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3일

경과

약 6시 30분 정도 되어서 백마고지 전적지에 도착했다.
역시나 사람이 드문드문 오는 곳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동네 사람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좀 있었다. 내가 짐을 풀고 삼각대를 설치하자 한 분이 와서 촬영왔는지 물었고, 조금 있다가는 노인 두 분이 다가와서 전화번호까지 따고 갔다. 뭐 직장과 관련된 사람들은 아니라 순순히 전화번호를 줬지만 좀 웃기다고 해야 할까나…

다행이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았고, 전날 미리 계획한대로 천천히 장비를 준비하고 촬영 준비를 했다. 구름도 없고 달도 뜨지 않아서 딱 좋은 시기였는데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이제 봄이 되었다고 오리온자리가 정남쪽에서부터 보였다는 점이다.
(보통 겨울에 가장 잘 볼 수 있는 천체가 오리온자리인데, 12월달의 경우에는 해가 완전히 져도 오리온 자리가 동쪽 하늘에서 조금 보이는 정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촬영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원래 계획한 대로 극축정렬을 했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표류이탈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가이드 카메라가 말썽을 부렸고, 어쩔 수 없이 가이드 카메라는 제거한 후 오리온자리의 촬영을 시작했다. 정확한 star alignment가 되지 않아서 그랬을까?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심하게 틀어져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역시 오늘도 안되겠다 싶어서 시리우스를 조금 찍어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5분이라는 장시간 노출로 사진이 엉망으로 나온 것을 생각하고 5초 노출로 30장씩 찍었다.
이때즈음에 군인 아저씨들이 나타났고, 별사진을 찍으러 왔고 새벽 1시 정도에 갈 거 같다고 한 뒤 이름과 연락처를 줬다. 이날 군인 아저씨들은 조금 달랐던 것이, 내가 집에 갈때까지 가지 않았다.

IMG_1309
매번 바로 쓸 수 있는 사진은 망원경 사진이 전부다

촬영한 사진을 보니 어느정도 흔들림 없이 찍혔다고 느껴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찍기로 했다. 파인더 스코프에서는 정확히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맞춰지기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필터당 1분 노출로 10장을 찍었다. 결과물이 좋을 것이라고 느끼며 짐을 싸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였다.

후기

망했다.
일단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로 촬영을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집에 와서 심한 오한과 발열로 심하게 앓았다. 밤새 끙끙 앓았고,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간신히 몸이 안정 되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린 후 촬영한 결과물을 PixInsight로 처리하려고 열었는데, AutoStretch기능으로 확인해보니 하얀 점 몇 개 찍힌 것이 전부였다. 시리우스도,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똑같았다.
어느쪽도 Star Alignment로 사진 정렬이 되지 않을 수준이었고(사진에 최소 6개의 별이 찍혀야 사진들끼리의 위치 정렬이 가능하다) 상태가 이렇다보니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했다.
몇 가지 문제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가이드 스코프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어떤 촬영도 불가능하다
  • 장시간 노출로 주위 별을 촬영하지 못하면 star aligment를 실행시킬 수 없어 사진을 못 쓰게 된다
  • 낮이나 집에 있을때 미리미리 가이드 스코프 촬영을 테스트해야 겠다
  • OSC 카메라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촬영 나가기 전에 올렸던 글에 전문 사진작가님이 아래의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따로 케이블을 준비해서 나가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comment

일단 가이드카메라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걸 이번주 내에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길이가 짧은 USB케이블을 하나 더 장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한다. PHD2소프트웨어는 남들도 다 쓰는 천체 추적 프로그램인데 나만 못 쓰고 있다는 것은 내가 잘 못쓰는 것이지 소프트웨어 자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장시간 노출과 단시간 노출 촬영후 합성은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아래의 답변을 들었었는데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shortexp

마지막으로 OSC (One Shot Color) 카메라의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멍청하기 그지없게 처음부터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한 대가라고 해야 할까나… 모노크롬 카메라는 높은 콘트라스트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덜컥 모노크롬 카메라를 샀는데 촬영이 까다로워 후회가 막급하다. 당장 촬영하고 나서 아무 결과물로 확인할 수 없으니 아마추어 입장에서 너무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봄이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항상 똑같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수많은 천체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것을 느끼니 말이다. 이젠 봄의 별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 그에따른 변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160장이나 찍은 사진에 건질것이 단 한장도 없다는 슬픈 사실을 안고 다음번에는 좀 더 잘하자고 읏샤읏샤 해야겠다.

근데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천체사진을 찍는거. 진짜 진짜 어렵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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