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근황

알게 모르게 좀 힘든 날이었다

잠은 아주 잘 잤다. 어째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조금 보다가 눈이 피곤해 엎드렸는데 그대로 새벽까지 잤다. 진짜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어서 출근할 때 월요일이긴 해도 기분이 좋았다.

아마 문제는 수술이었을 거다. 약 5~6년 전에 내가 양쪽 서혜부 탈장 수술을 해드렸던 분인데 다시 탈장이 되어 수술하게 된 경우였다. 일단 무슨 수술이든 재수술은 해부학적 구조가 망가져서 힘든 것인데 왼쪽은 그렇다 쳐도 오른쪽은 정말 힘들었다. 탈장낭도 없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주위 구조물이 시야를 가리기도 했고 복벽 전체가 약해져 있어 딱히 어디가 튀어나온다거나 어디에 매쉬를 대면 나아질 거라는 판단이 전혀 되지 않았다. 총 세 시간 수술을 했는데 오른쪽 탈장 수술에 두 시간이나 사용했다. 아침/점심을 먹지 않는 나로서는 스트레스 받으며 이렇게 수술하는게 너무 힘들었으리라. 오후에 수술이 두 개 더 있었는데, 자꾸 짜증이 나서 참느라 혼났다.

집에 돌아오는데 아내님이 전화해서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였지만 이런 이야기를 자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꾸욱 참고 고기를 먹으러 다녀왔다. 고기를 먹을때도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오늘 오후에 상처 소독을 하고 기관삽관을 제거한 환자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서 다시 기관삽관을 한 것이다. 물론 나야 1.5시간 거리에 있었으니 내가 할 수는 없었고, 당직 과장님이 마취과에 부탁해서 기관삽관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급하게 씻고 휴대용 저장장치의 HDD를 남아도는 SSD로 교체한 후 조금 있다 잠이 들었다.

꿈도 이상했다. 물론 밤에 세 번 정도 깼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끔찍한 꿈을 꿨다.
내가 무슨 학교 같은데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학교에 이상한 종교가 퍼져서 하교하는 학생들을 못 가게 막고는 반항하면 마약 같은 주사를 놓고 자신들의 종교로 개종하도록 압박하는 그런 꿈이었다. 꿈 속에서 도망도 못가고 주위 사람들이 끌려가는 걸 보며 공포에 떨다 잠에서 깼다.

 

뭐 일단은…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주도 중증 환자 때문에 수술이 많이 잡혀있고 신경쓰이는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인지라 어쩔 수 없겠지만 아무튼 머리가 복잡하다. 어떻게든 낫게 해야하는데 자꾸 나쁜 쪽으로 흐르려고 해서 그걸 잡아주는게 어렵다고나 할까? 뭐 총체표면적 50%도 되지 않는 환자이지만 내가 그 동안 중증환자를 덜 봐서 테크닉이 떨어졌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 좀 더 빨리 수술을 당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왠지 내가 너무 안이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힘도 배로 들고 고생도 배로 하겠지만 약간의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아… 그나저나 그놈의 센터장 자리는 왜 나에게 자꾸 시키려는지 진짜 싫어서 미칠 것 같다. 가뜩이나 민원도 두 건이나 있어서 머리가 복잡한데 그런 것 까지 있고 말이다. 제발 날 그냥 두면 좋겠다. 사비로 조금씩 조금씩 연구나 하게 두고 논문 실적이 나오면 그걸로 광고나 해다오. 나에게 이런거 저런거 자꾸 시키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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