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을 생각하며

세월호와, 그리고 코로나19와 선거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각이 난다. 병원에서 아침 의국회의를 끝내고, 지금은 응급의학과 과장이 된 인턴 선생님과 함께 회진을 돌았다. 회진돌다 병실 TV에서 배가 뒤집힌 것을 보았고 아무 생각없이 혼잣말로 “병신들 지랄하네 쯧쯧” 했다.
그냥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사고라고 생각했고, 전원 구조되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며 이게 심상치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총 사망자 299명.
그 중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망했다.
(실종 포함)
그리고 루리웹에 이런 일이 있었다..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712/read/20870257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712/read/20973841?

어쩌면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오하게 된 것은 이 사건이 컸으리라.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버린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분노했다. 다른 사람들은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을 결심했다지만, 난 이 날 이후로 매일매일 박근혜의 탄핵을 빌었던 것 같다. 단 한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 생각해보면 나에겐 이 일이 국정농단보다 더 분노할만한 일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2019년 12월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한 코로나19(COVID-19)는 현재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탈리아의 의료시스템 마비를 시작으로 인근 국가들의 국경봉쇄, 통행금지가 시작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사망하기 시작했다. 유행 초기에 이탈리아는 모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대생까지 동원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80대에서 70대, 60대로 치료포기 연령을 낮추기 시작했다. 많은 나라가 실내 경기장에 임시 진료시설을 설치했고, 아이스링크를 거대한 영안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진료와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했고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수일간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외 여러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초기부터 최고 수위의 방역을 시작했고, 철저한 역한조사와 적극적 격리로 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리고 현재는 매일 30명 안팎의 확진자만 나오고 있고 222명의 사망자만 나온 상태이다.

왼쪽부터 오늘 확인한 코로나19 확진자 수, 사망자수, 그리고 국가별 인구수 이다.
간단히 말해 작은 나라 하나가 지구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로 보면 아무 감흥이 들지 않지만… 저 숫자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인생을 살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숫자 하나하나에 인생이 담겨 있는 거다.

만약…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한 초기대응에 실패해 의료시스템의 마비에 도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만약,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 이 질병이 퍼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침에 다른 선생님과 농담을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

하긴.. 만약 박근혜때 코로나19가 퍼졌다면,
우린 비닐봉지 잘라다 입고 마스크도 없이 환자를 보고 있었겠네요..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세계 최고의 국가라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이 한국에서 생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인구 밀집도가 극히 높은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사망자가 적어도 만 명은 나왔을 것이고 전국의 의료시스템은 완전히 마비가 되어 살릴 수 있는 사람조차 사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거라 생각한다.
충분한 의료 장비도 없이, 보호장비도 없이 환자를 보고 있는데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가족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상상을 한다.
이게…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내가 의사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데도 가까이 갈 수 없고, 마지막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선거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나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내 가족을 죽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 그건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잘못된 정부와 대표를 뽑는 것이 나의 삶에,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티비에 나와 헛소리나 지껄이고 말도 안되는 주장이나 하는 개그맨 같은 것이 아니었다. 헛소리를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잘못된 판단을 밀어붙여 수많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들이었고, 힘이 있는 자들이었다.

내일은 4월 15일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는 날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4월 16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누구를 뽑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특정 정당을 찍으라든가 누가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여러분이 누구를 뽑든 간에 그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만 알아 줬으면 좋겠다. 내가 안찍은 사람이 되더라도 그 책임은 우리의 것일 뿐이다. 욕은 할 수 있어도 그뿐인 것이다.

부디 부탁컨데, 진지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투표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이 땅에 죄 없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안드레아 보첼리 : 희망의 노래

그냥 살고 있어

별다른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매일매일 일상이 반복될 뿐. 요즘은 잠도 잘 자고 일도 그렇게 많지 않아 한가할 따름이다. 아니, 오히려 수술이 너무 적어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게 다른 점이라고 할까..?
사실 얼마전에 “요양병원에서 근무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거기서 근무하는 비의료인분이 말씀하시길 “65세 넘지 않으면 올 생각 하지마세요”에서 포기. 아무래도 앞으로 25년 정도는 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환자가 너무 안오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는 게 문제일 따름이다.

