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문턱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어젠 절반 성공하고 절반 실패했다

우선.. 상태가 매우매우 안좋은 환자가 한 분 월요일에 오셨는데, 그 분 수술이 잘 되었다는 점.
수술 들어가기 직전에 혈압이 뚝뚝 떨어지고 몸에 이산화탄소가 자꾸자꾸 쌓여서 ‘아 수술도 못 받고 돌아가시게 생겼구나’ 했는데 오히려 수술 이후에 전신상태가 좋아졌다.
이게 왜 좋은 일이냐면… 물론 환자가 좋아져서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수술 들어가기 전에 너무 상태가 안좋아서 정말 수술을 하는 게 맞을지 한참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날 당직에 따른 피로와 쉬고 싶은 욕구가 합세해 수술을 하루 미루고 싶다는 욕구가 가득했다. 한… 한 시간 정도 고민한 것 같다. 다행히도 이성이 승리해서 수술을 하게 된 거구.
잘 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한 번의 수술로 7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술비가 환자 본인 부담금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잘 되어서 좋았고, 그리고… 내 이성과 책임감이 감정을 이겨서 좋았다. 뭐 덕분에 난 밤새 피로에 시달렸지만…ㅋ

이제 절반 실패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월요일 당직을 선 대가로 수요일 오프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되겠지!’라는 기대를 안고 화요일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별 사진 찍으러 갔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사람도 없었고 완전히 어둠이 내리기 전에 기본적인 설치를 마쳤다.
극축정렬이라고… 천체망원경과 지구의 자전축을 정확히 맞추는 작업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걸 정말 정말 세밀하게 했다. 극축정렬을 하는 데만 거의 두 시간 반을 소모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렬을 마치고 지난번 실패했던 석호성운을 찍기 위해 시도했는데, 지난번과 똑같이 아무리 찾아도 석호성운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수십장의 테스트 사진을 찍어보고 도저히 안되어 카메라를 제거하고 다시 접안렌즈를 달아 살펴봤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희한한 일은, 망원경으론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던 성운이 쌍안경으로는 잘만 보였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울며 열 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도 이슬 때문에 다 망쳐버렸다. 간신히 건진 사진이 이거 하나. 이게 어디냐면…. ‘아마도’ 석호 성운 근처의 은하수 안 쪽 일거다. ㅠㅠ

대실패Final

깨달은 것이 있다. 우선… 별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나처럼 일반 관측용이 아닌, 진짜 별 사진용 망원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고, 아주 정밀하게 작동하는 마운트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 다시 말해 돈 달라는 말이다. ㅠ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천체사진은 장비 싸움이라고 하더니 정말 맞는 말이었고, 난 돈이 없는데 제대로 찍어 보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좀 지쳤다. 6개월째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못 건져서 너무 슬펐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 좌절했다.
집에 돌아와서 남들은 무슨 장비를 쓰는지 알아보곤 한 번 더 좌절했다. 경통(렌즈가 들어있는 튜브)만 400만원이 넘는 걸 쓰고 계셨다. 아…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KIN.

사진 찍는거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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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plies to “지옥 문턱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 그러게요.. 저도 이런줄 몰랐습니다.
      집 말아먹는 3대 취미가 골프, 음향, 자동차 음향이라고 들었는데 이놈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ㅠㅠ

      다행이도 돈이 없으니 더 큰 지출은 안할 것 같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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