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광고비

어제 외래가 끝날 즈음에 영업사원이 한 분 오셨다

뭐 일상적인 일들을 이야기하며 최근 특정 재료의 사용량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물어 ‘환자들이 다 떠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소독치료 하고나면 꼭 환자들이 “XX병원 가고 싶어요” 해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로인해 치료재료의 사용이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담당 영업사원은 모 과에서 ‘외과가 요즘 당직을 안서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줄어서 그렇다’고 이야기 했다는데 그건 틀릴 말이고 화상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하면 내가 바로 나가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광고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병원의 1년 광고비는 내가 아는 바로는 2.5억에서 3.2억, 그리고 2018년에는 4.3억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큰 돈인지 작은 돈인지 난 잘 몰라서 우리병원이 광고비에 대해 너무 적은 돈을 쓰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 금액을 이야기했다. 이에 영업사원은 어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몇 병상 병원이었죠?”

“480병상 정도 됩니다.”

“그런데도 3억이라고요? 허허…. 과장님, 강남의 1인이 하는 성형외과 의원도 1년에 5억에서 10억의 광고비를 지출합니다. 그런데 500병상 규모의 병원이 1년에 3억이라고요?”

“………;;;;;”

영업사원(사실은 개인기업의 사장님이다)은 우리병원의 광고비 지출이 터무니 없다고 말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통상 압구정동 성형외과도 1년에 5~10억의 광고비 지출을 하는데 3억이면 병원의 환자 안내용 브로셔 (두 번에서 세 번 접어진 그 종이) 만드는 돈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 최소 현재 지출액의 열 배는 써야 광고효과가 있으며 다른 종합병원들도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할 말이 없어 ‘우리병원은 공기업의 성격이 강해 광고비 지출도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끝을 내었다.

사실 우리 병원의 입지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반경 5km내에 병원이 세 곳, 크게는 네 곳 있는 형국이지만 인구가 122만명이나 살고 있고 입지조건이 좋은 병원 중 하나는 일반인들에게 평이 매우 안좋고, 다른 하나는 대학병원인 관계로 툭하면 환자를 쏘아버리기 때문에 실제 형세는 1:1 구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 유동인구만 수 만에 달하는 지하철이 있고, 거기서 마을버스 타고 세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곳에 병원이 있으니 당연히 조금만 노력하면 환자가 미어터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환자가 적은 것은 광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영업사원에게 하나 배운 것이다. 광고일 하는 친구가 ‘광고는 들어간 만큼 반드시 효과가 나와’라고 했었고, 아는 선생님은 ‘광고에 들어간 만큼, 딱 그만큼 환자가 늘더라’하던데 우리 병원은 광고에 너무 인색한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 의사들보고 아무리 환자 많이 보라고 해도 환자가 늘릴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의료법은 환자 유인행위를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고 병원 안에서 돌아가는 의사라는 기계는 병원에 온 환자를 보는 것이지, 병원에 오지 않은 환자를 유인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병원의 광고비 지출은 매출에 극히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 병원은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에휴.. 말하면 무얼하나. 말하면 불평쟁이로 낙인이나 찍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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