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일상을 준비

올해 휴가는 이제 끝났다.
지금 기억나는 것만 생각해보면 홋카이도, 방콕, 후쿠오카를 다녀왔는데 한 군데 더 다녀온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올해 모든 휴가는 끝이 났고, 이제는 열심히 돈을 벌고 일하는 것만 남았다.
사실 조금 무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마지막 여행의 경우 제때에 휴가 신청도 하지 못 한 데다가, 다른 선생님하고 휴가가 겹치기도 했고, 집을 산 것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일이 너무 많은데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는 상태로 갔으니 말이다. 사실 이것 때문에 여행을 가서도 한참 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잘 한 것이 있다면 이런 문제로 아내에게 짜증은 전혀 내지 않았다는 정도이다. 다 알겠지만 ‘언제 가느냐’ ‘어디로 가느냐’, 그리고 ‘어디서 묵을 것인가’보다 신경쓰이는 일은 없는데, 이 문제를 아내가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나야… 여행 장소가 정해지면 스케쥴 짜는 일 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모든 여행이 끝나고 어제 집에서 생각해 보니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우선,

  • 인턴을 들어갔을때 보다 체중이 38kg이나 늘어서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 적어도 10kg는 빼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것 같은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 한 끼만 먹으려고 한다.
  • 한동안 쉬고 있었던 화상관련 논문을 좀 읽어야 한다. 요즘 쉬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많은 논문이 나왔겠지? 그걸 매일 다섯개 씩이라도 읽어야 하니 바쁠것 같다.
  • 앞으로 어떻게 살 지 고민하면서 정했던 세 가지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는 보건통계, 둘째는 회계학, 세번째는 r-project와 SQL다루기. 미래의 내 먹거리라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 마지막으로 일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요즘 한-일 관계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그건 어차피 정치권의 이야기이고, 난 일본어로 된 것을 자주 보니 좀 더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당분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다 나의 건강과 미래 먹거리와 연결된 것이니 어느 것 하나 소흘히 하기는 어렵겠고…
가능한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나저나 너무 덥다. 이게 사람 사는 동네인지…;
나의 블로그 친구분들도 여름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시길 빈다.

먹고사니즘

요 며칠동안 혼자서 먹고사니즘에 대해 고민했다.
딱히 대단한 것은 아니고 1년에 몇 번씩 혼자 고민하는 것인데 이번에도 때가 되어서 생각난 것 같다.

남들은 의사라고 하면 ‘우와 평생 먹고살만 하겠네 ㅋ’ 하겠지만, 나같은 아웃사이더에 매사에 비관적인 인간은 남들이 그렇게 보든 말든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법이다.
뭐, 이런 고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남들이 흔히 보는 뱃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외과 의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맹장수술(정확히는 충수절제술)이나 탈장 수술 같은 것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전문분야는 화상이고 화상은 그렇게 흔한 병이 아니라서 그렇다.
매번 내 외래에 찾아오는 영업사원들에게도 이야기 하는 문제지만 화상은 기본적으로 계절 장사이기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파리가 날린다. 뭐 개인적으로는 좀 쉴 수 있는 기간이고 사회적으로는 사건사고가 적은 것이니 좋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남의 돈을 받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매출이 줄어들면 같은 과 안에서도 다른 선생님들 눈치가 있으니 힘든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항상 ‘앞으로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다.

딱히 좋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고민한 결과는 이렇다.

  • 보건통계 공부를 좀 하자 : 매번 지도교수님께 부탁하는 것도 좀 그렇고, 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해 놓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공부(책 읽기)를 좀 하려고 한다.
  • 회계 공부를 좀 해보자 : 친한 형 이야기를 듣고 조금 하다 말았는데, 아무래도 병원의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이해를 하고 싶으면 이 공부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하기 싫어도 어차피 나이 들면 병원에서 보직을 주려고 안달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나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더럽게 재미가 없어서 나 혼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SQL공부를 좀 하자 : 어차피 회계 공부하고 보건통계 공부하면 그 다음 과제는 필요한 자료를 뽑아서 가공한 후 통계 돌리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SQL 공부를 좀 더 하는게 필요해 보인다. 마침 트위터에 어떤 분이 SQLD (SQL 개발자) 자격증이 생각보다 쉽게 딸 수 있고 괜찮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대충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웅. 솔직히 말해 지금 시간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당황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목적을 만들고 하려는 것이라 더 그런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잘 모르겠다. 이런거 공부해도 앞으로 내가 사는데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뭐가 어떤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불안하기만 하고 일은 하기 싫은 빌어먹을 상태인 것 같다.

