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나

지난주에, 직장에서 쓰던 내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정확히는 메인보드가 나가버렸다.
왜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도에 산 제품이었고 당시 400만원 정도 들여서 구입한 워크스테이션이었다. 음… 살면서 가장 비싸게 주고 산 컴퓨터였다. 만 6년동안 정말 가혹하게 사용해 왔는데 불평불만 하나 없이 잘 돌아갔고 그렇게 잘 쓰다가 어느순간 퍽 하고 나가버렸다.

Dell Precision T3600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엔 내부 공간이 부족해서 저렇게 뚜껑 열어놓고 다른 부품들과 얼기설기 연결해서 사용했지만, 정말 좋은 컴퓨터였다.

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최근에 금전적인 어려움이 생겨서 한동안 직장에서는 노트북이나 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응? 데스크탑도 있고 노트북도 있어?! 아아.. 이거 원래 별 사진 촬영할 때 쓰는 노트북. 성능이 좀…;

아무튼 컴퓨터가 죽고, 올 해 안에는 컴퓨터를 다시 살 수 없는 상태라서 그런지 진지하게 컴퓨터와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기억 나는 것은 우리 집에 처음으로 컴퓨터가 있었던 것이 애플 IIe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고, 그 다음에는 486이 7년간 있었다. 그리곤 내가 이것저것 조립해가며 컴퓨터를 만들어 썼고, 그러다 2013년에 처음으로 대기업 제품의 워크스테이션을 구입했다. 되돌아 보면 지금까지 집에 컴퓨터가 단 한번도 없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들처럼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항상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일을 하며 즐거워 했었다.
내게 있어서.. 컴퓨터는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고,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친구였으며, 일할때 도움을 주는 동료 같은 것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대(보통 20대)에 했던 행동을 버리질 못한다.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60~70대를 보고 있으면 그렇잖아. 포마드로 머리 세우고 색깔있는 선글라스 끼고, 목에 머플러를 두르고 있다.
피식…. 아. 미안합니다;;
아무튼, 나도 똑같은 것 같다. 내게는 가장 빛나는 물건이 컴퓨터였기 때문이라서 그런가… 항상 컴퓨터를 가지고 싶어 하고 집에 가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당장 아내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많은 일을 하는데 난 꼭 컴퓨터를 켜서 온라인 쇼핑을 하고 기사를 읽고 게시판을 들락거린다.
나도 할아버지들 처럼 가장 빛났을 때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거겠지.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 10년에 한번 바꾸잖아.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돈을 모아 차를 사도 죽을때 까지 몇 번 못 바꾸고 죽는데, 컴퓨터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혹하게 써도 5년은 쓸 수 있으니 자동차보다 더 바꾸긴 하겠지만 곧 눈이 어두워지고 손이 느려지면 컴퓨터를 쓰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게 되어 갑자기 슬퍼졌다. 물론 난 아직도 살 날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컴퓨터를 만지작 거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고 부품을 조립하며 기뻐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니 좀 많이 슬퍼졌다.

그래.. 오늘은 이런 이야기다.
날씨도 너무 덥고 습해서… 일찍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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