사실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앞으로 이직할 것을 고려해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논문도 쓰고 그랬는데 요즘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뿐이라 슬며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항상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이직하는 것도 어려워지니 말이다. 어찌보면 지금 이 상황이 너무 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어 스스로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으음… 글을 쓰다가, 기운내서 마지막 수정 메일을 확인했는데 오케이만 하면 되는 거였네. ㅠㅠ 힘내서 지도교수님에게 사과 메일 쓰고 (그 동안 게기고 있었으니까) 답장 메일 번역을 부탁했다. 얼른 끝내버려야지. ㅋㅋㅋ

아무튼~ 기분이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앞으로 난 어떻게 살게 될 지 모르겠다.
천체사진은 마음대로 안 찍히고, 연구하던 것은 환자가 0명이 되면서 멈춰버렸고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 들어 우울하네..
그래도 기운내서 뭐라도 해봐야지. ㅠㅠ

주말 날씨가 또 안좋다고 한다

이번주에는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물론 이번주는 반달이 떠 있어서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오랜 기간 촬영을 나가지 못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번 사진 촬영때 필터휠도 제대로 작동 안하고 APT도 제대로 작동을 안해서 완전히 망해버렸는데 그래도 이번에 나가면 잘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웃기는 것은, 내 수준은 아직 극히 초보인데 더 이상 실력을 기르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는 사실.
그냥 찍었는데 영상이 나오기만 해도 황송하고 기쁠 따름이다. ㅋㅋ

사실 내가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니고 장비에 큰 돈을 투자할 생각도 없는데 더 대단한 사진을 찍겠다고 덤비는 것도 웃기잖아. 난 말 그대로 취미를 즐기고 있을 따름이고, 한밤중에 나가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멋진 천체를 찍을 수 있기만 해도 기쁘더라.
아마… 내가 대충대충 혼자 익혀서 그런 거겠지? 지금도 내가 다니는 카페에 가면 무슨 장비가 어떻고, 무슨 장비의 오차가 어떻고 하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고 가던데 솔직히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혼자 생각이지만 아마 카페를 먼저 가입했다면 이 웃기는 취미를 아예 시도도 안했을 것 같다.
취미를 진지하게 하는 분들을 비웃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무 하찮고 못났다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까놓고 말해 정말 대단한 사진은 저 우주에 떠 있는 우주 망원경이 알아서 찍어주고 있는데 내가 그 녀석하고 싸운다는게 말이 되나? 걍 즐겁기만 하면 되는거지.

아무튼 이번주는 망친 것 같고 다음주를 기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저 날씨가 좋고 기회가 잘 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날씨가 도로 추워졌네

입춘이 지나자 마자 날씨가 추워졌다

웃기는 노릇이다. 항상 그랬다고는 하는데 봄이 되었는데 더 추워지다니. 물론 이번 겨울이 말도 안되게 따뜻하긴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영하 10도가 된 것을 보니 웃기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별다른 일은 없고 그냥 가지고 있는 안시관측용 경통과 아이피스(접안렌즈)를 팔아 버리려고 한다. 오늘 저녁이나 내일 시간 있을때 사진을 찍어서 내가 다니는 천체관측 동호회에 올려보려고 한다. 뭐 비싸게 팔면 좋지만 어차피 내가 쓰지 않는 것이고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분이 기쁜 마음으로 취미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상당히 싼 값에 팔아보려고 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20만원 정도?
6인치 굴절 경통과 1.25인치, 그리고 2인치 아이피스 풀세트를 전부 다 합쳐서 20만원에 내놓을 거라 비싸다는 말은 듣지 않겠지 뭐. 어차피 이거 사도 마운트와 삼각대는 자기 돈으로 사야 하는 거니까 말야. 지금 바램은 사는 사람이 기쁘게 사가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다.

사실 요즘 천체사진 찍는 것도 좀 시들해졌다. 아무래도 잘 나가지를 못하니 그런 것 같다. 벌써 두 달 이상 나가지를 못한 것 같아서 말이다. 어떤 분은 보니까 달이 뜨던 말던 무조건 나가시던데 나도 그렇게 해야하나 요즘 고민중이다. 아무래도 게으름 병이 도진것 같은 느낌도 들고… 대체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혼자 고민했다.