꿈 이야기

딸아이가 안방 침대에서 자버리면서 잘 곳이 없어 밤새 서성였다.
난 잠 잘 곳에 민감한 편이라 침대를 빼앗겨 버리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소파에서 잤다가 마룻바닥에서 자고 그랬는데,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두 가지 꿈을 꾸게 되었다.

첫번째 꿈

그냥 인턴때 친구 꿈이었다. 그 친구가 재산이 한 천 억 이상 가지고 있는 집 외동아들이었는데, 우리 병원에서 나와 같이 비뇨기과 전공의를 했다가 이후에 삼성병원에서 전임의를 하고 나서 행방이 묘연해졌던 친구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수 년 후에 결혼식 초대장이 왔는데 자기보다 한 10살은 어려보이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 지금은 뭐.. 어떻게 지내는 지 잘 모르겠지만 꿈에 그 친구가 나왔다.
어. 이혼을 했는지 바람을 피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기보다 스무 살은 더 어린 친구와 지내고 있었다. 부럽지도, 놀랍지도 않은 꿈이었고 그냥 그렇게 만났다는 정도의 단순한 꿈이었다.

두번째 꿈

두번째 꿈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넘나드는 꿈이었는데 배경이 미국인 것 같았다.
우리의 주인공 꼬마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남미 출신 어린이었는데 다 낡아빠진 전동 킥보드 같은 것을 타고 다녔다.
어느날은 이 꼬마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다 잠시 철조망에 묶어두고 걸어서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일을 다 보고 돌아와 보니 전동 킥보드가 사라진 것이었다. 꼬마는 온 동네를 돌아다녔고 간신히 주유소겸 재활용 센터에서 자신의 전동 킥보드를 찾았는데, 거기 주인이 그것은 주운 물건이라고 돌려주지를 않는 것이었다. 결국 소년은 그 가게에서 일을 조금 해주면서 기회를 보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망을 가게 되었는데, 대로변을 달리며 주위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타려는 것도 보였고, 온 힘을 다해 소년을 쫓는 경찰관들도 보였다. 그 장면과 함께 나레이션이 나왔다. “그 누구도 소년에게 전동 킥보드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홈쳐서 달아났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 누구도 소년이 할 줄 아는 남미어로 이야기를 건내지 않았다”라고. 그리고 화면이 겹치며 성인이 되어버린 소년이 여전히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과, ‘으아아!’하고 외치는 순간 큰 원숭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으로 꿈이 끝나 버렸다.

뭐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두번째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좀 더러워 진 것은 사실이었다. 미국의 빈민가와 아무도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 그리고 그렇게 방치되듯이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을 보면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뭐, 꿈이니까… 근데 꿈 치고는 너무 현실감 있어서 좀 우울했다고 할까?
아무튼 잠도 거의 못 자고 비몽사몽하며 밤을 지새웠더니 별 희안한 꿈을 다 꿔버렸네. ㅋ

컴퓨터와 나

지난주에, 직장에서 쓰던 내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정확히는 메인보드가 나가버렸다.
왜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도에 산 제품이었고 당시 400만원 정도 들여서 구입한 워크스테이션이었다. 음… 살면서 가장 비싸게 주고 산 컴퓨터였다. 만 6년동안 정말 가혹하게 사용해 왔는데 불평불만 하나 없이 잘 돌아갔고 그렇게 잘 쓰다가 어느순간 퍽 하고 나가버렸다.

Dell Precision T3600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엔 내부 공간이 부족해서 저렇게 뚜껑 열어놓고 다른 부품들과 얼기설기 연결해서 사용했지만, 정말 좋은 컴퓨터였다.

