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망과 이런 저런 일들

며칠 되지 않았다

2월 28일에 환자 수술을 했고, 3월 1일 저녁부터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다가 3월 2일 사망하셨다.
수술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출혈도 별로 생기지 않아 성공적인 수술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큰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 8시 즈음부터 혈압이 급격히 감소하고 동맥혈 산소분압이 주우욱 떨어지더니 새벽 2시가 되어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을 30분이나 했지만 회복되지 않았고, 환자분은 새벽 2시 47분에 사망하셨다.

환자 상태가 나빠진 시점에, 이런저런 많은 고민을 하며 전산에 올라오는 수치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정상인 검사결과. 그리고 환자의 죽음. 뭐 하나 맞아 들어가는 조각이 없어서 주말 내내 찝찝한 마음을 안고 지내다 이번주 들어오며 환자 차트와 자료를 리뷰하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원인을 만들어 보기는 했지만 어느것 하나 명확한 결론은 찾지 못했다. 그저 보호자분들께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심장 문제로 생각된다’ 정도. 어제 내내 시간 있을때마다 돌아다니며 다른 전문의들을 만났다.

환자가 살아나는 것도 왜 살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 왜 사망했는지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혹시라도 실수가 있었다면 그걸 인지하고 다음번에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과는 대부분의 경우 사망이 드문 과인지라 다른 분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보는 분야는 화상이고, 중증화상은 워낙 쉽게 사망하기 때문에 항상 환자 사망이 발생하면 그 결과를 혼자 정리해봤다. 이번에도 나름대로의 Mortality Report를 만들어 봤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끝날 허무한 자료가 되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내가 얻은 ‘앞으로 잘하자’ 결론은 “집중치료실에 있는 중증화상환자의 차트를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어떨까” 였다.
물론 이걸 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환자 상태를 좀 더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의무기록이라는 것은 단순히 내가 했던 행위를 기록하는 것도 있지만 리뷰를 통해서 환자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환자의 보호자분이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때문에 외래에 오셨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안한 것도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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