지금 돌아보면 난 항상 이런식이 었던 것 같다. 어떤 취미에 엄청나게 흥분해서 막 준비를 하고 처음에는 열성적으로 해보다가 곧 시들해져서 하는 둥 마는 둥. 그래도 천체사진은 꾸준히 찍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시들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귀찮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시간도 좀 있으니까 귀찮음을 참고 2월의 촬영대상부터 찾아봐야 겠다.

모처럼 HAM에 취미가 있으신 분이 연락을 주셨다

내가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을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사실 요즘 HAM을 하는 분들이 너무 없어서 장비만 갖춰 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는데 다시 기운내고 차에 배터리를 갖다 놓아야 할 것 같다. 어디 사는 분이고 콜사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CQ를 외치고 있는 것은 너무 슬프거든. 그나저나.. 항상 내 교신을 받아 주셨던 DS1AAK님은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다. 요즘 몇 달간 교신을 하질 않았네.. 뭐 건강하게 잘 지내실 것 같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듣기에는 옛날엔 무선으로 교신도 많이 하고 재미있게 놀고 그랬다는데 요즘은 교신해도 할 말이 없고 뭐 그렇다. 인터넷이 하도 발달해서 인터넷만 보면 충분한데 누가 아날로그 무전기 잡고 있겠어.. 뭐 무선은 무선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하며 또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려고 한다.
요즘은 환자가 단 한명도 없고 병원도 어수선해서 기분이 좀 그렇긴 하지만, 그냥 이것도 곧 지나갈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야지 뭐.
난… 그냥 내 행복만 찾으면 된다.

직장고민

지금 다니는 병원이 조금 불안불안 하다

지난해 수십억 적자가 났다고 하더니, 12월 말에 갑자기 전문의들에게 나눠줬던 법인카드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해외학회 참가 지원금도 끊어 버렸고.
그리고 며칠 전에는 대장 과장님이 황당한 얘기를 했다. 부원장이 올해 있을 병원 인증평가도 못하게 하려고 하고, 인증평가와 관련된 병원내 시설 유지보수도 못하게 하려고 하고, 심지어 기관 윤리위원회(IRB) 간사도 해고시키려고 한다고.

진짜 이 말대로 처리가 되면 우리 병원은 논문도 쓸 수 없는 병원이 되고, 논문을 쓸 수 없으니 전공의도 뽑지 못하게 되고 병원 인증평가도 통과하지 못해서 진짜 ‘이상한 병원’이 되어버린다.
다른 선생님들은 “뭐 이렇게 말도 안 통하고 의료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부원장이 들어와서 고생을 시키냐”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난 광고업에 종사하고 있는 친한 형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구조조정

이번 일이 있기 한참 전에 그 형이 그런 얘기를 했었다. 2020년은 어감이 매우 좋은 해라서 구조조정 하기는 딱 좋다고. “미래 뭐시기 2020″이런 프로젝트 네임을 붙여서 구조조정 하면 된다고. 그러면서 구조조정의 단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1. 현재 적자를 확인함
  2.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못 돌아가게 훼방을 놓음
  3.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적자는 더욱 커지고, 업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직장을 때려치우고 떠남
  4. 직장이 어수선해지고 제 기능을 못함
  5. 장기적인 누적적자와 기능상실, 그리고 직원수의 감소를 핑계로 병원이 위기에 몰렸다고 판단하여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함
  6. 구조조정 시작함.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불만세력의 힘을 빼냄
  7. 구조조정이 끝남.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위기관에서 대규모 지원을 받아 병원 자체를 새로 설립하는 느낌으로 만듬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2단계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로는 올해가 지나면 병원 누적적자가 100억을 넘게 되거든. 아, 솔직하게 말하면 2월말이 되면 100억을 찍을거다. 그러면, 진짜 그 형 이야기처럼 구조조정의 빌미가 만들어지는 거지.
이 와중에 젊은 선생님들의 분위기를 보면, “더럽고 치사해서 다른 병원 알아본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3단계에 가깝다.

