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에 하나

세계적으로, 1초에 하나가 태어나고 3초에 하나가 죽는다

4월 18일 오후 4시 34분. 임종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환자가 좀 안좋다

사실은 처음부터 계속 안좋았지만

반복된 음주는 간경화와 각종 간질환을 유발합니다…. 라고 술병에 적혀 있었던가?
가뜩이나 전신 80%나 되는 화상이라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는데, 이놈의 술이 환자의 몸을 갉아먹은게 느껴진다. 남들이라면 한 8파인트의 피를 수혈하면 끝이 날 것이었는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으로 피가 들어간다. 그런데 어제 회진끝날때 중환자실 간호사가 ‘AB형 피가 모자라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혈액은행에서 그랬어요’ 라고 하더라.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할까나.
보호자는 어떻게든 살려 달라고 하는데 원무과에서는 수천에서 수억의 진료비를 받아내는게 부담스러운지 계속 살 가망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고, 사체피부부터 Nexobrid(죽은 살만 선택적으로 녹여내는 공포의 파인애플 추출물)의 수급은 계속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어제부터 CRRT(지속적 신대체 요법. 24시간 돌아가는 투석기)를 켰는데 충분한 수분은 제거가 안되고 혈압만 떨어지고… 아무튼 모든 것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나도 모른다. 나역시 매 순간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는게 사실이니까. 어제도 투석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수술이 취소가 된 것이고 보통의 경우 한 번, 두 번 수술이 취소 되다가 사망하는게 일반적인데다 투석기를 돌리기 시작해서 살아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손가락만한 혈관을 잡고, 카테터를 삽입하고, 투석지시를 하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끝임없이 솟아나는 회의감을 피할 수 가 없어서 말이다.
매번 수술을 하겠다 했다가 취소할 때마다 사체피부 회사는 배송비 부담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것도 미안하고, 600만원 넘는 진료비를 받아내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빨간줄이 생기니 미수금에 덜덜 떨고 있는 원무과 직원들에게도 미안하고, 거기다 다음주 월요일에 코드가 잡힌다는 Nexobrid를 오늘 당장 해달라고 졸라야 하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로 진행된다면 좋을 것을, 전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하나하나 꼬인 실을 풀어나가는 기분이라 정신적인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어제도… 한 세 시간 잤나?

어떻게든 딱 3주만 버티면 가능성이 보일 거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 3주가 문제다.
어떻게 하면 3주를 버티게 하고, 나도 3주를 버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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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울트라 현자타임

“현자타임”이 좀 불편한 뜻인것은 빼고 그냥 머리가 하예졌음

최근에 찍은 사진도 너무 엉망으로 나와서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쪽지가 날아왔다.
연락처를 주시며 전화하라기에, 책 저자분이기도 하고 해서 조심조심 전화를 드려봤는데

나의 소중한 천체망원경이 전부 쓰레기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일단, 내가 사용하고 있는 망원경은 천체사진용이 절대 아니라고 하셨다. 내딴에는 세금에 배송비까지 합쳐서 거의 200만원이나 주고 산 망원경인데, 천체사진은 찍을 수 없는 제품(정확히 말하자면 절대로 제대로 찍을 수 없는 제품)이라고 하셨다.
이야기 나눈 것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1. 일단 가지고 있는 망원경은 천체사진용이 아니라 제대로 찍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2. 가지고 있는 망원경은 초점거리가 1200mm나 되면서 F8정도의 밝기라 천체사진 찍으면 당연히 어둡게 나오고 잘 안나온다. 보통 사진용은 최소 F7이하급이다.
  3. 보통 천체사진 찍는다는 분들은 경통이 400~500만원, 카메라가 200~400만원, 그리고 마운트(적도의)만 400~500만원짜리 EM200같은 제품을 쓴다. 그런데 전체 키트가 180~200만원이면 그건 못 쓰는 물건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400mm 일반 DSLR이 더 잘 나올거다.
  4. 사진 찍은 것을 보면 비넷이 심한데 이건 광공해가 심한 곳에서 찍은 것이다. 항상 간다고 한 백마고지 전적지 같은 경우도 본인이 보기엔 광공해가 심한 곳이고, 광공해가 없는 곳으로, 최소 2시간 이상 거리의 산속에서 찍어야 한다. 예를들면 수피령이나 벗고개 같은 곳..
  5. 혹시라도 광공해 필터를 살 생각이 있었다면 절대 사지 마라. 색감이 확 떨어져 못 쓰는 사진이 된다.
  6. 가이딩 문제가 좀 심한것 같다. 렌즈 정밀도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이딩 하는 법을 좀 더 익히는 게 좋겠다.
  7. 마지막으로 Flat frame찍은 걸 봤는데, 잘못 찍은 거다. Light frame에 먼지가 보이는데 Flat 에 먼지가 없다는 건 잘못 찍었다는 가장 중요한 증거다. 가능하면 사진 촬영 끝나는 시점에 Flat frame을 Light frame과 같은 초점으로 찍어라.
  8. 그리고.. 또 말하지만 장비 바꾸는게 좋겠다.

