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글을 쓰려고 준비하며 잠시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꼰대라는 말은 그냥 ‘늙은이’를 부르는 말이라고 하더라. 그치만 세상에서는 꼭 나이가 들었다고 꼰대라고 부르기 보단 남을 가르치려고 들고 자기 얘기만 하고 자기가 항상 옳다고 하는 사람들을 전부 꼰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 그리고 몇 주전 일요일에 부모님 댁에 갔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명 문제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명이 통상 3~5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펄쩍 뛰면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현재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문제는 도시에 설치해야 하는 것인데 멀쩡한 산을 밀어버리고 발전단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아버지는 무조건 태양광 발전이 낫다는 말만 하셨다.
뭐… 집에 와서 찾아본 바로는 자동차 배터리의 수명은 통상 8~10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 이건 내가 틀렸다. (틀린 이유가 좀 웃긴게,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명도 일반 휴대폰 배터리처럼 “충전횟수”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난 전기자동차도 매일 충전해야 하는 줄 알았다는 것. 일주일에 1회 충전하면 10년 정도 쓸 수 있다는 말이라 일주일에 3~4번 충전하면 실제로 줄어드는 것은 맞더라) 그렇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태양광 발전을 위해 멀쩡한 나무를 싹둑 잘라버리고 산에 설치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섞인 이야기이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신재생에너지라든가 대체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것 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전문가 이야기도 들어보고 그랬다. 그리고 아버지는 예전에 뫄뫄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셨구.

내 이야기가 맞다거나 아버지 이야기가 틀리다는 것은 이 글에서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지 내가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독선이 심해지고 아집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기 맘에 안들면 울고 때리며 발버둥 치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처럼 고집이 세진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이런 상태가 되면 ‘꼰대’라고 칭하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 인간이 채집생활을 하거나 농경사회를 했을때 노인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다른 이유가 아니리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시기에 어디에 사냥감이나 채집거리가 있는지를 안다거나 어느 시기가 되면 논에 물을 대야 하는지, 모네기를 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렵/농경사회는 기본적으로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의 말을 주의깊게 듣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매일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있고 젊은 사람조차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젊은 사람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변하기 때문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사람들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간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찌보면 현대 사회는 더 이상 고령자의 지혜가 중요하지 않은, 경제력이 있고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하겠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야 옛날 사람에 가까운 인간이라 아버지랑 말싸움을 한다거나 강하게 내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편이라 그냥 가만히 있어버리고 만다. 뭐라고 하시든,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전혀 다르든 간에 그냥 가만히 있어버린다. 어차피 말 해봐야 듣지도 않으실 것 이고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분야의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하는 헛소리 정도로 치부하시기 때문이다.
뭐 그래.. 아버진 나름대로 꼰대가 되셨더라.
아마 내가 이 이야기를 입밖에 꺼내면 난리가 나겠지?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하고 지내는 거지만..
아무튼 꼰대가 안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배웠던 지식을 움켜잡고 있다가 세상을 따라가지 못해 꼰대가 되고, 지식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만 움켜잡고 있다가 꼰대가 되니 말이다. 전에 지도교수님이 이야기하길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젊은 사람)과의 관계를 이루면서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고 하던데, 난 여기에 이 말을 꼭 붙이고 싶더라.
말을 더 줄이고, 귀를 더 열고, 그리고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물론.. 어렵다. 유일한 사회적 창구인 친구들 역시 나와 같이 나이먹어 가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날 상대도 안해주는데 노력을 해야 하다니..

그냥.. 울 아버지 생각하며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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