원래 난 적자와 관계없이 올해가 우리병원의 전환점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누적적자가 많이 쌓였지만, 대부분의 적자는 병원 리모델링 비용이었고 진료수익이 줄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의사들이 너무 많이 그만둬서 발생한 진료수익 감소도 원인이 되기는 했다. 그걸 2019년 동안 열심히 보충해서 이제 간신히 의사수가 정상화 되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으로는 2020년인 올해 대규모 광고를 통해 병원 이미지를 개선하고 환자를 유인하면 적자폭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 예상을 했다. 반경 5km내에 120만이나 사는 지역이라, 충분히 광고하고 이미지 개선을 하면 많은 환자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내 생각일 뿐이었나 보다.

솔직히 병원 구조조정을 바라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알고 있지만, 난 구조조정이 싫다. 한국의 병원이라는 것이 구조조정 한 번 한다고 갑자기 수익이 날 수 있을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진료수익은 +/- 0에 가깝고, 병원은 주차장과 부대시설로 돈을 버는 구조니까 말이다. 괜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잘라내고 병원 분위기만 망칠 가능성이 높아서 마음속으로 반대하며 지냈다.
그런데 우리병원 부원장이나 행정직 직원들 생각은 다른가 보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는 것 같고.

잘 모르겠다. 나야… 일개 직원일 뿐이고 환자만 볼 줄 아는 사람이라 이런 큰 변화는 익숙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 그래도 내 밥줄이 끊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요즘 고민을 좀 하긴 했다. 혼자 생각해 본 것은 어떻게든 날 자를때까지 버티다가 새로 생긴다는 소방병원에 취직하는 방법, 아니면 그냥 요양병원 의사나 하는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이제와서 개원을 해봐야 다양한 기술로 중무장한 개원의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돈도 없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나의 약점 때문에, 이 상황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월급 받는 입장이라 이런 변화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지. 은행 대출금도 있고 아이도 크고 있으니 어떻게든 돈 벌며 살아야지. 그것 말고 달리 방법도 없고. 아무튼 고민이다.

그냥

주말 당직을 서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주말당직이다. 뭐 나도 잘은 모르지만 한 달이 되었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당직은 싫다. 특히 주말 당직은 더 싫다.

전공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에는 당직이 있으면 ‘아 당직이 있구나’ 정도로 끝났지만, 지금은 ‘아 당직이 너무 싫어 죽겠다 ㅠㅠ’ 정도로 싫다. 그저… 당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당직이 있겠지. 아니… 어쩌면 의사 생활이 끝날 때까지 당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니 꾸욱 참고 당직을 서고 있는 기분이다.

하아.. 어쨌든 당직이 싫다.
2월달 부터는 전문간호사 수가 줄어서 월/수/토요일만 당직을 서지만, 그래도 싫다. 그냥 다 싫다.

…그나저나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안 썼더니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재미있는 일이나 즐거운 일도 많았는데 너무 글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열심히 글을 써야지.

펜벤다졸, 알벤다졸 그리고 현대의학

유튜브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안다

어떤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먹고 나서 폐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며 유튜브 방송을 했고, 그게 엄청난 속도로 퍼지며 암환자들이라면 대부분이 이 약을 구하기 위해 난리를 쳤다. 그리고 요즘은 알벤다졸(약국에서 흔히 사 먹는 구충제)이 비염과 아토피, 일부에서는 천식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서 너도나도 사 먹는 바람에 제품 자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특정 암에서는 어느정도 의미있는 효과를 밝혀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구는 진행중이고 이 약물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 의약품이 연구되고 제품으로 나오기 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모든 의약품은 제약회사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진다. 연구실에서는 특정 질병에 대한 샘플을 가져다 놓거나 동물의 몸에 질병이 자라게 한 뒤, 천연물질에서 추출했든 화학적으로 합성했든 논리적으로 해 볼 수 있는 모든 약품을 실험해 본다. 그렇게 수천 수만개의 약품을 테스트 해 본 후, 하나에서 두 개의 잠재적 치료제가 선정이 되고 몇 차례의 동물실험을 더 거친 후 인체실험에 들어가게 된다.
1차 실험은 해당 약물의 체내 흡수와 대사에 대한 것과, 잠재적 부작용 확인이다. 정상 성인에게 약물을 투여해보고 혈중 농도와 몸에서 빠져나가는 시간, 그리고 몸에서 빠져 나갈 때는 어떤 부위로 어떻게 나가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이와 함께 인체에 투여된 후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확인한다.
1차 실험이 끝난 약품은 2차 실험으로 들어간다. 2차 실험에서는 해당 약물이 효과를 보기 위해 어느정도 용량으로 어느정도 시간 간격을 주고 투여해야 하는지 결정하게 된다. 이때는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약물이 목표로 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2차 실험이 끝나면 흔히 말하는 임상실험(실제로는 3상 실험이라고 한다)에 들어가게 되는데, 대상이 되는 많은 수의 환자를 모아놓고 의사도 모르게 가짜약과 진짜 약을 섞어서 투여하며 진짜약에서 실제 치료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효과가 있음이 확정되면 비로소 시장 발매를 하고 대규모 유통이 일어나게 된다.
약물은 유통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는 4상 실험이 기다리고 있다.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약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유통되며 대규모의 환자들에게 투여가 일어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 데이타를 수집하는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써 보았지만 약 하나가 실제 발매가 될 때까지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된다.