전문 천체사진 작가님의 조언이라 어느것 하나 흘려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좌절했다고 할까? 그런 얘기를 하셨다. “계속 그 장비로 찍으시는 쪽을 택하셨는데, 남들만큼 사진이 나온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추앙받을 사람이 될 겁니다”
안된다는 뜻이겠지? ㅎ;

근데 말이다. 취미생활에 2,000만원이나 투자할 만큼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재산이 한 100억 있으면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난 시시한 월급쟁이 의사이고 천체사진에 인생 모든 것을 건 것도 아니라 솔직히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도 허리가 휜다.
어쩌겠는가. 그냥 가지고 있는 장비로 평생 연습하는 기분삼아 촬영시도를 해야지.
그냥…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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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힘들겠어

화상 환자가 왔다

평소보다 많이 심한 환자가 왔다. 전신 80%의 화상에 연기까지 많이 마셔서 몸 상태가 안좋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고, 이것저것 해독치료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어제는 오후에 응급수술을 들어가서 죽은 살을 깎아냈다.
보통 흡입손상이라고 하는, 화재로 인한 연기형태의 독성물질 흡입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사망율이 50%에 이르는 독한 질환이다. 거기에 체표면적 80%의 화상을 더하면 보통은 사망율이 ≅ 100%라고 설명한다. 이 환자도 도착 당시에 이미 청산가스 중독증상이 심해 혈압이 거의 안잡히다시피 했고 일산화탄소 중독도 심했다. 거기다 수술들어가기 직전 확인한 바로는 평소에도 술을 많이 드셨다고 하고.

솔직히 말해 살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살고 죽고는 내 뜻이 아니니까. 그저 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환자에게 살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경우 사망율을 100%로 설명해야 하는 환자를 난 보호자에게 20%정도의 생존율로 설명했다. 아무래도 보호자분들이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 바램이 뒤섞인 설명이었겠지.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찜찜한 기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환자 때문이었을까? 응급실에 도착한 당일부터 3일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딱히 환자 상태를 감시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다 깨다를 세네번씩 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트레스겠지? 근데 마음 편하게 먹고 있으면 사망하는 건 불보듯 뻔 한 일이라 그럴 수도 없고. 자주 느끼는 거지만 이놈의 화상 분야는 제 살 깎아먹어 환자 치료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특히나 인력도 모자라고 자원도 제한된 환경이라 의료진을 소모하는게 더 심한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나야…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열심히 하면 되기는 하지만 환자 보호자는 어떨지 모르겠다. 총 치료비가 2억은 넘을것 같다고 어제 말씀드렸는데 ‘그건 나중에 살아나면 그렇다는 것 아니냐’며 무시하려고 하셨다. 으음… 그 돈의 60%가 초기 2~3달 내에 다 들어가는데요? ㅠㅠ 당장 금요일 정도 수술에 배양조직 채취를 해야 하고 그것만 해도 비보험으로 200만원이나 한다. 거기다 그걸 내가 원하는 사이즈 정도로 배양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데다, 중간에 환자가 사망하셔도 전체 약가의 5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손 놓고 있냐고…? 아아… 정부.
정부는 산정특례라고 진료비 할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해주고 있지. 뭐 이것만 놓고 보면 참 좋은 제도인 것은 사실인데, 문제는 여기에 해당하는 약과 치료재료가 극히 적어서 말만 할인이지 사실은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다.
말 그래도 ‘다치면 네 손해’지. 끝임없이 세상의 의료기술은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한 20~30년전 치료기술에 딱 멈춰서 이후에 나온 모든 치료재료를 비보험으로 처리해버리고 있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나도 모르겠다.

