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캠핑가고 싶다

사실 오늘 사직원을 냈다

뭐 내가 내고 싶어서 낸 것은 아니고, 이 병원에서 정규직으로의 삶을 이제 끝내고 성과연봉제라는 이름의 그냥 그런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더 이상 난 정규직이 아니라는 것.

웃긴 것은 아까 사직원에 서명을 하고 나니까 진짜 병원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냥… 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빈둥 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고작 종이조각 하나에 서명 했다고 이렇게 달라지는 거다.

대부분의 직장은 정규직으로 돌아간다. 정규직들을 직장에서 종신근무를 보장받는 대신 상대적으로 작은 연봉을 받으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한다. 그에반해 비정규직들은 노동유연성이 필요한 직군이라든가 특수목적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라고 말은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사는 비정규직인 것이 사실이다. 연봉 문제도 있고,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정규직으로 있는 의사는 그리 많지가 않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지금까지 정규직 의사로서 마음 편하게 그냥 열심히만 일하며 살았는데, 갑자기 퉁~ 튕겨 나간 듯한 느낌과 이 병원이 언제라도 나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비정규직으로서의 삶. 그걸 난 40이 되어서 시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중년이 되어가며 비정규직화 되는 것이 너무 이상하고 위험하다 생각하지만, 급여가 현재보다 60~70% 오르는 일이라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앞으로 얼마나 쥐어짜여가며 일해야 할 지는 나도 잘 모르는 부분이다. 그냥 현재와 동일하게 일하며 동일하게 수술이나 하며 지내겠지. 그리고 나이를 어느정도 먹어서 더 이상 병원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면 사정없이 내쳐지겠지.

비정규직의 삶은 그런거 아니겠나.

즐겁지 않다. 전혀.
그렇지만 이미 사직서도 냈고, 당장 다음주 화요일이 지나면 난 비정규직으로서 일을 하게 될거다. 눈에 보이는 차이점은 하나도 없지만 기분이 다르고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제는 신경쓰지 않으며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내 봉급에서 까진다) 실적이 떨어지면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눈치가 보일거다.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뭐, 돈만 생각하고 돈만 챙기면 되지… 병원이야 망하든 말든. 그러다 혹시라도 근처에 있는 뫄뫄 병원에서 화상 의사 뽑는다고 오겠냐 하면 냉큼 가버릴거다. 적어도 여기보다는 일하기 좋은 환경일 테니까.

정규직의 나야.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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