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재미

역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건 돈 쓰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한 12만원 지른것 같다. 뭐 이제는 돈이 없으니까 더 이상 지를 수도 없지만, 아무튼 꼭 필요하다 싶은 것을 지르는 재미는 남들에게 말 할 수 없는 즐거움인 것 같다.
사실… 이제는 더 이상 지를 것도 없다. 텐트 말고는 ㅋㅋㅋ

어제는 이런 저런 일로 바빴는데 (요즘은 외래 없는 날이 더 바쁘다) 퇴근하고 나서 뜬금없이 성형외과 과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누군가 싶어서 안 받았다가 계속 전화가 오기에 받았는데 다름아니라 병원에서 이메일 서비스 회사를 모두 차단해 버려서 심사받을 논문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설명은 해 드렸는데 제대로 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답답함을 느꼈다.

보안 시스템이라는 것은 필요한 설비지만 설치와 운용을 하기 전에 충분히 시스템의 맹점과 취약점, 그리고 설치에 따른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이걸 등한시 하거나 가볍게 여기면 멀쩡하게 업무를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잘못하면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병원은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했다. 분명히 차단과 관련된 공문이 발송되었을 때 사내게시판에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할 건데 해결책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라고 글도 썼는데 글을 올린 당일날만 급하게 움직이고 이후에 별다른 대책없이 설비를 작동시킨 것 같다.
IT일을 전문으로 하는 내 친구는 ‘절대로 나서지 말라’고 내게 주문했다. 나도 그 이야기가 옳다 생각해서 (난 이쪽 담당도 아니니까) 문제점에 대해 ‘문제가 있습니다’ 정도로 의견을 피력하고 끝내고 있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병원이 따라가 주는 것 같지가 않아서 안타깝다. 특히 이번일과 같은 경우는 미리 미션 크리티컬 부서의 직원들에게 사이트 개방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도록 독려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줬으면 했는데 그런 생각은 못했나 보다.

나…? 난 뭐 아무 생각도 안하기로 했다. 당장 나 혼자는 어떻게든 이런 차단 문제를 피해나갈 수 있고 (난 와이브로 단말기도 있고 노트북도 있으며 USB 메모리도 가지고 있다)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생각없이 일만 하고 있다가 덜컥 철퇴를 맞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분노와 당황스러움, 그리고 병원 행정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하지만 난 담당자도 아니고, 책임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평사원일 뿐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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