오늘도… 수술 들어가야 한다. 다치고 만 3일 이내가 가장 출혈이 적은 시기라 환자 몸 상태가 안정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데다, 화상이라는 병의 특징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라 초반에 선수를 치지 않으면 이후에는 죽을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늘은… 수술 들어가기 전에 원무과에도 연락해야 한다. 환자 비용이 니들이 생각하는 것의 20배 정도 나올 거라는 정보도 제공하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급여 치료재도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가뜩이나 술 많이 드셔서 출혈이 잘 안잡히는 환자인데,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
그래도 살기만 해주면 좋겠다. 절뚝거려도, 걸어서 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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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100
2019년 4월 10일 경향신문 7면 SK하이닉스 전면광고에서

이 이야기부터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우선 난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고 어떤 문화의 우월성을 지지하지도, 특정 사상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국 역사를 잘 알지도 못한다.
올해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여러가지 행사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광고가 신문 지면에 실렸다.

괜히 눈물이 났다. 요즘 여러가지로 지쳐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늙어버려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사진속 사람들의 평범하기 평범한 얼굴들을 보며 괜히 눈물이 나왔다.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보다시피 잘 생기지도 부유해 보이지도 않는 저 사람들은 임시정부라는 자그마한 간판을 붙여놓고 열심히 무언가를 토론했겠지. 서구 사상이 어떻고, 현재 정세가 어떻고, 공산주의가 어떻고 오만가지 이야기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자기들끼리 멱살잡이를 할만큼 격렬하게 논쟁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담배만 뻑뻑 피우며 한심하게 쳐다보기도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적어도 하나는 알 수 있을것 같다.

저 사람들은 꿈이 있었다.
사상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을 것이고 현재의 불합리함에 대항해 격렬하게 싸우려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소외받지 않고 평등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란 어떤 것일까 생각하며 이런저런 것들을 토론하고 헌법을 만들었겠지.

그냥. 그냥 그렇다.
오늘 일을 하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죽어버리면 끝인 인간인 주제에 다음세대에게 더 밝은 미래와 꿈을 남겨주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가 생각했다. 2019년 행복 보고서라는 것이 나왔는데, 한국의 20~30대는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고 한국의 여성들 역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취업난, 성차별, 의식주의 불안정성. 이 모든 것들이 한국사회의 젊은 사람들에게서 꿈을 앗아가고 있고 그들을 그저 먹고자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다음세대에게 꿈을 꿀 수 있는 미래를 주는 것,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 앞선 세대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젊으나 늙으나 먹고 살기 바빠서 남들은 버려둔채 내 것만 챙길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있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먼저 태어났으면 조금이라도 뒤에 오는 사람이 잘 될 수 있도록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불합리함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데….

그저 부끄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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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근황

신경쓰이는 일, 그리고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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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넣어보고 싶어서 넣었다.

