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힘내자

오늘 새벽 1시에 수술 들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별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냥 급성 충수염(맹장염) 환자였는데 밤 11시 30분에 연락이 와서 마취과에 이야기하고 수술준비하니 새벽 1시가 되었다.
보통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전까지 잠을 자는 경우 일어나지 못할 수가 있어서 그냥 깨어있는 상태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역시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고 잠깐 졸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수술실로 갔다. 전문의실에서 수술실을 가기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다

요즘은 그럭저럭 수면 시간에 신경쓰고 있고 약간의 운동도 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감기기운이 있으며 몸이 안좋아진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직을 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더 당직을 서기 어려워 지면 이 직장을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올해가 11년차였다. 이 병원에서 만 10년을 지냈다. 그 동안 끝도 없이 당직을 섰고 야간에 이런저런 환자로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만큼 반복적인 야간 근무에 지친 것도 사실이고. 아직은 잘 버티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야간에 전화받고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야간 수술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뭐 나도 사람이고 천천히 늙어가는 것이 사실이니 어쩔 수 없겠지.
아무튼 이런 고민을 하며 수술실에 갔고, 다행이도 아무 문제없이 수술은 잘 끝냈다.

최근 많은 일들이 날 힘들게 했다. 가정사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고, 천체사진 촬영도 잘 되지 않아 그만둘까 고민을 했고 말이다. 뭐가 잘 안되기 시작하니 끝임없이 자신감이 깎여 나가는 것을 느끼는 것도 힘이 들었다.
사람이 웃기는게, 자꾸 힘들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힘들어 지고 모든 일이 하기 싫고 힘이 빠지는 법이다. 그래서.. 당직근무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고민하다 다른 천체사진가의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영어라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실패해도 참을성 있게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냥.. 아직 할 수 있을때 열심히 해보고 노력해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달리 방법도 없으니까. 직장을 바꿔볼까 생각을 해도 지금 내가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곳도 딱히 없어 보이고 힘들어도 당직을 아예 못 서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번에 집을 산 것 때문에 돈도 없어 장비를 바꿀 수도 없으니 그냥 가진거로 열심히 해 보는 수밖에 없고 말이다.
뭐 그런거다. 삶이라는게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순간에 돌아보면 그 동안 내가 벌여놓은 일들과 상황이라는 문제가 겹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 오는 거지 뭐. 이렇게, 이사람 저사람 모두 그냥 살고 있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슬프지만,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게 삶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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