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9

어제도 백마고지 전적지를 갔는데… 퇴근길에 가다보니 천문박명이 거의 다 되어 도착했다.
짐 풀고, 극축정렬하고 이것저것 준비한 후 GoTo기능용 별 정렬을 했는데 역시 카메라로 보는 것이다 보니 힘이 들었다. 그럭저럭 정렬을 끝마치고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찍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간신히 ‘이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촬영을 시작했는데 왠걸. 딱 두 장 촬영하고 성단이 주차장 옆의 나무에 가려버렸다. 결과물이라고는 녹색 필터로 찍은 사진 딱 두 장이 전부. 그것도 점 네 개 찍혀있는 까만 하늘이었다.
우울한 마음에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연습을 한다는 느낌으로 카펠라(Capella) 별을 찍기로 했다. 거의 여섯시간을 추위에 덜덜 떨며 찍은 결과물이 아래 사진이다.

FinalCut

카…펠라가 어디있지..?;; 제대로 찍었는지 조차 모르겠더라. 이것도 새벽같이 일어나 장장 두 시간동안 죽어라 후처리를 한 결과물인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격자선이 죽죽 그어져 있고 별들은 미묘하게 원형이 아니더라. 아마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한참 우울하게 있다가 인터넷 들어가서 현재 사용하는 천체사진용 카메라의 동일기종이지만 칼라 CCD를 장착한 제품을 주문했다. 콱 질러버렸다. ㅡㅡ;

처음 심우주 천체사진에 입문할 때 봤던 책이나 다른 여러 사이트들에선 모노크롬(단색, 흑백) CCD를 이용한 사진 촬영을 주로 권장했다. L,R,G,B필터별로 동일한 대상을 각각 10여장 찍어서 합치는 이 촬영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칼라 CCD를 이용한 것에 비해 탁월한 콘트라스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개월 노력해본 내 소감은, ‘모노크롬 촬영은 아마추어에겐 너무나 힘든 도전이다’ 였다.
통상 심우주 천체(성운이나 성단을 찍는 것)를 촬영하기 위해선 사진 한 장에 5~20분의 노출시간이 필요하다. 이걸 각각의 필터별로 10장씩 찍겠다 한다면 5분으로 잡았을 때 3시간 20분이 필요하고, 20분 노출이 필요하면 13시간 20분이 필요하다. 거기다 촬영의 질에 따라 사진을 합치는 과정이나 사진간의 차이를 정렬하는 부분에서 치명적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렇게 된다면 하루 촬영을 완전 망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뭐, 아마추어가 천체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날밤을 꼬박 새는 것은 동일하지만 더 높은 콘트라스트를 위해 더 어려운 일을 가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니까.

이런 고민을 2주 전부터 해왔고, 그래도 이번엔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도전했는데 역시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어렵게 노력해서 극한의 질을 가진 사진을 갖느니 차라리 내가 본 천체를 조금 질이 떨어지더라도 마음 편하게 모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블로그니까 말하는 거지만… 매번 촬영에 실패할까 두려워 하는것도 싫고, 추위에 떨어가며 촬영을 했는데 원하는 것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 난 아마추어인데 말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 Replies to “2019-03-09”

  1. 와 별 촬영은 정말 하룻밤을 다 투자해야 되는 경우도 있군요. 저도 밤하늘 촬영에 관심이 많은데 선생님 덕분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ㅎㅎ 여러모로 장비도 다 갖추셨고 공부도 많이 하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네요.

    좋아요

    1. 아.. 감사합니다. 매번 허접한 것만 올리는데…:;;
      보통 성운이나 은하 같은 심우주 천체는 한번의 출사에 딱 하나만 찍을 수 있다고들 하더라구요..
      아직 제대로 된 것 하나 못 찍어봤지만 음.. 딱 이런 느낌이에요.
      ‘해는 지고 갈 길은 멀고..’

      언젠간 제대로 된 것을 보여드릴께요. ㅎㅎ;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