좀 많이 바빴다.
어리석은 행동일 수도 있고, 무의미한 행동일 수도 있다.
논문 연구계획서 쓰고, 이런저런 서류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제 기관윤리위원회(IRB, 하려는 연구가 연구윤리에 부합하고 문제가 없는지 평가하는 위원회) 제출용 서류는 다 끝났고 전문간호사들 서류만 받으면 될 것 같다. 이거 제출하고 대충 한 달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오니까 그때부터 연구 시작하면 된다.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류 작업이야 나 혼자 하는 거니까 큰 문제는 없었는데, 시약과 이런저런 문제들이 말썽이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더 그랬겠지?
이번에 연구를 위해 pH미터라는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 녀석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오차보정용 시약이 필요했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하는 연구이다 보니 시약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반인이나 미성년자에게는 시약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장비 구입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다. 이것 때문에 교육연구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직도 답은 없지만 대학원 석사때 지도교수님이 여차하면 당신이 사서 보내주겠다고 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뭐 아직은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
혼자 하는 연구. A부터 Z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니 신경쓰이는 일도 많고 안되는 것도 너무 많더라. 이렇게까지 내가 논문을 계속 쓰려는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학회에서 발표하고 인지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그런 마음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연구를 하고 있는지…

이것 말고는 귀가 많이 아팠다. 왼쪽 귀를 별 생각없이 주말에 슥슥 팠는데 그게 감염이 되었는지 붓고 아프고 진물나고 정말 고생이었다. 물론 지금도 다 낫지 않아서 지끈지끈 쑤시고 있지만 그래도 며칠 전보다는 좀 낫다. 신경쓰일 일은 많고, 몸은 아프고 정말 최근 열흘간은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내가 잘 살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태어나서 딱 한번 뿐인 인생인데 나중에 돌아봤을때 후회없는 인생일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살고 있을 따름인데 말이다.

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자서 머리가 복잡한 김에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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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쉬운 수술은 없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냥 자주 하는 수술이었다. 아마 100번도 넘게 들어갔을 탈장 수술이었는데 수술중에 피가 났다. 피야 수술하면 당연히 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흔히 탈장수술에서  Triangle of Doom이라는 부분이 있다. 다리쪽으로 내려가는 굵은 신경과 혈관덩이가 지나가는 부위인데 오늘 수술은 바로 이 부위에서 났다.

외과의사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정맥 출혈이다. 보통사람들이야 동맥출혈은 피가 쭈욱 쭈욱 뿜어져 나오니 더 위험한 것 아닌가 생각하지만, 외과의사들 입장에선 출혈부위가 정확히 보이지 않으면서 피가 콸콸나는 정맥출혈을 더 무서워 한다. 흔히들 “출혈부위 찾으려고 석션(피나 물 종류 흡입기) 몇 번 하면 환자 죽어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맥출혈이다.
Triangle of Doom 지역은 사람 손가락 만한 정맥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거대한 정맥의 가지 하나가 출혈이 있었다.

정말 다행이도 전기소작기로 지혈이 되었고 손가락 만한 녀석은 손상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수십만원짜리 지혈제를 턱! 하고 붙이고 수술을 끝냈다.
그래… 차분하게 했다. 솔직히 말해 머리가 하예지고 등골이 오싹했지만 집도의가 당황하면 같이 수술하는 모든 의료진이 당황하니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며 처리를 했다. 소독 간호사로 쌩 신규 간호사가 들어와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에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았지만 끝까지 꾸욱 참고 기다려줬다.

수술이라는게,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큰일 없이 끝낼 수 있는 것이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술에는 합병증 발생율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합병증 발생율이라는 통계는 무슨 짓을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술을 더 잘하게 되면 피할 수 있지 않냐고? 아아… 모든 수술에는 크게 두 가지 변수가 있는데 첫째는 의료진, 둘째는 환자다. 의료진의 술기야 열심히 익히면 나아지지만 환자라는 변수는 우리가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당장 겉으로 봐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인 경우도 있고, 수술을 들어갔더니 외계인에 버금가는 기이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모든 수술 통계는 이런 혼란 속에서 가장 일반적인 합병증의 비율을 알려주는 것이라 우리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각종 논문에서 Triangle of Doom의 주요혈관 손상율을 0.2~0.3%로 잡고 있고, 보통 이게 손상되면 환자는 하늘나라 간다. 그리고 난 그 0.2~0.3%에 다가갔거나 다가갈 뻔 했고 말이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할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탈장 수술을 할만큼 했나 보다. 통계적 합병증 발생율에 점점 다가가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수명이 몇 년 줄어듦을 느꼈다. 수술이 잘 되었으니 더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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