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고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IRB는 경과보고와 종료보고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어떻게 알았겠나.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다른 일(새로 연구할 것에 대해서)로 전화를 했다가 이 이야기를 듣고 오늘 급하게 경과 보고서와 종료 보고서를 작성했다.
연구 노트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다 문득 이번 연구도 참 힘들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다섯 명이었던 연구자 중에 두 명이 못하겠다고 배를 째버렸고 혼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며 간신히 논문을 다 작성했는데 학회에서 빠꾸 맞고. 뭐 거절 당하는 거야 흔히 있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전문 연구자가 아닌 평범이의 입장에서는 정신적 데미지가 컸다. 그것 덕분에 이번 저널을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말이다.

얼마전에 계속 연구를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내에게 이야기 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남들은 학원 간다고도 돈 쓰는데 뭐 그런것 가지고 그래요. 하고 싶은대로 해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연구비가 사비로 나간다는 데도 신경쓰지 않는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줬다. 조금 놀라기도 했고 고마웠다.
사실 나같이 사비를 들여 연구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싶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데다 결과가 어찌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을 해 나가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나도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에서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든 간에 이렇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연구는 돈이 많이 든다. 단순한, 아주 단순한 환자대상 연구를 하려고 해도 비용이 소모된다. 피검사 하나를 하려고 해도 오차를 줄이기 위해 2회의 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장비를 사려 해도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거기다 논문을 영어로 쓴다면 영어 번역자에게 유료로 부탁을 해야 하고 논문이 개제되면 그에 따른 출판비도 자비로 나가게 된다.
설마 이것만 있을까. 연구용 노트 구입에 각종 서면 자료의 보관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고 전산자료도 깨끗하게 정리해 백업해 둘 공간도 있어야 하고.. 그냥 연구는 돈이다. 돈이 든다.
우리 병원의 경우 논문이 나가면 저자에 대해 100만원의 성과금을 주는데 연구에 드는 돈을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오는 정도다. 번역+개제비만 100만원은 나가는데 말이다.
뭐, 자꾸 생각하면 씁쓸해 지니까 그만 생각하기로 하자.

사실 나도… 내가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연구를 하고 있다. 혹시라도 다른 병원으로 이직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 ‘혼자서 이렇게 성실히 수술하고 연구도 하는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나같이 전문분야가 돈이 되지 않아 직업이 불안정한 사람이 계속 팡팡 놀기만 했다고 보여지면 안되잖아. 그렇게 좋은 의도는 아닐지 몰라도, 그래도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예를들어 내가 잘 모르는, 차도 없고 걸어서 일주일을 가야 의사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동네에 내가 한 연구의 결과가 알려져 그 지역 의사가 환자들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가끔이지만 이런 상상을 한다. 물론 이렇게 대단한 연구를 한 적은 없다. 그냥 마음이라도 이런 상상을 한다는 거지.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나도 잘은 모른다.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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