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최근에 금전적인 어려움이 생겨서 한동안 직장에서는 노트북이나 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응? 데스크탑도 있고 노트북도 있어?! 아아.. 이거 원래 별 사진 촬영할 때 쓰는 노트북. 성능이 좀…;

아무튼 컴퓨터가 죽고, 올 해 안에는 컴퓨터를 다시 살 수 없는 상태라서 그런지 진지하게 컴퓨터와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기억 나는 것은 우리 집에 처음으로 컴퓨터가 있었던 것이 애플 IIe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고, 그 다음에는 486이 7년간 있었다. 그리곤 내가 이것저것 조립해가며 컴퓨터를 만들어 썼고, 그러다 2013년에 처음으로 대기업 제품의 워크스테이션을 구입했다. 되돌아 보면 지금까지 집에 컴퓨터가 단 한번도 없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들처럼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항상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일을 하며 즐거워 했었다.
내게 있어서.. 컴퓨터는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고,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친구였으며, 일할때 도움을 주는 동료 같은 것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대(보통 20대)에 했던 행동을 버리질 못한다.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60~70대를 보고 있으면 그렇잖아. 포마드로 머리 세우고 색깔있는 선글라스 끼고, 목에 머플러를 두르고 있다.
피식…. 아. 미안합니다;;
아무튼, 나도 똑같은 것 같다. 내게는 가장 빛나는 물건이 컴퓨터였기 때문이라서 그런가… 항상 컴퓨터를 가지고 싶어 하고 집에 가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당장 아내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많은 일을 하는데 난 꼭 컴퓨터를 켜서 온라인 쇼핑을 하고 기사를 읽고 게시판을 들락거린다.
나도 할아버지들 처럼 가장 빛났을 때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거겠지.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 10년에 한번 바꾸잖아.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돈을 모아 차를 사도 죽을때 까지 몇 번 못 바꾸고 죽는데, 컴퓨터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혹하게 써도 5년은 쓸 수 있으니 자동차보다 더 바꾸긴 하겠지만 곧 눈이 어두워지고 손이 느려지면 컴퓨터를 쓰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게 되어 갑자기 슬퍼졌다. 물론 난 아직도 살 날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컴퓨터를 만지작 거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고 부품을 조립하며 기뻐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니 좀 많이 슬퍼졌다.

그래.. 오늘은 이런 이야기다.
날씨도 너무 덥고 습해서… 일찍 쉬어야 겠다.

중요하지 않은 세 가지 일

요즘 체중이 줄지를 않는다.
원래는 하루 종일 제로콜라 하나만 먹으며 버티다 저녁식사만 하는 정도로 살았는데, 남들이 조금씩 세 끼 먹는 것이 오히려 살이 빠진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뭐 조금씩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간식 같은 것은 전혀 먹지 않고 딱 세 끼만 먹고 있다.

근데 살이 안빠져. 요즘 배가 불룩하게 나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닌데 식사량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 체질이 된 것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아… 큰일이네. 날씨도 덥고 힘도 없는데 이제는 진짜 운동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예전처럼 안 먹기만 해도 살이 쏙쏙 빠지는 나이는 지났나봐.

음식물 처리기는 잘 작동하고 있다. 통을 가득 채워 돌리면 이렇게 부스러기 같은 것만 남게 되니까 말이다.

최근까지 이브온라인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 할까 생각중이다. 뭐 켜놓고 다른 일 하는 게임이라 어찌보면 게임이라고 할 수도 없긴 없는데, 최근 Triglavian invasion이라는 업데이트가 있은 후 화면에서 눈을 떼고 딴 짓을 하면 우주선을 뻥! 하고 터뜨릴 일이 늘어버렸다. 그것 때문에 알아서 광물을 캐라고 명령해놓고 다른 일 하기가 어려워져서, 채광량도 1/3로 줄어버렸고 은근한 스트레스도 방고 있다. 아마도 지금의 달 채광기지를 넘겨받지 않았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것 같은데, 넘겨준 분이 좀 쉬다 돌아오겠다고 해서 그때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 같다.
솔직히.. 요즘은 별로 재미가 없다. 지금 생각은 지난번에 3개월 결제한 것만 끝나면 접을까 생각중이다.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고 집에서도 일하는 기분으로 게임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야. 어차피 시간을 게임 머니로 바꾸는 채광질이라, 그냥 현질하는게 나아 보일 정도니까 말이다.