제약의 과정이 이렇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시스템으로 굳어진 것은, 상품으로 나온 약이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별 거 아니라고 먹는 소화제 중에도 어떤 약은, 멀쩡한 성인 여성이 먹었을 때 젖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암환자의 치료법은 어떨까?
암환자의 치료는 보통 수술과 항암화학제, 그리고 방사선 치료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치료법 역시 제약업계와 비슷하게 수십년간 시행착오와 임상실험을 통해 살아남은 것만 정리된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까지 확립된 대부분의 치료법은 수십년간 이 병으로 고통받고 세상을 떠난 수백만명의 고통과 목숨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치료해보고 저렇게 치료해봐서 효과가 없는 것은 배제되고 효과가 있는 것만 남은 것이 현대 암 치료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효과가 없었던 사람은 예외없이 사망했다. 백혈병에 사용되는 복잡한 항암치료 방법, 흔히 레지멘(regimen)이라고 부르는 여러 항암화학제의 조합을 사용하는 방법 역시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수십만명의 목숨 위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의학은… 사람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그 학문은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많은 사람들의 목숨위에 세워졌다. 질병의 원인에 대한 논리적 접근과 해석, 그리고 그에 따른 복잡 다단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지금의 의학이 만들어졌다.
현재 구충제에 대한 논란은 이러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탈지성주의라는 말이 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 오히려 낫다는 주장이다. 쉽게 생각해 주식에 대한 분석적 접근 같은 것은 다 필요없고 개인의 직감과 판단에 의존해 결정하는 것이 낫다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웃기게도 21세기는 이러한 탈지성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미국을 달에 착륙한 적이 없다는 주장부터 지구평편론자, 창조과학, 안티백서, 환단고기론자까지 전세계적으로 그 동안 쌓아왔던 학문적 결과물을 부정하고 직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내용들이 흘러 넘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의 근원은 대부분 유튜브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자극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나와 너만이 알고 있다는 식으로 꾸며 사람들에게 퍼지고 있다.
난 최근의 펜벤다졸과 알벤다졸 역시 이러한 탈지성주의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적 접근 같은 것은, 이해를 하려 해도 잘 모르겠고 그저 유튜브의 누군가가 효과가 있다고 하면 그대로 믿어 버리는 것. 전문가라는 의사들의 주장따위는 들어도 잘 모르겠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믿고 싶은 마음. 물론 말기 암환자들이 그러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한다. 더 이상 의학적 치료법이 효과가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구충제를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단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조기 암환자나 만성병 환자들이 수십 수백만명의 목숨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을 무시하고 효과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한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가능한데도 치료를 거부하고 구충제에 의존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행위니까 말이다.

혹자는 그런 말을 했다.
자연치료법에 의존하고 전통방식의 치료법에 의지했던 사람들은 그러다 사망하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적자생존 방식의 진화와 비슷한 거 아니냐고. 결국 이런 난리를 거치며 현대의학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다 죽어나가고 의학적 치료법을 믿은 사람들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도 진화의 과정일 것 같다고.
냉정하게 생각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가혹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인류는 기후변화보다 이러한 탈지성주의로 인해 먼저 멸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