과 발열로 심하게 앓았다. 밤새 끙끙 앓았고,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간신히 몸이 안정 되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린 후 촬영한 결과물을 PixInsight로 처리하려고 열었는데, AutoStretch기능으로 확인해보니 하얀 점 몇 개 찍힌 것이 전부였다. 시리우스도,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똑같았다.
어느쪽도 Star Alignment로 사진 정렬이 되지 않을 수준이었고(사진에 최소 6개의 별이 찍혀야 사진들끼리의 위치 정렬이 가능하다) 상태가 이렇다보니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했다.
몇 가지 문제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가이드 스코프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어떤 촬영도 불가능하다
  • 장시간 노출로 주위 별을 촬영하지 못하면 star aligment를 실행시킬 수 없어 사진을 못 쓰게 된다
  • 낮이나 집에 있을때 미리미리 가이드 스코프 촬영을 테스트해야 겠다
  • OSC 카메라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촬영 나가기 전에 올렸던 글에 전문 사진작가님이 아래의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따로 케이블을 준비해서 나가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comment

일단 가이드카메라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걸 이번주 내에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길이가 짧은 USB케이블을 하나 더 장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한다. PHD2소프트웨어는 남들도 다 쓰는 천체 추적 프로그램인데 나만 못 쓰고 있다는 것은 내가 잘 못쓰는 것이지 소프트웨어 자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장시간 노출과 단시간 노출 촬영후 합성은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아래의 답변을 들었었는데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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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OSC (One Shot Color) 카메라의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멍청하기 그지없게 처음부터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한 대가라고 해야 할까나… 모노크롬 카메라는 높은 콘트라스트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덜컥 모노크롬 카메라를 샀는데 촬영이 까다로워 후회가 막급하다. 당장 촬영하고 나서 아무 결과물로 확인할 수 없으니 아마추어 입장에서 너무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봄이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항상 똑같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수많은 천체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것을 느끼니 말이다. 이젠 봄의 별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 그에따른 변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160장이나 찍은 사진에 건질것이 단 한장도 없다는 슬픈 사실을 안고 다음번에는 좀 더 잘하자고 읏샤읏샤 해야겠다.

근데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천체사진을 찍는거. 진짜 진짜 어렵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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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9일

경과

날씨는 최저기온이 영하 8도였다. 오후 4시 30분이 조금 지나 출발을 했고 촬영지에 도착을 하니 딱 시민박명이 시작된 시기였다. 천천히 짐을 꺼내며 하늘을 봤는데 역시나 구름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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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만 펼치고 자북 방향을 맞춘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잠시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음…? 역시 아무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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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까지 설치하고 마운트의 극축망원경으로 북극성과 위치를 맞춘다

망원경 마운트를 설치하고 극축정렬을 기다리고 있는데, 하늘에 구름이 낀 것도 아닌데 북극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드디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았다.

만월.

완전한 만월은 아니었지만 달이 70%이상 커져 있었고 천문박명이 시작되었는데도 주위가 어두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에이 설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기를 시작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카시오페이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하늘을 아무리 살펴봐도 별이 채 10개도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마운트 극축정렬을 끝내고 망원경 경통을 설치했는데 삼각대 아래로 그림자가 생긴것을 알 수 있었다. 한밤중에 그림자라니! 주위는 충분히 어두워 졌지만 내가 평소에 관측할때와는 전혀 다르게 하늘이 환했고 시리우스(Sirius)나 리겔(Rigel)정도되는 밝은 별밖에 보이지 않았다. 표류이탈을 해야 하는데 표류이탈을 할 만한 별 자체가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이런 저런 전선을 설치하고 망원경의 전원을 켰다.

날이 너무 밝으니 망원경 정렬도 쉽지가 않았다. 표적이 될만한 별이 보이기는 했지만 주위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아 내가 제대로 표적을 잡은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어찌어찌 정렬을 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또 가이드 카메라가 말썽을 부렸다. 계속 노이즈만 보였고, 화면에 별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몇 번 시도를 하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가이드 카메라를 제거하고 아이피스를 끼워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cluster)를 찾았다. 제대로 찾은 것은 맞았지만 또 문제발생. 아무리 기다려도 성단 주위의 뿌연 먼지구름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달의 문제였다.
당황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리온 대성운을 찾았는데 여기도 엉망이었다. 주망원경의 접안렌즈로 살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결국 약 2시간 정도 계속 만지작 거리기만 하다 포기하고 달이나 찍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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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이야 멍청이도 찍을 수 있을 만큼 밝았기 때문에 굳이 심우주 촬영용 카메라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고, 스마트폰 어뎁터를 써서 간단하게 촬영했다.

문제점

  1. 망원경의 배선 문제
    천체망원경에 엄청나게 많은 전선이 연결된다. 우선 마운트 전원선, 카메라 전원선, 그리고 콘트롤러 케이블, 가이드 카메라 케이블, 주 카메라 케이블. 이것들이 이리저리 엉켜버리니 망원경이 움직이는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망원경은 계속 움직이는 물건이라 충분한 이격도 줘야하고 움직이면서도 엉키는 것이 없어야 하니 충분히 긴 케이블들을 천체망원경 마운트 부근에서 여유을 많이 줘서 고정해야 할 것 같았다.
  2. 가이드 카메라 문제
    솔직히 말해서 이놈의 카메라는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었다. 아니, 작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할까? 나름대로 몇 번 시험삼아 작동을 시켜봤는데 언제나 화면에 심한 노이즈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추적 소프트웨어의 문제인지 카메라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특히 가이드 스코프와 연결한 후 초점 문제도 확인하지 못해서 정상작동에 대한 신뢰성이 0에 가까운 상태이다.
    시간이 될 때 집에서 아주 먼 대상을 상대로 초점 조절 및 가이드 카메라 작동여부를 확인해봐야 겠다.
  3. 만월을 간과한 점
    뭐 도시생활을 하는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언제나 인공 불빛에 의존해 살았으니까.
    그런데 만월은… 정말로 하늘이 환해지는 경험이었다. 한밤중에 달빛만으로 그림자가 생기다니! 앞으론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만월일 때는 관측이나 촬영을 하겠다고 나가지 말아야 겠다.
  4. 별자리랑 별 이름을 좀 더 외우자

이 중에서 이번주에 1과 2번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고질적인 2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촬영은 불가능해 보이니 말이다. 1번의 경우는 집에서 천체망원경을 조립해서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며 조절할 필요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정 안되면 어느정도만 해놓고 필드에서 추가 조절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벌써 수차례 출사를 나갔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진 하나 못 얻은 상태라 좀 자괴감도 들고 무력감도 느끼고 그랬다. 뭔가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예를들면 실제 사진작가를 만난다든가 말이다.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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