이상한 병원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는 일이다.
어제 당직서고 아침에 집에 오는 길에 응급실에 환자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담석증 때문에 통증이 있는 환자라고 했는데, 집에 도착하면 씨티 보고 연락 주겠다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고 원내 전산망에 외부접속을 시도했는데 (VPN이라는 걸로 연결하게 된다), VPN연결까지는 잘 되었는데 환자 사진을 보려고 하니 어플리케이션 서버에 연결할 수 없다는 에러가 떴다. 응…?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외부에서 원내 전산망에 연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급하게 응급실 간호사실을 통해 전산실 당직에게 연락해 달라고 하고 기다렸는데, 잠시 후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자신은 서버만 담당하기 때문에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응…? 잠깐만요. 서버 담당이라면서 어플리케이션 서버로의 연결이 막힌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요?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일단 알았다고 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환자를 입원시켰다.

벌써 세 명째 입원시키고 있다. 아니, 두 명 이었나? 아무튼. 전화 받고 환자 상태 확인도 못하고 응급실 전공의에게 그냥 환자를 보내거나 입원시키라고 하고 있는 거다. 마치 눈을 빼앗긴 것 같은 상황인데 내일까지 되어야 이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하니 속이 터질 노릇이다.
진짜 이해가 안가는 것은, 서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당직자를 서버관련 장애 해결을 위해 당직을 세운다는것이다. 대체.. 무슨 정신머리인지 이해가 하나도 안간다. 장애를 복구할 수 없는 당직자가 당직이 왜 필요한 걸까? 그냥 경비아저씨에게 서버실 도둑 들지 않게 관리 잘 해달라고 하는게 낫지.

답답한 마음을 안고 병원 전문의 단체 카톡방에 외부 접속 서버 장애로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전화로 환자 상태 듣고 대충대충 일을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는… 입원 환자 상태도 확인을 할 수가 없어서 전화로 병동에 전화해 정보를 얻고 있다. 가뜩이나 바쁜 간호사에게 잡일까지 시키는 상황인거다. 난 나대로 환자 상태를 한번에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바쁜데 전화로 환자 상태까지 설명해야 하니…. 정말 엉망진창이다.

마음 같아선 내일 출근하자마자 사내 게시판에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똥을 싸지르고 싶지만… 가뜩이나 있던 사람도 나가고 엉망인 전산실을 공개처형 하는 것 같아서 안하려고 한다. 그냥 내일 팀장에게 전화해서 이건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이야기만 해야지 뭐..

뭐, 다른 병원도 여기랑 똑같겠지 생각한다. 우리 병원만 병신같은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아아… 환자나 오지 않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날씨도 안좋고 몸도 안좋고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좋다. 어디가 딱 집어서 아프고 그런 것은 아닌데 계속 몸이 축축 처지고 사지가 쑤신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날씨 때문인 것 같지만 (태풍이 오고 있다) 어쨌든 오늘 하루 동안 당직인데 너무 힘들다.
마음 같아선 돈도 필요없으니까 오늘 하루는 쉬고 싶지만 세상 일이 그렇데 되던가.. 오전 외래 보고 전체 회진 돈 다음에 내일 아침까지 당직을 서야 한다.

가뜩이나 이렇게 컨디션이 안좋은데 아침에 출근해 보니 위장쪽을 전문으로 보는 과장님의 환자 두 명이 영 상태가 안좋았다. 한 명은 고령으로 수술하고 벌써 3주째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환자였는데, 아침 엑스레이 소견으로는 명확한 폐렴 소견이 보이고 있었다. 환자가 가쁜 숨을 쉬고 있다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 것 같은데 담당 선생님이 오늘 일부러 나온다고 해서 섯불리 내 맘대로 처치도 못하고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다른 환자는 비교적 최근에 수술한 환자인데 수술직후까지 괜찮다가 지난 목요일부터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한 환자이다. 이 환자 역시 위장 수술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장을 이어 붙인 자리가 일부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있다. 이 환자에 대해서는 담당 과장님이 수술을 생각하고 있는데 난 잘 모르겠다.

물론 내 몸을 누군가 수술했는데 잘 낫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환자는 엄청나게 힘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담당 의사는 그렇지 않을까? 아마 환자 두 명 때문에 우리 선생님은 며칠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을 거다. 비록 내 몸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수술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을때 느끼는 정신적 고통은 다른 사람이 절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니까.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정신적 고통이다. 아마 우리 선생님도 이런 고통을 느끼고 있겠지.

하아… 여러모로 좋지 않은 날이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모두 빌어주면 좋겠다.
응급수술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